[사설]수수방관하는 거제시도 '공범자'…원생, 이제 어른들 믿지 않아

소득 3만불 도시, 거제시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드러났다. 옥포 S 모 복지시설의 소외된 미취학아동 청소년이 그동안 사회의 어두운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06년부터 올해 봄까지 십 수명의 원생이 성폭행을 당한 사실이다.

몇 년 동안 이러한 일이 벌어졌지만, 시설측은 이러한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피해를 입은 학생이 더 이상 참지 못해 올해 4월 28일 생활지도사에게 그동안의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밝혀졌다.

L 모 원장은 올해 2월 4일 제5대 S 모 복지시설 원장 취임식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펼쳐갈 수 있게 도울 것이며, 복지시설을 가족공동체로 만들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진정성이 담긴 취임사로 들리지 않는다.

L 모 원장은 사건이 발각된 다음날인 4월 29일 직원에게 “이 사실(성폭행)이 외부로 알려질 경우 직원 모두 사직을 해야하니 가족에게도 말하지 말고 절대로 소문이 나서는 안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직원 2명이 ‘시말서’를 쓴 것이 임직원에 대한 처벌의 전부이다.

지난해 2월에 S 모 복지시설 원생들이 직접 탄원서를 작성해 거제시에 접수시킨 적이 있다. 탄원서의 내용은 “일상적인 구타와 폭력, 욕설, 비인격적인 발언, 공포분위기 조성 등으로 인하여 이 복지시설에 생활하고 싶지 않다”는 내용과 “거제시장이 조사를 하여 학대를 일삼는 생활지도원들을 처벌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탄원서를 토대로 지난해 2월부터 4월까지 경찰 조사를 벌여 ‘아동학대’가 사실로 판명됐다. 관련자들이 처벌을 받았다. 최근 원장의 공금 유용으로 기사화된 적도 있다.

이 시설의 주인은 청소년이다. 미취학아동 청소년 58명이 존재하지 않으면 복지시설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

특히 이 시설에는 원생 58명인데 비해 원장 임직원이 17명이다. 원생 3.4명 당 임직원 1명이다. 쉬운 방법으로 임직원 1명이 원생 3.4명을 담당하는 전인교육 인성교육이 가능한 곳이다.

그런데 자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거제에는 S 모 복지시설과 똑같은 청소년 복지시설이 한군데 더 있다. 여기서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문제가 불거지는 원인은 일부 임직원의 품성과 자질 부족에 기인할 것이다.

S 모 복지시설의 문제가 기사화되었을 경우 후원금과 후원물품이 줄어들 것이라며 기사화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시민도 있다.

후원금과 후원물품은 시설에서 살고 있는 원생들이 부족함 없이 꿈과 희망을 마음껏 펼치라는 ‘사랑의 선물’이다. 몇 십명의 원생을 내세워 소속된 일부 직원의 사유화된 시설이 아니다.

여기 원생들은 이제 어른을 믿지 않는다고 전해지고 있다. 어려움을 누구에게 말하거나 알리면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다시 되돌아와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 때문이다.  

S 모 복지시설은 대표이사 이사 감사를 둔 사회복지법인이며, 대표이사와 이사 감사의 면면을 보면 거제시에서 지도자층에 속하는 사람이다. 이사회에 소속된 당사자들도 이번 사태를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불순한 세력이 문제를 만든다’는 식으로 ‘아전인수’식 사고를 탈피해야 할 것이다. 이사회에 소속된 당사자들이 복지시설의 원생을 ‘친손자나 외손자’로 느낀다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한해 7억8천만원의 예산을 지원하면서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 거제시는 ‘공범자’ 취급을 받을 것이다.

권민호 시장은 누구보다 어려운 청소년기를 보냈다. 권민호 시장은 올해 7월 1일 시장 취임식 취임사에서 “젊은이들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좋은 날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권민호 시장이 성장기 시절로 되돌아가보면 지금의 어려움에 처한 청소년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것이다. 어른들의 비뚤어진 자세로 마음의 상처를 입고 있는 원생들을 따뜻하게 껴안아 주는 것은 시대적 소명이다.

8일 S 모 복지시설을 직접 방문한 거제시의회 총무사회위원회 소속 시의원들 중 일부 시의원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반면 일부 시의원은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 것 또한 커다란 문제이다.

정치인들은 추석 때 ‘어디어디를 방문했다’는 기념사진 찍기 위해 각종 복지시설을 방문할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청소년을 보듬어야 한다.

이번 사건은 먼 나라의 일이 아닌 우리 옆집 아들딸의 문제이다. 참교육학부모회 등 시민단체, 거제교육지원청은 사랑과 관심을 보여야 할 것이다.

사춘기 청소년 시절에는 ‘질풍노도의 시기’이다.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당연하다. 부모 사랑이 부족한 미취학아동과 청소년을 시민의 따뜻한 가슴으로 껴안아 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품성과 자질이 부족한 일부 임직원은 L 모 원장의 말대로 ‘사직서’를 써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권익위원회 등 국가기관이 나서 환부를 도려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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