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 김형석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7년간 행복했던 문화적 상상과 실행을 뒤로하고 떠납니다. "꿈, 끼, 깡, 꾀, 꼴, 끈으로 우리가 만드는 것은 관객의 ‘행복’이다."를 외치며 함께 노력했던 거제시문화예술재단 직원들과 예술을 사랑하는 거제시민들과의 추억을 아름답게 간직하겠습니다. 

"난 청년이야. 미래가 있는 한 우린 청년이라고. 청년정신이 있어야 하거든. 청년은 말이야, 도전하는 거지. 우리한테 한계는 없다. 내 인생이 끝날 그날까지 창조, 창조, 창조!"

아름다워라! 낡은 생각을 버리고 새로운 발상으로 창조적 삶을 사는 진취적인 젊은 기상이여! 비디오 아트, 전자예술이란 장르를 최초로 개척한 세계적인 예술가 백발의 백남준이 "한계는 없다."라며 강조한 청년정신! 제 삶에 큰 감동으로 뇌리에 각인되어 있으며, 2003년 10월 출범한 거제시문화예술재단 운영의 핵심 키워드였습니다. 

공공성과 경영성의 조화 속에 문화재단을 발전시켜야 하는 예술행정가는 '지역 정체성', '문화적 상상력', '운영 철학'을 갖추어야 하며, 인화(人和)와 도덕성, 문화마인드의 기본 위에 청년 같은 도전의식의 “창조적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공공 문화공간은 외로우면 안 된다! 리더가 엉터리면 재앙이 온다!”라며 공직자의 정신무장을 강조해 준 인생 멘토의 말씀을 천금처럼 귀하게 간직해 왔습니다.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
지역 예술인들이나 예술단체의 행사에 초대되어 가면 축사에 즐겨 사용하던 문구입니다. 유배지였던 섬이 세계 1위 조산산업도시로 상전벽해 한 거제도를 ‘경제적 위상에 걸맞은 문화도시’로 만드는 데 노력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거제문예회관 방향성을 '거제 문화예술의 활성화, 예술의 대중화, 거제문화의 세계화'로 설정하고 품격 높은 공연, 전시 기획, 계층별 예술교육 프로그램 운영, 소외계층 문화나눔, 문예정보지 발간 등 체계적인 활동을 해왔습니다.

거제시민들의 따뜻한 애정과 사랑 속에 성장한 거제문화예술회관은 문화재단 전 직원들과 함께 열정적으로 노력한 결과, 2007년에는 100여 개의 회원기관이 참여한 전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주최의 ‘문예회관 혁신경진대회’에서 영남권 최초로, 최고상인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거제문화예술회관 예술기획부장으로 근무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9월부터 재단 상임이사 겸 관장으로 근무했습니다. 전국 지자체에서 만든 문화재단 상임이사로는 '최연소'라는 영광을 채찍으로 생각하며 권위적인 관장이 아니라 '발로 뛰는, 창조적 기획과 소통의 실무형' 관장이 되겠다는 소신을 실행해 왔습니다.

상임이사 취임 후 제일 먼저 했던 것이 관장실을 축소, 비서실로 옮기고 관장실 벽을 허물어 1층, 지하 1, 2층에 뿔뿔이 흩어져 있던 관리운영부, 예술기획부, 무대기술부를 한 곳에 집중해 고객 밀착형 ‘원스톱 서비스’를 실천했습니다.

세계적인 예술가 정명훈, 조수미, 강수진 등의 거제도 공연 유치도 뜻깊었지만 가장 뿌듯하게 생각하는 것은 지역 정체성과 ‘문화거제’의 방향성 찾기 입니다. 부족한 예산이었지만 효율적으로 운용해 공연, 전시 외에도 예술교육과 출판 등에도 관심을 두고 추진해 왔습니다.

2005년 ‘세계 7대 문명탐방 1. 화가들이 만난 앙코르와트’ 전시회와 책자 출판을 시작으로 ‘문학과 미술의 만남’을 지속적으로 시도했습니다. 청마 유치환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 시그림집 ‘깃발, 나부끼는 그리움(도서출판 교보문고/2008)’, 지심도를 배경으로 소설가 윤후명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담은 문학그림집 ‘지심도, 사랑을 품다(도서출판 교보문고/2009)’ 발간. 올해는 소설가 김주영, 김별아, 구효서, 박상우, 권지혜, 하성란 등 35인 소설가, 화가와의 예술기행으로 만든 글그림집 ‘우리는 거제도로 갔다(경향미디어)’를 발행해 거제도를 스토리텔링하기 위한 작업들도 창의적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이젠 굴뚝산업은 가고 창조산업 시대입니다!

해양관광도시라 조선산업 호황 이후를 대비한 고민으로 직원들과 배낭여행하며 세계적인 예술축제도시와 창조적 문화도시인 에든버러, 브리겐츠, 베로나, 게이츠 헤드, 바르셀로나 등을 탐방해왔습니다. 이런 경험들은 재단 발행 문예지, 거제지역과 경남지역 신문 등에 문화칼럼을 기고하며 지역민들에게 문화정보와 계도성 글을 발표해 ‘21세기형 창조적 문화중심도시-거제’를 만들어야 하는 명분을 소통, 역설해 왔습니.

예술을 사랑하는 거제시민, 거제시, 시의회, 지역 예술인, 언론 등에 부탁합니다.

천혜의 자연환경, 천년의 역사가 있는 아름다운 거제를 독창적인 ‘오리지널(original)’로 만들어 주십시오. 어느 도시에서 성공했다면 우루루 따라가 모방하는 짝퉁이 아니라 유일무이(唯一無二)로 예술의 옷을 입혀 개성 있고 창의적인 명품 보물섬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스토리와 디자인으로 매력 있는 ‘거제다움’으로 꽃 피워 거제도에서만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창조적이고 영혼이 있는 미래로의 발전을 기대합니다.

 추진하려다 못한 몇 가지 아쉬운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폐교를 활용한 복합 창작스튜디오 입니다. 전 거제시장 김한겸 이사장님과 소설가 김주영 선생님과 함께 “거제도에 노벨문학상이 나올 창작의 산실을 만들자.”라며 의기투합해 진행했었습니다. 문학, 미술, 국악 등 예술 장르 간의 통섭을 하는 복합창작촌은 후임이 누가 오던 꼭 추진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고현항에 추진하려는 인공섬에 문화를 잘 담아야 성공합니다. 문화마케팅 자료에 의하면 일반 휴양관광객보다 문화관광객이 10배 이상 소비 지출한다고 합니다. 친환경적으로 만든다는 워터프론트시티인 인공섬에 야외 수변공연장, 미술관, 박물관, 해양 테마파크 등을 잘 조성해야 거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되고 체류형 해양문화관광도시로 성공할 수 있습니다. 

선진국의 수많은 명품 문화도시들 성공사례에서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엄청난 혈세를 쏟아 붓고도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대중들에게 버림받고 잊혀지는 여자 같은 도시와 수많은 세계인들이 오지라도 물어물어 산 넘고 물 건너 찾아오는 매혹적인 도시를! 세계 1등 조선도시인 거제시! 창의의 문화예술로 국제 경쟁력 있는 문화적 명품도시로 만들어 주십시오. 

세계 최고 관광도시인 프랑스 파리에 에펠탑을 만들 때 얼마나 많은 반대가 있었습니까? 그러나 지금 에펠탑 없는 파리를 상상할 수 있습니까? 고현항 인공섬에 대한 반대가 많은 줄 압니다. 그러나 선택과 집중, 과감한 역발상으로 문화마인드와 철학이 있는 리더십이 거제시에는 필요합니다. 

끝으로 정들었던 재단 직원들에게 부탁합니다.

열정과 아이디어로 기획하고 상부상조하며 일희일비하지 맙시다. 어려움과 질시가 있더라도 결국 시간이 진실을 밝혀 줍니다. “문화를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색깔과 형태가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똥 같은 기획이면 썩어 악취가 날 것이고, 장 같은 기획이면 맛있게 숙성되고 익어 ‘문화거제’라는 식탁을 풍성하게 할 것이다.”라던 저의 말을 기억해 주십시오. ‘좋은 일을 많이 하는 집안(문화회관)에는 반드시 경사가 있다’는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을 생각합시다. 

“문화는 화초가 아니라 나무다. 화초는 1년이면 자라 꽃이 피지만, 나무는 수십 년을 키워야 재목이 된다.”

거제도 공연을 왔던 마에스트로 정명훈 지휘자님이 박정희, 전두환, 이명박 대통령과의 인연을 이야기하며 해주신 문화재단 운영에 대한 조언입니다. 지역 문화예술 발전은 단기적인 실적 위주가 아니라, 올바른 방향성 확립과 지속적이고 장기전인 비전으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경조부박(輕佻浮薄)했던 저의 허물이 있다면 정갈한 거제바다에 씻어버려 주십시오. 저도 ‘사랑했으므로 행복했노라’라던 시인의 고향에서 만난 아름다운 인연들만 가슴에 담고 떠나겠습니다. 사람은 영원한 ‘학생(學生)’입니다. 지리적인 문제로 멈추었던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석사과정을 다시 공부하며 부족한 저 자신을 채우면서 때를 기다리렵니다. 

오래전부터 힘들 때마다 속으로 읊조리던 모 기업의 ‘청년정신’ 광고 카피를 함께 나눕니다. 그동안의 성원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젊게 생각합시다. /용기를 가집시다. /도전합시다. /포기하지 맙시다. /멀리 바라봅시다. /세계로 떠납시다. /마음을 엽시다. /따뜻해집시다. /사랑합시다. /친구가 됩시다. /정직합시다. /청년이 됩시다. 

2010년 9월 20일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김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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