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 공급 과잉…1조3천억 사업비 조달 난제…정부·경남도 설득 등

거제시는 공영 개발 방식으로 사곡만 일원을 매립해 495만㎡(150만평)의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17일 권민호 시장 공약 추진계획 보고회서 천명했다.

매립 지역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등면 사곡에서 사두섬, 사등면 금포 방파제까지로 예상되며 현실화될 경우 거제의 지도를 바꾸는 큰 프로젝트이다.

권민호 거제시장은 17일 곽승규 도시과장의 산업단지 조성 기본 설명에 이은 부연 설명에서 산업단지 조성 공약은 “거제 미래의 사활이 걸린 공약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권 시장은 올해 2월 거제시장 선거에 나서면서 “미래 성장 동력산업으로 거제의 활로를 개척해야 한다”며 조선 산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다변화시켜야 한다는 점을 내비쳤다.

사곡만 일원으로 산업단지 조성 대상 후보지로 결정한 이유를 권시장 취임 후 7월 22일 지역상공인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지역상공인이 사곡만 일원 중심으로 (산업단지) 타당성 용역을 해 입지로 결정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받아들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권 시장은 이날 보고회서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으로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와 신산업 유치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권 시장은 “조선산업 위축은 곧 지역 경제 위축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도 신재생 태양광 등 신산업 단지가 필수적이다. 그동안 산업단지가 없어서 조선관련 협력업체가 관외로 빠져나간 기업을 거제로 다시 들어오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찍기용’ MOU 체결 등의 거창한 정치쇼(?) 없이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을 공언했지만, 공약(空約)이 아닌 공약(公約)이 되기 위해서는 큰 난관과 어려움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 산업단지 허가 남발 공급 과잉

이명박 정부 들어 330만㎡ 이상의 면적을 포함해 산업단지 개발권을 시도지사에게 대폭 위임하면서 산업용지의 난개발을 부추기고 있다.

멀리 갈 것 없이 거제시에도 지난해 9월 경상남도로부터 실시계획 승인을 받은 120만9,952㎡(36만6,000평) 규모로 거제해양산업단지(주) 추진하는 청포일반산업단지도 가시적인 진척상황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우건설이 추진하는 연초 오비 19만4,146㎡ 크기의 오비일반산업단지도 1만6,500㎡의 한국조선기자재연구원 경남분원 부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부지를 다섯필지로 나눠 분양에 나섰으나 일부 부지가 미분양 상태다. 11만395㎡ 다섯 필지 중 현재까지 3필지는 분양되고 2필지가 남아있다. 

이밖에도 C&중공업이 매립을 하다가 중단된 사등면 성포 14만3,800㎡ 중 육지부를 제외한 해면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거제시도 17일 공약발표에서 이러한 점을 염두한 듯 조심스런 반응을 나타냈다.

거제시는 “경남의 경우 분양공고를 하지 않은 산업단지 물량을 합치면 미분양 면적이 46%로 조사됐다”며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제8조의 2에 따라 미분양율이 30% 이상일 때 산업단지 지정이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거제시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지방공기업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여 개발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자 또는 위 단체의 출자비율 합계가 20% 이상인 사업시행자는 산업단지 추진이 가능하다”는 단서 조항을 내세워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다.

◆ 투자자 확보 및 사업비 조달

거제시는 495만㎡(150만평)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전체 사업비를 1조3,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중 국비 580억원, 시비 300억원, 타 기관 1,720억원, 민자 1조400억원이 투자될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거제시는 올해말까지 사업타당성 용역을 거쳐 투자자를 확보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산업단지 지정을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겠다는 일정을 밝히고 있다.

부산의 수영만, 통영의 죽림만 등 대기업 건설사가 나서 자금을 조달하고, 매립 후 땅을 분양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전체 사업비에서 보듯 대부분의 사업비를 차지하는 부문은 민자유치이다. 공동사업시행자 격인 투자자가 프로젝트파이낸생(P/F)을 통해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고현항 재개발 사업의 경우도 기본계획을 마쳐놓고 사업계획을 국토해양부에 접수시키기 못하고 있다. 권민호 시장은 지난 14일 거제시의회 시정질문 답변에서 고현항 재개발 사업이 늦춰지고 있는 이유를 “부동산 경기 침체로 금융기관과의 자금 조달 방안 협의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전임 시장 시절 추진한 3,774,846㎡ 크기의 ‘하청 조선 특구’도 특화사업자와 투자자를 찾지 못해 흐지부지되고 있다. 사업시행자격인 투자자를 찾는 일과 금융권 자금조달이 사업의 성패와 결정지을 것이다.  

◆ 국토해양부 등 중앙 정부 설득

국토해양부는 제3차 공유수면매립 기본계획을 세우기 위해 올해 초부터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마쳤다.

거제시는 올해 6월 국토해양부에 제출한 제3차 공유수면 매립 기본계획 수요조사서에는 사곡만 지구 자연아쿠아건립 면적 1,280,025㎡(387,000평), 고현항 재개발, 근포항 마리나항조성, 능포항 친수공간조성, 지세포항 마리나항 조성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사곡만 산업단지 조성 계획은 수요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국토해양부 공유수면 매립 제3차 기본계획에 포함시키는 일이 급선무다. 조용국 거제시 기획예산담당관은 “국토해양부가 5년마다 계획을 잡는 공유수면매립기본계획 반영 시점이 2011년이기 때문에 이때 (사곡만 산업단지 조성 공유수면 매립 계획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했다.

고현항 재개발 사업이 당초 고현항 워터프론트시티 조성사업으로 거제시 도시과에서 추진하다가 난관에 봉착하자, 항만재개발법으로 적용법을 바꾸어 해양항만과에서 업무를 추진해 공유수면 매립이 어렵게 반영됐다.

사곡만 산업단지 또한 공유수면 매립에 사업의 성공여부가 달렸다. 거제시 공무원이 국토해양부를 방문해 사곡만 공유수면 매립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중앙부처 공무원을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공유수면 매립 인허가에 경험과 경륜을 가진 공무원이 필수적이다.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례법’에는 “산업단지계획이 수립 또는 승인된 때에는 ‘공유수면매립법’에 따라 공유수면매립기본계획이 수립 또는 변경된 것으로 본다”는 특례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공유수면 매립 사전 협의 절차를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 사곡만의 중첩 개발 계획

국토해양부는 올해 1월 사등면 사곡만을 포함해 전국의 43개 항만을 국가마리나항만 개발계획에 포함시켰다. 이보다 앞서 거제시는 사곡만 일원에 사곡해양생태레저 복합공원 조성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 미리 세워져 있는 계획과 충돌이 불가피하다. 어느 한쪽은 포기를 해야 할 것이다. 

조용국 거제시 기획예산담당관은 “사곡 산업단지 타당성조를 위해서 사곡만 개발 계획은 잠정 보류돼 있다”고 했다.

◆ 환경단체 반발

환경단체는 사곡만을 매립해서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고현항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주체를 ‘공공의 적’으로 규정짓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고현항 재개발과 사곡만 산업단지 조성은 성격을 다소 틀린 면이 있지만, 사곡만 일대 대규모 공유수면 매립이 가시화될 경우 환경단체의 반대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환경 단체의 반대 목소리를 어떻게 설득시켜 나가느냐가 중요한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

◆ 사곡만의 지정학적 중요성과 지역간 균형개발

사곡만은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다. 지도를 보면 가덕도에서 시작하는 진해만에는 국가 중요시설이 많이 들어서 있다. 부산항 신항, 창원(구 진해) STX 조선소, 창원(구 진해) 해군기지, 창원 기계산업단지, 고성조선특구, 통영 안정산업단지, 안정 LNG 기지, 삼성중공업이 있다.

사곡만은 진해만에서 가장 중요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어떠한 산업을 유치해도 해안 수송, 육송 수송 등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사곡만의 우수한 지정학적 위치에 신산업단지는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정부 설득 논리로, 나아가 경남의 경쟁력을 높이는 경남도지사 설득논리로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사곡만 신산업단지 조성 후 주거지로는 사등면과 인접한 거제면 둔덕면 사등면 등이 각광을 받을 것이다. 거제면과 둔덕면 등은 거제시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이다. 거제면과 둔덕면 등에 신산업단지 배후도시를 조성할 경우 지역 균형 개발 차원에서도 한 몫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산업단지 조성 성공 ‘키워드’

조선 산업에 버금가는 거제의 미래성장동력을 갖추기 위한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은 매우 반길 일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거제시나 거제시장 혼자의 힘으로는 추진하기는 불가능한 사업이다. 정치인 거제시 상공인 시민의 힘을 한 곳으로 모은 ‘시민에너지 결집체’가 나서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거제신산업단지조성범시민추진위원회(가칭)’를 만들어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이 정부 경남도 그리고 이해관계인을 설득시켜야만 성공의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2014년 1월 산업단지 승인 고시의 목표까지는 결코 쉽지 않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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