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1,251억원 내년 예산 시 집행부가 제출한 안대로 100% '원안 가결'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 인기없는 집행부와 함께 '동반' 추락의 길 자초

거제시의회는 지난 11월 15일부터 이번달 21일까지 제229회 정례회를 갖고 있다.

이번 회기 동안에는 각종 조례안 심의·의결, 2022년도 예산안 심의·의결, 행정사무감사, 시정질문 등이 있었다.

거제시의회는 의회운영위원회(위원장 강병주), 행정복지위원회(위원장 김용운), 경제관광위원회(위원장 김두호) 세 위원회를 두고 있다. 상임위원회는 의회 운영의 꽃이다.

거제시의회 주요 권한 중에 첫 번째가 ‘의결권’이다. 의결권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조례의 제정ㆍ개정 및 폐지와 예산의 심의·확정, 결산의 승인이다.

거제시는 지난 11월 15일 거제시의회에 내년도 예산안 1조1,251억의 심의·의결을 요청했다. 일반회계는 9,867억원, 특별회계는 1,384억원이다.

거제시의회 각 상임위는 이번달 6일부터 13일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한 후 13일 오후 예결산특별위원회에 넘겼다. 15일, 16일 이틀 동안 예결산특별위원회서 계수 조정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할 예산안을 확정한다.

지난 13일 오후 열린 행정복지위원회 회의는 눈을 의심케하는 일이 있었다. 집행부에서 제출한 예산안은 집행부 의도가 반영돼, 완벽하지도 않다. 불요불급한 항목에 예산을 배정한 경우도 허다하다. 시의회서 예산안을 심도있게 논의해 삭감할 것은 삭감해야 한다. 그래야 집행부도 정신 차리고, 행정 업무를 더 잘 할 수 있다.

지난 13일 열린 행정복지위원회(위원장 김용운) 회의록 중 일부다.

○ 위원장 김용운 : 지금부터 우리 상임위원회의 예산조정을 위한 계수조정을 하겠습니다.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하여 약간 시간 정회하고자 하는데 위원 여러분 이의 없으십니까?
(“예” 하는 위원 있음)
이의가 없으므로 정회를 선포합니다.

(14시 10분 회의중지)
(15시 26분 계속개회)

○ 위원장 김용운 : 의석을 정돈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성원이 되었으므로 회의를 속개하겠습니다. 정회시간동안 위원 여러분과 충분히 삭감조서에 대해서 토론하고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저희가 표결까지 해서 안을 정리했습니다.

2022년도 세입·세출 예산안은 위원 여러분과 협의한 바와 같이 일반회계 세입 예산안은 원안대로 하고, 일반회계 세출 예산안은 원안대로 하고, 기타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안은 원안대로 하고, 공기업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안은 원안대로 하고자 하는데 위원 여러분 이의 없습니까?

(“예” 하는 위원 있음)

이의가 없으므로 원안가결 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이어서 2022년도 거제시기금운용계획안은 위원 여러분과 협의한 바와 같이 통합재정안정화기금운용계획안은 원안가결, 남북교류협력기금운용계획안은 원안가결, 자활기금운용계획안은 원안가결, 노인복지기금운용계획안은 원안가결, 양성평등기금운용계획안은 원안가결, 장학기금운용계획안은 원안가결, 식품진흥기금운용계획안은 원안가결,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기금운용계획안을 원안가결 하고자 하는데 위원 여러분 이의 없으십니까?

(“예” 하는 위원 있음)

이의가 없으므로 원안가결 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원안가결’은 집행부에서 제출한 예산안을 100% 그대로 통과시켜줬다는 의미다. 예산안 심의·의결권을 가진 시의회의 고유 권한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거제시장·집행부 공무원에게 ‘백기 투항’한 모양새다. 집행부를 견제·감시해야 할 거제시의회가 집행부 하수인으로 전락한 것이다.

경제관광위원회 또한 세출 예산 중 5억5,500만원을 삭감한 것 외에는 모두 원안 가결했다. 삭감된 예산은 조례에 따라 민간기업에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이다. 조례 첫 적용 사례로 집행부가 민간기업에 5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지원을 받는 민간기업 대표는 거제시민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공인이다. ‘특혜성’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다분히 있다. 경제관광위 소속 시의원들은 “사리에 맞지 않고, 시민 정서에 맞지 않다” 이유로 삭감시켰다.

행정복지위원회는 정의당 소속 김용운 위원장을 비롯해, 민주당 소속 박형국·안순자·안석봉·이태열·강병주 5명, 국민의힘 소속 신금자·윤부원 2명이 소속돼 있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이 과반을 넘는다.

경제관광위원회는 민주당 소속 김두호 위원장을 비롯해, 민주당 소속인 최양희·노재하·이인태 4명이다. 국민의힘 소속은 전기풍·고정이·김동수 3명이다. 민주당 소속이 과반을 넘는다. 

두 상임위원회에 민주당 소속 시의원이 과반을 넘기 때문에 집행부가 요구하는 안을 다수결로 모두 통과시킬 수 있다.   

각 상임위서 심의한 예산안은 예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겨진다. 15, 16일 이틀 동안 예결산특별위원회가 열린다. 상임위서 삭감된 예산도 예결특위에서 다시 살아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17일 열린 예결산특별위원회서 경제관광위원회서 삭감시킨 예산도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의 다수결로 모두 원상 회복시켜 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예결특위 위원 9명 중 민주당 소속은 7명, 국민의힘 소속 2명이었다.  

익명의 한 거제시의원은 “변광용 시장을 비롯해 거제시 행정이 시민에게 큰 지지를 받고 있으면 모르지만, 크게 인기가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시 집행부가 못하는 일은 비판·견제해 시민의 지지를 얻도록 해야 하는 것이 함께 사는 일일 것이다. 또 불요불급한 예산 삭감 등을 통해 집행부를 강하게 질타하지 않고 집행부가 요구한 원안대로 예산을 통과시켜 주는 것은 인기 없는 집행부와 함께 시의원 스스로도 함께 몰락하는 길을 걸어가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거제시의원은 "의회는 시민의 대표기관이다. 집행부를 견제하라고 시민들이 거제시의회에 권한을 줬다. 시민운동도 하고, 언론계에 몸담은 시의원도 있다. 그들은 선거 나와서 '시민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겠다'고 했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견제는커녕 밥그릇까지 갖다바치는 동료 의원의 모습을 보고 심정이 착잡하다"고 했다.<기사 일부 보강, 17일 08: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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