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선거 '표' 의식 '거제역~가덕신공항 연결' 애드블룬 띄우기
철도 종착역과 고속·시외버스 연관성 '제로'인데, 시민 현혹(?)시켜

17일 ‘조선일보’에 전남 완도 수목원 관련 기사가 ‘한 면 3분의2’ 실렸다.

“개장한 지 30년 된 완도수목원은 국내 56곳 국·공·사립 수목원 중 유일한 난대수목원이다. 이곳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국립 난대수목원이 조성된다. 기존 공립에서 국립으로 승격되는 셈이다. 완도수목원 2033㏊ 중 핵심 시설과 주요 산책로 및 숲이 집중된 400㏊(여의도의 1.4배)가 이르면 4년 뒤 국립 난대수목원이 된다. 완도수목원은 1년 전 정부의 국립 난대수목원 부지로 선정됐다. 가칭 ‘국립 완도난대수목원’ 조성에 사업비 1,900억원을 투입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사업 적정성을 따지는 예비타당성 조사에 돌입했다. 이르면 2024년 착공, 2026년 부분 개장을 거쳐 2030년 완전히 개장할 계획이다.”

완도 수목원 아래 ‘3분의 1 지면’은 강석주 경남 통영시장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강석주 통영시장은 인터뷰 기사에 “남부내륙철도가 개통되면 통영은 한 해 1000만 관광객이 찾는 해양관광 거점 도시로 재도약 할 것이다.”고 했다.

‘국립 완도난대수목원’은 전남 완도군이 거제시와 경쟁했다. ‘거제출신’ 대통령이 있음에도, 전략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전남 완도에 뺏기는 수모를 당했다.

인근 통영시는 철도시대에 대비해 ‘해양관광 거점 도시’로 재도약하기 위해 ‘제1회 통영 국제트리엔날레’를 개최하는 등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국제트리엔날레’는 오는 3월 18일부터 5월 8일까지 국제미술전을 중심으로, 미술뿐만이 아니라 음악, 무용, 연극,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통합형 국제 예술 행사’다. 3년마다 연다.

지난 13일 남부내륙철도 기본계획이 확정 고시됐다. 오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5년 뒤 거제시에도 철도시대가 열린다.

거제인터넷신문이 지난주 보도한 ‘남부내륙철도 기본 계획 확정 고시’ 관련 기사에 이상한 댓글이 달렸다.

“가덕신공항이 2029년에 개항하면 머지않아 거제와 반드시 공항철도가 연결될 것이고, 노선은 신공항~장목~상동으로 예상한다. 열차가 신공항에서 출발해 장목(대금신도시)을 거쳐 상동역에 정차 후 곧장 통영으로 가다가 중간에서 남부내륙철도 선로에 합류해 서울로 가는 고속철도가 반드시 운행하리라 본다.”

“반대로 서울서 거제로 오는 고속열차의 절반 정도는 남부내륙철도의 종점인 사등면 거제역에 오지 않고 통영역에서 곧바로 상동역으로 들어와 정차한 후 장목역(대금신도시)을 거쳐 가덕도 신공항역으로 운행하는 열차가 생긴다고 본다. 이렇게 되면 거제도에 역이 3개가 생기고 사등의 남부내륙철도 거제역과 공항철도 상동역으로 2원화 돼 사등ㆍ둔덕면 주민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거제시민들도 편리하게 고속열차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거제인터넷신문은 독자들이 다는 댓글에 대해 별다른 제제를 하지 않는다. ‘익명 또는 실명’의 댓글과 ‘좋아요, 싫어요’ 등의 시민 반응을 통해 여론을 정화하는 역할이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댓글 내용은 남부내륙철도를 ‘도시철도나 지하철'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느낌이다. 황당한 주장이다. 인구 24만에 불과한 거제에 KTX 사등역, 상동역, 장목역 3개가 들어올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이같은 주장을 하는 근원(根源)이 어디에 있는지 살펴봤다. 책임성 없는 지역정치인들의 발언이 근원이다.

서일준 국회의원이나 변광용 거제시장을 포함한 지역 정치인들은 남부내륙철도 기본계획이 확정 고시되었으면 ‘대환영이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2027년까지 5년이다. 지금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머리를 맞대도 시간이 모자란다.

그런데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기기는 하는데, 사족(蛇足)을 달았다. ‘남부내륙철도 가덕신공항 연결’을 은근슬쩍 끼워 넣었다.

남부내륙철도 관련 거제시 보도자료에 “변광용 거제시장은 지난 1월 11일 국토교통부의 기본계획 확정과 관련한 보도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KTX를 향후 가덕신공항까지 연결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이는 국제적 관광도시로 부상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고 했다.

서일준 국회의원도 11일 낸 보도자료에 “서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와 함께 가덕도신공항과 남부내륙철도를 연결하는 교통구상을 밝혀왔고, 거제를 중심으로 한 공항과 철도의 연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

또 “거제를 중심으로 가덕신공항과 남부내륙철도를 연결시켜 완전히 새로운 거제를 만들고 거제의 가치가 다시 주목받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는 상문동 시민들의 여론을 의식한 탓으로 보인다. 표를 의식한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애시당초 상문동지역이 거제역 위치가 맞다는 확신이 섰으면, 어떠한 난관이 있더라도 상문동역 유치를 위해 힘을 쏟아야 했다. 설상 사등면 지역 주민들의 표를 잃더라도, 거제 발전 대의에서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강단과 추진력이 있어야 했다.

도시계획에 대한 기본 이해, 거제발전에 대한 확고한 신념·철학·소신 등이 없다보니, 공론화위원회를 내세우고 어정쩡하게 뒤에서 배후조정(?) 하다가 뭐가 잘 안되니, 몽니를 부리는 격이다.

경상남도도 11일 관련 기사 보도자료에 “향후, 가덕도 신공항까지 철도교통망을 연장하면 초광역 경제권 구축으로 도민 실생활 체감도가 높은 광역 교통서비스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다”며 “거제역에서 가덕도 신공항 구간의 남부내륙철도 연장은 제5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고 했다.

송오성 경남도의원도 12일 페이스북에 “거제 역사는 사등지역으로 결정되었으며, 경남도는 신공항과 연결하는 남부내륙철도 연장을 향후 제5차 국가철도망계획에 반영토록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도 지난주 경남을 방문해 ‘윤석열의 경남 지역 공약’을 발표했다. 공약에 “남부내륙철도를 거제역~가덕신공항까지 연장하겠다”고 했다. 언제까지·어떻게 연결하겠다는 세부 내용은 없다.

혹세무민하는 정치인들에게 ‘가덕도에 철도가 이미 들어와 있는 것을 아느냐’고 물어보고 싶다. 그리고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사업 연도가 언제인지 따져보고 싶다.

부산신항 남측항인 가덕도에는 물류수송 중심 ‘부산신항남선 철도노선’이 이미 들어와 있다. 기존 경부선 삼랑진역에서 나눠져, 낙동강역, 한림정역, 진영역, 장유역, 부산신항역이 있다. 여객 수송도 가능하다. 가덕신공항 물류·여객 수송을 위해서는 ‘부산신항남선 철도노선’을 가덕신공항까지 몇 ㎞만 연장하면 된다.

부산 부전역~창원시 마산역 ‘복선전철’은 당초 2021년 개통 예정이었으나 다소 늦어져 올해 개통된다. 부전~마산 복선전철에서 ‘부산신항 지선’이 건설된다.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됐다. 사업기간이 2021년부터 2030년까지인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이 지난해 발표됐다.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 추진이 올해부터 본격화된다.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사업기간이 오는 2031년부터 2040년까지다.

10년~20년 후에 이뤄질지도 모르는 막연한 이야기를 마치 현실화가 가능한 것처럼 시민을 현혹시키고 있다. 대통령 후보가 공약을 해도, 임기 내에는 현실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난해 2월 18일 거제시청 대회의실에서 ‘동남권 관문공항 정책토론회’가 있었다. 특히 이날 주제발표를 한 정헌영 부산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대한교통학회 부회장, 세계교통학회(WCRT) 정회원 등 도시계획, 교통분야 전문가다.

정헌영 교수는 이날 토론회서 “남부내륙철도를 가덕신공항까지 연결하는 것은 기술적인 문제 등을 어떻게 푸느냐가 관건이다”고 했다.

도로는 거가대교 침매터널처럼 바다 밑으로 들어갔다가 어느 정도 경사를 두고 육지로 바로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철도는 경사를 두기가 쉽지 않다. 남부내륙철도가 거제에서 출발해, 거제~가덕 해저를 거쳐 가덕신공항 육상부로 바로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남부내륙철도는 100% 여객 전용 단선 철도다. 물류 수송은 없다. 부산신항 ‘물류수송’을 남부내륙철도가 담당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부산항 ‘진해신항’이 완공되면, 기존 철도 노선을 연장할 것이다. 

또 다른 댓글에 연초면 연사리로 옮기기로 한 여객자동차터미널도 사등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내용이다. 거제시는 여객자동차터미널 이전이 매우 시급함에도 세월만 보내고 있다.

거제는 남부내륙철도 종점이고 출발역이다. 서울에서 온 철도이용객이 여객자동차터미널로 이동해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를 다시 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철도이용객은 통영역에서 내리지, 시외버스를 타고 통영으로 다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부산·창원·김해까지는 KTX 부산역·마산역이 있다.

서울로 가는 철도 이용객도 고속버스·시외버스를 타고 거제까지 온 후 열차를 이용할 가능성은 더더구나 없다.

거제시와 같은 조건인 여수 엑스포역과 강릉역 이용 실태 통계 자료에 ‘고속·시외버스 이용객’과 관련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결과가 이미 나와 있다.

거제시민이 철도역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또 관광객 등이 거제 시내 어느 곳에나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시내버스 환승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추는 일이 더 중요하다. 시내버스 차고지는 어디에 있어도 상관없다.  

남부내륙철도를 빙자해, 여객자동차터미널 이전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거제시 행정력을 은근슬쩍 덮으려는 교묘한 술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 최진석 박사(한국교통연구원 연구팀장)가 2019년 3월 28일 거제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서 발표한 자료. 종착역인 여수역·강릉역 접근 교통수단은 택시, 승용차, 시내·마을버스 순이다. 시외·고속버스는 제로에 가깝다.

남부내륙철도는 완공 목표연도가 2027년으로 명확해졌다. 경남도와 철도가 통과하는 경남 5개 시군 공동으로 남부내륙철도와 연계한 ‘역세권 개발 계획 용역’이 이번달 발주된다. ‘역세권 개발’에 커다란 선물이라도 떨어질 듯 기대감이 크다. 거제시 부담 예산은 1억원이다. 거제시가 자체적으로 하는 용역이 아니다. 결과에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현실을 냉철히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남부내륙철도 건설 사업이 3년 전 발표됐지만, 지금까지 ‘철도 시대와 거제발전 전략’ 연구보고서 한권 없다.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길도 모르고, 방법도 모른다. 극단적으로 그냥 세월 보내다가 철도가 완공됐구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사등면에 거제역이 지어졌다고 가정해보자. 하루 18번 왕래한다. 이용객은 얼마가 될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남부내륙철도를 이용하는 거제시민은 자가용이나 택시를 이용해 역에 가장 많이 접근할 것이다. 자가용 타고 가서 주차장에 차 주차시키고, 서울 가서 일보고 내려와서 자가용으로 집으로 바로 갈 것이다. 역에서는 열차 기다리는 시간 동안 차 한 잔, 점심 한끼 먹는 수준에 그칠 것이다.

관광객은 역에 내린 후 예약해둔 대형숙박시설·펜션 등에 렌터카나 택시·버스를 이용해 이동할 것이다. 숙박시설이나 펜션 등에서 1박이든 2박이든 ‘관광’을 하고, 열차를 타고 서울로 바로 갈 것이다.

역세권이 대대적으로 개발될려면 유동인구 등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극단적으로 '거제역'에는 철도역과 차량기지, 대형주차장 시설 등만 있고 주변은 ‘허허벌판’인 상황도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다.    

▲ 2019년 3월 최진석 박사가 발표한 자료

‘글로벌 관광 휴양도시’, ‘1000만 관광 도시’는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24만 시민을 하나로 응집시켜 철도시대를 착실히 준비하는 것이다.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 때, 중요하고도 중요한 지역 현안을 오직 ‘표’ 득실로만 계산하는 정치인들에게 단호한 심판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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