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時論]민주당 소속 정치인 '권불사년(權不四年)'된 원인 찾기 와신상담(臥薪嘗膽)해야
"백성은 물과 같아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순식간에 배를 엎어버린다"는 진리 또 한번 증명

4년 마다 되풀이되는 지방선거가 이제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 거제시 투표율은 19만3,369명의 유권자 중 과반을 겨우 넘겼다. 유권자 51.35%인 9만9,295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면 지역은 연초면을 빼고, 모두 50%를 넘었다. 하지만 동 지역은 능포동·옥포1동·수양동만 빼고 모두 40%대였다. 투표율이 가장 낮은 곳은 장평동이다. 43.41%를 기록했다.

전국적인 현상이기도 했지만, 거제시민의 낮은 투표율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었는지 거제시민의 속마음을 읽어내기가 참으로 어렵다.

국민의힘은 거제시장, 경남도의원 3명, 거제시의원 16명 중 8명을 당선시켰다. 민주당은 4년 만에 격세지감(隔世之感)을 통감했다. 거제시장, 경남도의원 3명을 모두 잃고, 거제시의원 16명 중 8명이 생환(生還)하는 데 그쳤다.

지방정치가 ‘정당공천’이 있는 한 중앙정치에 예속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은 이번 거제시 선거 결과를 애써 ‘국민의힘 태풍’에 어쩔 수 없었다고 자위할 것이다.

거제시민을 비롯해, 우리나라 국민들은 매우 온정적이다. 단체 회장 등을 보더라도 웬만한 과오가 없으면, ‘한번 더’ 시켜주는 경향이 있다. 거제시민은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에게 지난 4년 동안 거제시정에 대한 운영, 경남도정에 대한 역할을 맡겼지만, 4년 만에 칼을 빼들어 심판했다.

4년 전 띄워준 ‘민주당 배(船)’를 거제시민들이 4년 만에 뒤엎은 것은 분명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에게 더 큰 책임이 있을 것이다. 중앙정치 바람탓, 남탓, 유권자 탓 등으로 책임을 돌리면 무엇이 잘못인지 문제점을 영원히 보지 못할 것이다. 이번 선거에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 사례는 없었는지도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선거에서 거제시민은 민주당 38.87%, 국민의힘 54.23%, 정의당 5.4%를 지지했다. 기초의원 비례대표 선거에서도 거제시민은 민주당 39.32%, 국민의힘 54.52%, 정의당 6.15%를 지지했다.

이번 선거에서 거제시민의 정당 지지도 민심은 민주당 39%, 국민의힘 54%, 정의당 5.5%가 거의 정확하다. 경남도의원 선거는 이같은 정당지지도가 후보자 선택 표심에 많이 반영됐다. 민주당 옥은숙 도의원 후보 46.06%, 송오성 후보 44.76%, 김성갑 후보 47.14% 득표했다. 민주당 정당 지지도에 4년 동안 도의원 개인의 의정활동 프리미엄이 다소 작용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도 54%를 넘어지지 못했다.

박종우 거제시장 당선자는 보수 성향의 김한표 무소속 출마 영향도 있었지만, 45.89% 득표율에 그쳤다. 변광용 후보도 45.50% 득표율을 기록했다. 변 후보 득표율도 정당지지도에 중도성향의 유권자 표심이 득표율에 감안됐다.

면 단위 투표율은 모두 50%를 넘었지만, 연초면 투표율이 45.97%를 기록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연초면은 역대 선거에서 면 단위 중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다. 이번 거제시장 선거에서 변광용 시장 출신지인 일운면은 53.56%를 기록했다. 서일준 국회의원과 박종우 거제시장 후보는 연초면 출신이다. 상식적으로 내 고향 출신 국회의원 시장후보를 위해서라도 투표율이 높아야 하는 것이 맞다.

서일준 국회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후보자 비서실장, 인수위 행정실장을 해 거제시민은 기대감이 크다. 특히 연초면은 더 기대감이 클 것이다. 그런데 투표율이 낮았다. 서일준 의원과 박종우 후보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진’ 비호감 정서가 근저에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서 의원은 거제시의원 공천 추천권을 거제당협 운영위원회에 맡겼지만, 잡음이 많았다. 다시 한번 냉철하게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한표 후보의 득표율 7.44%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출신지인 장목면에서도 19.42% 득표율에 그쳤다. 역대 국회의원 선거 때 장목면은 김한표 후보에게 80%가 넘는 지지를 보냈다. 이번 선거 결과 10% 이하 득표율로 선거비용을 한 푼도 보전 받지 못하게 됐다. 선거비용 보전보다 더 큰 상처는 거제시민이 보는 눈이다. 거제에서 재선 국회의원을 했지만, 쓸쓸히 거제시민의 기억에서 잊혀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변광용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됐다면, 원성(怨聲)이 입방아에 올랐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역구 국회의원, 거제시장, 경남도의원 3명, 거제시의원 16명 중 8명을 보유한 명실상부한 ‘거제 집권 세력’이다. 그만큼 책임도 크다. 예전에는 국회의원과 시장이 손발이 맞지 않았다고 변명할 수도 있었지만, 이제는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이제 대통령, 경남도지사, 국회의원, 거제시장, 경남도의원, 거제시의원이 원팀이다. 더 이상의 좋은 조건은 더 이상 만들 수 없다. 이번 기회에 거제발전을 이루지 못한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주어진 짐이 무거울수록 좋다. 무거운 짐을 지고 갈 때는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그리고 옮기는 발걸음도 조심스럽다.

곧 거제시정 인수위가 출범할 것이다. 보여주기식 인수위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4년 동안 거제시정의 방향을 정확히 설정할 수 있는 전문가 중심 인수위가 돼야 할 것이다. 물론 거제지역 현안을 꿰뚫고 있으면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전문가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거제시정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지는 알 수 없지만, ‘세계로 가는 평화의 도시, 거제’ 같은 뜬구름 잡기 시정방향은 배제해야 할 것이다.

행정은 복잡하다. 그리고 행정은 모든 것을 다 풀어낼 수 있지만, 또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법을 바꾸어서라도 해결 방법을 찾으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지금까지 거제시의원 임기 4년 동안 공무원들에게 ‘이 현안은 무엇이죠’하면서, 거제시정 업무파악하다 임기 마치는 시의원이 허다했다. 당선자들은 거제현안에 대해 밤낮을 가리지않고 공부하기를 신신당부한다.

서일준 국회의원은 거제시 부시장을 두 번 했다. 2018년 거제시장 선거에 도전해 실패했다. 거제시정 현안·문제점을 누구보다 더 잘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박종우 당선자에게 조언을 많이 해 거제시정이 반듯하게 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거제시정의 출발점은 공정한 인사(人事)다. ‘친일파’ 같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주인찾기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하반기부터 지역의 경제축인 양대조선소는 수주한 물량을 소화하고, 배를 만들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사람이 없어 배를 못 만든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거제시 차원을 넘어 정부 차원의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거제해양플랜트 국가산단도 어떠한 식으로든지 결론을 내야 한다. 거가대교를 고속국도로 승격시켜 통행료 인하 방안을 찾아야 한다. 통영~거제 고속도로 건설도 수면 위로 부각시켜야 한다. 거제구간은 대전~통영고속도로가 건설될 때 수십년 전에 그어놓은 노선이다. 국지도 58호선 송정IC~문동 착공, 남부내륙철도 거제역(驛) 사등 입지 등 환경이 많이 변화됐다. 거제발전의 관점에서 통영~거제 고속도로 노선도 새롭게 그어야 한다.

창원~거제 국도5호선 해상구간 연결도 기획재정부 총사업비 협의를 빨리 끝내고 건설이 시작돼야 한다. 한·아세안국가정원 조성사업도 거제시에 어디가 조성 적지인지 용역이 진행 중이다.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니라, 산림청과 협의해 거제발전의 관점에서 최적지를 찾도록 해야할 것이다. 산적한 현안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보여주기 ‘쇼’ 행정은 이제 거제시민은 신물이 난다.

선거는 ‘민주주의 꽃’으로 표현하지만 현실은 ‘백 대 제로게임’으로 냉혹하고 처절하다. 0.1%라도 이긴 사람이 모든 것을 다 가져간다. 0.1 차이로 진 사람은 ‘제로’가 된다. 모든 것을 제로에서 다시 출발해라는 유권자의 엄한 채찍이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졌잘싸’ 표현 등은 궁색한 자기 변명 논리다.

민심은 참으로 무섭고 무섭다는 사실을 또 한번 증명했다. 권불십년은 이제 옛말이다. 권불사년(權不四年)이다. 낙선한 정치인들은 자신을 냉정히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와신상담(臥薪嘗膽), 지기추상(知己秋霜)의 자세로 인고(忍苦)을 세월을 보내야 할 것이다.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한번 떨어졌다고 쉽게 정치를 접지 않을 것이다. ‘정치의 단맛’을 봤기 때문에 선거만 있으면 다음에 ‘또’ 출마할 것이다.

‘백성은 물과 같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또한 배를 엎을 수도 있다. 세상에는 백성보다 더 두렵게 느껴야 할 것은 어디에도 없다’<민유수야 수능재주 역능복주 물무험어민자의(民猶水也 水能載舟 亦能覆舟 物無險於民者矣)>

이번 선거 당선자들도 깊이 새겨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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