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광용 거제시장이 27일 거제시청 대회의실에서 ‘퇴임식’을 가졌다.

거제시는 퇴임식 보도자료를 통해 “변광용 거제시장은 퇴임사를 통해 ‘지난 4년 시장으로서의 여정은 혼자 했다면 결코 이루지 못했을 끊임없는 도전이였다’면서 ‘훌륭한 시민과 열정 넘치는 공직자들 덕분에 많은 성과를 이루어 냈고 행복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거제시는 보도자료에서 "변광용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거제지역 위원장을 거쳐 2018년 거제시장 선거에 출마해 제9대 거제시장으로 당선되면서 민선 7기 거제시를 이끌었다"며 "재임기간 예산 1조원 시대를 열었고 저도 반환, 거제 정금돔·파노라마 케이블카 개장으로 관광도시 거제의 입지를 다졌고 조선업 침체와 코로나 19로 거제가 가장 어려운 시기에도 ‘세계로 가는 평화의 도시 거제’라는 시정비전 아래 거제시정을 이끌어 나갔다"고 했다. 

퇴임식장과 거제시청 현관에는 ‘함께 했던 시간 행복했습니다. 거제를 위해 달려온 1460일 잊지 않겠습니다.’는 퇴임 슬로건을 걸었다.

변광용 재임시절 각종 구호가 시민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뜬구름 잡기식이었던 것처럼, 퇴임 구호와 퇴임사도 별로 가슴에 와닿지 않았다. 거제시청 공무원들은 ‘함께 했던 시간 너무나 불행했습니다’는 뒷말이 나오지 않을까?

민주당 정치인들은 세상을 보는 관점이 기자와 다르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이러한 예는 또 있다.

변광용 시장은 지난 2일 거제시장 선거 개표 결과가 발표된 후 페이스북에 짤막한 글을 남겼다. “거제시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성원에 보답하지 못한 책임 오로지 저의 부족함의 소치입니다. 반성하겠습니다. 박종우 후보께는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시민여러분 사랑합니다.”

일반적으로 ‘선거 결과를 겸손‧겸허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라는 말을 많이 쓴다.

변 시장의 페이스북 글은 거제시민 전체가 아닌 어느 한쪽을 보고 말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첫 머리 ‘거제시민 여러분’을 ‘지지자 여러분’으로 단어를 바꾸면 의미가 더욱 명확해진다. ‘지지자 여러분 죄송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성원에 보답하지 못한 책임 오로지 저의 부족함의 소치입니다. 반성하겠습니다.’로 문맥 흐름이 딱 맞아떨어진다.

마지막 문장도 ‘시민여러분 사랑합니다’를 ‘지지자 여러분 사랑합니다’ 바꿔 보면, 의미가 더 선명해진다. 변 시장의 이같은 현실인식은 4년 동안 편가르기가 얼마나 심했고, ‘내편’만 챙기는 시장이었음을 충분히 가늠해볼 수 있다.

자기를 지지하는 거제시민만 존재하고, 지지하지 않는 거제시민은 시민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내편’, ‘네 편’으로 나눠 편가르기 한 곳이 거제시 공직사회다. 1,200여 공직자는 시민의 세금으로 녹을 받는 거제시민의 봉사자다. ‘내편 네 편’이 있을 수 없다. 거제시 공무원 10명 중 7~8명이 변 시장에게 등을 돌리는 일이 왜 벌어졌겠는가.

통상 공무원들이 시장을 부를 때 ‘시장님’ 호칭을 많이 쓴다. 변광용 시장은 ‘영감님’으로 불러주는 공무원에게 시대에 맞지 않으니 '영감님' 부르지 말라고 제지하지 않고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변 시장 임기 4년 동안 ‘거제시 인사 시스템을 완전히 무너뜨렸다’고 시청 내 공무원들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말한다. 변 시장은 1966년 생이다. 임기 동안 거제고‧일운면 출신 동년배‧후배들을 5급 사무관으로 많이 승진시켰다. 이들은 정년이 짧게는 4~5년, 많게는 6~7년이 남았다. 이들보다 나이가 많은 6급 팀장들이 많다. 6급 팀장들은 변 시장이 승진시킨 공무원들보다 능력에는 큰 차이가 없다. ‘순리(順理)’대로 이면 5급 사무관이나 더 이상의 직급을 승진할 수 있었는데, 기회를 박탈당했다.

변 시장이 승진시킨 사무관들은 대거 면‧동으로 내려보냈다. 민간 자발적 단체인 ‘거제공정선거감시단’은 지방선거 기간 중에 “거제시 일부 공무원의 선거개입을 중단하라”고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공무원들의 선거개입이 있었다는 반증이다.

무너진 거제시 인사를 정상화시키는 일은 박종우 시장 당선자가 떠 안게 됐다. '인사 정상화까지 최소 몇 년이 걸릴 것이다'고 공무원들은 입을 모은다.

각종 관급공사를 빌미로 ‘이권 카르텔’ 울타리를 높게 쳤다. ‘충성맹세를 하던지, 민주당 입당 원서를 수십장 받아오면 관급공사를 한 건 준다'는 하소연을 익명의 거제시민이 거제인터넷신문에 여러 차례 한 적이 있다. 

이번 지방선거 때, 한 때는 ‘이권 카르텔’에서 혜택을 보다가 ‘팽(烹)’ 당한 시민을 여럿 접했다. 팽(烹)당한 지역인사들은 정당을 갈아타고 변 시장 낙선 운동을 벌이는 인사도 있었다.

변광용 시장은 취임 후 5급 사무관 ‘정무특보’ 자리를 만들었다. 오랫동안 함께 정치활동을 한 김대봉 특보를 임명했다. 김대봉 특보가 4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다. 정무특보가 썼던 컴퓨터를 한번 뒤져보면 4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확연히 드러날 것이다.

또 재선 선거 구호처럼 ‘중단없는 거제발전’이었는지, 아니면 선거운동 과정에서 상대후보가 공격한 ‘중단된 거제발전’이었는지는 앞으로 차츰차츰 공과(功過)가 드러날 것이다. 정권이 바뀌고 나면 항상 전임 정권 때 있었던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다.

변광용 시장이 4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기자의 머리에 뚜렷하게 각인(刻印)되는 것이 없다. ‘서울 출장 가서 누구 누구를 만났다’는 사진 찍은 것 외는 별로 기억이 없다.

국립난대수목원 소동, 대우조선해양 매각 문제 어정쩡한 입장으로 시장실 아수라장 사건, 해양플랜트국가산단 방치, 각종 재난지원금 ‘돈 퍼주기’, 거제시 인사시스템 붕괴, 거제시청 내 여러 유치원‧주차장‧식당확장‧정문확장 공사, 고현동 도시재생사업 등이 언뜻 떠오른다.

변 시장 임기 4년은 ‘사심없이 시민을 위해 거제시정을 펼친 것이 아니라, 거제시 행정조직을 이용하거나 정무특보‧거제시체육회 등 관변 단체 등을 통해 4년 동안 선거운동을 했다’는 느낌이 더 짙게 든다. 

2년 뒤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변광용 이름이 출마예상자로 벌써 거론되고 있다. 최근 민주당은 전국 지역위원장을 새로 뽑는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변광용 시장도 거제지역위원장에 응모했다고 전해진다. 2년 뒤 국회의원 선거를 겨냥하고 있음이 더욱 분명해졌다.

거제시장 임기도 마치지 않았는데 다음 선거 이야기가 나오니 이럴 때는 뭐라 말해야할지 어리둥절하다. 

거제시민 여러분, 변광용 시장과 함께 했던 4년이 행복했습니까?

 

 

 

저작권자 © 거제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