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거제시의회 보름째 원구성도 못하고 '하세월'…경남 19개 의회 중 '유일'
시민의 삶과 직결되는 '추경예산' 처리도 시급…몰락한 민주당 '몽니부리기'(?)

경남도의회를 비롯해 경남 기초자치단체 8개 시(市)부, 10개 군(郡)부를 합쳐 19개 도‧시의회가 있다. 거제시를 제외한 18개 도‧시의회는 원 구성을 모두 마쳤다. 이번달 1일 임기가 시작됐음에도, 거제시의회만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자리 욕심에 원 구성도 하지 못하고 허송세월만 보내고 있다.

“거제시의원들 하는 ‘짓거리’를 보면 정당정치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중앙정치 안 좋은 점만 배워서 큰일이다.”

“지금 거제는 조선 경기는 좋아졌지만, 인력난으로 힘든 시기다. 하청지회 파업으로 지역 경제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데 시의원들은 자리 욕심에 지역 현안은 내팽개치고 있다.”

“제발 정신차려라. 계속 우기고 싸워라. 그러면 주민소환 들어간다.”

지역의 한 정치인이 최근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이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파업 사태로 거제 지역 경제가 ‘절체절명(絶體絶命)’ 위기 상황에 봉착해 있다. 대우조선 직원‧가족, 지역 자생단체, 상공계, 소상공인 등이 연일 기자회견을 갖고 ‘조속한 해결’을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 ‘시민의 녹(祿)’을 받는 거제시의원들은 에어콘 잘 들어오는 시의회 사무실에서 한가롭게 시민 세금을 축내고 있다.

명분 없는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의 ‘잇속 챙기기’는 이제 시민들에게 더 이상 관심도 끌지 못하고 있다. 

거제시의원의 권위는 이제 먼 시절 이야기다. “‘시정 잡배’ 보다 못한 행동을 스스럼없이 하고 있다”고 한 지역 인사가 직격했다.

지난 1일 본회의장을 뛰쳐나간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시의원수가 ‘8대8’로 동수이기 때문에 전반기는 국민의힘에서 의장을 하고, 후반기는 민주당에서 의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13일 국민의힘‧민주당 소속 대표 시의원들이 회의를 갖고, 하반기 의장은 민주당에서 한다는데 ‘의견 일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민주당은 ‘하반기 의장은 민주당에서 한다’는 약속을 두 정당 소속 시의원들이 서명을 해 언론에 밝히면 원구성에 임하겠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여러 '계파'로 나눠져 있다. 하반기 의장을 준다고 해도, 일사분란하게 의견 일치를 보기 어려운 구조다. 그러니 '하반기에는 국민의힘에서 의장 출마 하는 의원이 없도록 해달라'는 요구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금까지 거제시의회 내에서 있었던 의원 간 ‘합의 사항’은 언론이 공개하라고 요구해도 잘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시민은 “국민의힘에서 쉽게 양보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국민의힘에서 양보를 하니 또 다른 핑계거리를 찾아 ‘몽니부리기’격이다”고 꼬집었다.

후반기에 민주당 소속 시의원이 설상 의장을 한다고 해도 민주당에 무슨 이익이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또 ‘민주당에서 후반기 의장을 꼭 해야 하겠다’고 하면, 왜 의장을 해야 하는지, 의장을 하면 시민에게 무슨 이익이 있는지를 먼저 밝혀야 할 것이다.

1일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시의회 본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면서 낸 입장문 내용 중에 “지금까지 거제시의회 의석은 늘 한 쪽에 쏠렸다. 돌아보면 지방정부를 이끌어가는 자치단체장과 집행부를 견제할 지방의회가 같은 정당 소속으로 다수당을 점한 거제시의회는 독선과 오만으로 이어졌다. ‘집행부 거수기’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고 했다.

제8대 거제시의회는 민주당 소속 시의원 10명, 국민의힘 5명, 정의당 1명이었다. 변광용 거제시장 민주당 소속이었다. 민주당이 낸 입장문을 풀어보면 ‘민주당이 다수당을 점한 제8대 거제시의회는 독선적이었고 오만했다. 집행부 거수기 노릇을 했다’고 자인하는 셈이다. 내 얼굴에 침 뱉는 격이다. 

▲ 지난 1일 본회의장을 퇴장하는 민주당 소속 시의원 모습

또 입장문에 “당리당략을 앞세워 정쟁으로 나아가서는 안될 것이다. 민생이 우선이어야 한다. 소통과 협치를 우선 순위에 두어야 한다.”고 했다. 시의회 원구성 파행이 ‘당리당략을 앞세운 정쟁’이 아니고 무엇인가.

거제시의원은 의원 1인당 의정활동비 월정수당 합쳐 급여명목으로 매달 336만원을 받는다. 의원 1인당 1년에 4,032만원을 받는 셈이다. 16명 시의원을 합산하면 6억4,512억원이다.

그런데 거제시의회 예산 중 ‘의정운영’ 1년 예산은 10억6,647만원이다. 의정 운영 예산은 의정활동비, 월정수당 외에 의원국내·외 여비, 의정공통경비, 의회운영업무추진비, 의원역량개발비, 의원정책개발비, 의장협의체부담금, 의무보험료 등이 포함돼 있다. 10억6,647만원을 16명 의원으로 나누면 1인당 6,665만원이다.

의장으로 선출되면 매월 213만원, 부의장 115만원, 상임위원장 3명 각 75만원씩 업무추진비로 사용할 수 있다.

의회 회의 규칙에 ‘다선 의원, 연장자’ 등을 배려하는 문구를 명문화해놓은 것은 수십년 동안 이어져온 지방 의회 ‘권위’의 산물이다. 시의회와 시의원 개개인의 권위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선 의원을 배려하고, 연장자를 예우하면서 선배 의원들이 노력해 만들어놓은 의회 역사다. 수십년 의회 운영 ‘연륜(年輪)’이 담겨 있다.

지금 거제시의회는 시민의 삶과 직결되는 추경예산안 처리가 시급하다. 통상적으로 1차 추경은 4월 전후로 한다. 그런데 올해는 선거 때문에 늦어졌다. 추경예산 규모도 1,564억원으로 크다. 추경예산에는 코로나 관련 지원예산, 시급한 민생 예산, 지역경제 회생 ‘거제사랑상품권’ 확대 등이 포함돼 있다. 거제시 집행부는 지난 11일 추경예산 의회 소집 요구를 했으며, 14일 거제시장 명의로 '부의안건' 공고를 했다. 시의회 근무 공무원은 시의회서 자체 인사를 한다. 거제시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보좌하기 위해 정책지원관도 뽑았다. 선발만 해놓고 인사발령이 못 내 ‘대기중’이다. 원 구성이 안돼 발생하는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번 민주당 시의원들의 ‘원 구성 지연 술책’은 제도권인 거제시의회를 교두보로 삼아 지역 정치 ‘발목 잡기’를 하겠다는 심산이 깔려있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장 잃고, 도의원 3명 다 잃고, 시의원도 10명에서 8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나마 최후의 보루로 남은 것이 거제시의원 8명이다.

거제 민주당은 지역 내 여러 계파가 있다. 당적을 옮긴 적이 ‘있느냐. 없느냐’를 놓고 티격태격이다. 한 예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민주당 소속 다선(多選) 의원을 재선(再選)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자기들보다 선수(選數)가 낮은 ‘초선(初選)’으로 본다는 이야기도 있다.

11일 변광용 전 거제시장이 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민주당 거제 지역 맹주다.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의 정치 행위 최종 책임 귀착점은 지역위원장이다. 지역 정치에 책임을 져야 한다. 변광용 위원장은 ‘2024년 국회의원 선거 출마‧당선’을 목표로 삼고 있을 것이다.

변광용 지역위원장은 이번 의회 파행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변 위원장은 거제시장을 4년 해봤으니 거제시정‧거제시의회 사정을 알 것이다. 변 위원장은 지금의 의회 파행사태가 변 위원장의 향후 정치 행보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는지,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의 ‘원 구성 몽니 부리기’가 시민들에게 크게 환영받는 일이면, 앞으로 2년 뒤 국회의원 선거 때까지 ‘원 구성 지연’, ‘거제현안 사사건건 발목잡기’를 더 많이 해도 된다. 그래야 민주당 국회의원 후보가 표를 더 많이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제시민 민심은 정반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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