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용 자유기고가, "시민이 알아야 당하지 않습니다."

▲ 김범용 자유기고가
요즘 돌아가는 경제상황을 일반인이 이해하기는 아주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이 저마다 자신없이 다른 말을 하니까 더 더욱 그렇습니다.

김광수 경제연구소나 재야의 부동산비관론자인 윤상원 씨 말을 들으면 아파트는 거품붕괴 직전이라고 하는 데, 어처구니없이 전세대란이 튀어나오고, 게다가 과다대출로 집을 잃게 되는 하우스푸어 문제, 일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중산층으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없는 워킹푸어의 문제 등 중산층의 몰락과 극단화되어가는 빈부의 양극화현상으로 푸어(Poor)가 붙는 신조어도 많이 늘었습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크레딧 푸어, 돈이 없어 병원에 갈 수 없는 헬스 푸어도 대한민국에 넘쳐납니다.

생활경제 측면에서는, 얼마 전에 배추대란을 시발탄으로 생활물가의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급 부각 되고 있고, 거시경제 측면에서는 세계는 최악의 무역 분쟁과 근린궁핍화 정책이 난무할 환율전쟁이 임박 했다고 하고, 그걸 막아보겠다고 G20 정상회담에 부질없을 것 같은 기대들을 하고 있고, 무가 가판신문 찍어내듯 천문학적인 금액을 종이에 찍어 전 세계에 살포하려는 미국의 달러로 인한 풍성한 외화 유동성에 주식시장은 요동치고, 혹시 그 유동성이 우리나라 부동산으로 몰려오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되고 정말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속이고, 마치 뭔 일이 꼭 터질 것은 팽팽한 긴장감이 머리 위 먹구름처럼 감도는 것이 세계경제의 현재 상황입니다.

2007년 말에 스탠다드챠터더 은행의 한국지점장이 우리나라의 적정환율은 1달러당 841원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G20한다고 많이 내려서 1,100원대입니다. 달러 기준으로 보면 대한민국의 모든 자산은 25% 정도 하락했습니다.

달러가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나라 화폐대비해서 똥값이 되었는데도 그렇습니다. 일본 엔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자산가치는 이미 반토막 났습니다. 그만큼 가난해진 겁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아파트값은 자꾸 떨어집니다. 건설업체들은 부도의 공포에 휩싸여있고, 돈은 은행에서 빠져나올 줄을 모릅니다.

대부분의 거제시민들에게 환율전쟁이 피부로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잘 알지도, 알고 싶지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거대한 메트릭스 안에 우리의 삶과 생활이 갇혀 있기에, 이 망할 놈의 세상이 어찌 돌아가야 제대로 돌아가는 것인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런데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하루 하루 먹고 살기 바쁘고, 알아야 별 수 있겠는가 하고 생각 할 겁니다. 맞습니다. 알아도 뾰족한 대처 방안이 없습니다. 그 잘난 수출대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수많은 중소기업들을 피멍이 들게 한, 물론 본인들은 부인하지만, 소위 ‘강만수-최중경 환율정책’에도 울분을 토해보았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습니다.

물가를 잡는 것이 최고의 목표여야 할 한국은행이 정부눈치만 보면서 계속 금리를 올리지 않고 있는다고 해서, 비겁한 자식들 왜 금리를 계속 동결하느냐고 따질 수 도 없고, 우리 서민들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가만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행이 비상식적으로 금리인상을 못하는 근본 원인은 두 가지 정도라고 합니다. 하나는 1,500조원에 달하는 국가부채의 문제이고, 또 하나는 하우스 푸어를 포함한 푸어 공화국에 금리를 높인다면 전 세계에서 은행빚이 2번째로 많은 우리나라 국민들이기에, 은행이 국민을 잡아먹는 사태가 오게 되기 때문입니다.

무기력함을 느낍니다. 존재의 가벼움도 느낍니다. 누구 말대로 돈 안 되는 글질 같은거 하지말고, 그냥 생활전선에서 뛰어들어 열심히 돈이나 벌라는 말처럼, 열심히 버는 수밖에는 없다는 원론적인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런데 열심히 버는 것도 쉽지 않고, 열심히 한다고 해서 수입이 갑자기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지금처럼 물가가 치솟으면, 실질 임금은 축소되어 갈 판이니, 우리 모두 지출을 줄여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소비가 줄면 경제는 더욱 나빠집니다. 일반 가계는 안 먹고, 안 쓰고, 애들 학원비 줄여야 생존을 할 수 있는데, 이렇게 민간소비가 줄면 내수시장이 취약한 우리나라 경제에 치명타이고, 중소 자영업자들은 몰락합니다.

이 와중에 대기업들은 골목길 구멍가게나 슈퍼까지 넘보고 있습니다. TV에도 방송한 내용이지만 대기업 프렌차이즈인 SSM(슈퍼 슈퍼마켙)하나가 동네에 들어오면 주변 수십 개 자영업자들이 가게를 닫아야 합니다. 한 여당 국회의원이 WTO 운운하면서 관련 법개정을 유보시킨 것은 구차한 변명입니다. 대기업은 무서운 호랑이이지만, 전국에 산재한 구멍가게들은 그냥 개미들일 뿐입니다.

이처럼 금리, 환율, 조세정책이나 기타의 경제관련 정부의 정책은 직간접적으로 구체적인 수혜자와 구체적인 피해자를 만듭니다.

케임브릿지 대학의 장하준교수는 그래서 이시대의 등불입니다. 정부와 제도권 경제학자들이 얼마나 지금까지 우리를 기만해 왔는지 장하준교수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장하준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말하다.”란 책에서 웅변하고 있습니다.

장하준 교수는 경제학에서 95%는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고, 나머지 5%도 일반인들도 조금만 공부하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한민국의 국격이 올라가려면 대한민국의 시민의식도 올라가야 합니다. 시민들이 경제를 알아야 정부가 시민들을 무서워하게 됩니다.

한나라당이 강부자정권, 웰빙정당이란 비아냥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정부는 아무것도 아닌 내용을 마치 대단히 전문적이고 특수한 것으로 포장해서 가진자들의 이익을 수호하려해서는 안됩니다.

하버드대학 교수인 마이클샐든의 책 ‘정의란무엇인가’가 쉽지 않은 내용에도 올해 낙양의 지가(紙價)를 올렸다고 합니다. 그냥 잘 팔렸다는 말입니다. 경제정의에 대해 일전에 모 정치인에게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케익을 5조각으로 나눌때의 정의란 케익을 자른 사람이 마지막에 남은 조각을 먹는 것이 정의입니다 라고…

정의로운 자본주의와 대한민국을 기대하면서 다음 칼럼에서는 거제경제의 희망은 무엇인지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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