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첫 인사부터 잘못 끼운 단추…무슨 희망으로 기대 부응할 것인가
선거 때도 아닌데 민주당 정치공세에 맞대응 행정력 낭비

박종우 거제시장이 지난 7월 1일 취임한 후 50일을 넘겼다.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처럼, 박종우 시장 취임 후 거제시 인사가 공무원 사회 내 어떤 평을 듣고 있을지 궁금하다. 거제시 인사에 대한 민심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는 공무원노조 거제시 홈페이지다.

지난 7월 18일 간부공무원 11명 인사를 했을 때, 공무원 노조 홈페이지에 “천왕이 주요 부서 과장이라”는 제목으로 글이 게시됐다. 조회수가 5,456명이다. 댓글이 32개 달렸다. 조회수는 박종우 시장 취임 후 역대 두번째로 많다. 여기서 ‘주요 부서’란 행정과를 의미한다.

또 8월 5일자 정기인사를 한 후 “제2의 조제남 탄생!!”이라는 제목으로 글이 게재됐다. ‘조제남’은 ‘조선에서 제일 잘난 남자’라는 의미로 전임 시장 시절 총애를 받았던 모 공무원을 지칭하는 말이다.

게시글 내용을 간추리면 “자기한테 잘 보이는 공무원은 좋은 자리 앉히고, 자기한테 찍힌 사람은 안 좋은 곳에 보내고, 하위직 인사전횡을 휘둘렸다. 인사 관련 청렴도 기대하겠다. 시장이 청렴도 떨어지면 안된다고 강조했는데, 인사 관련 청렴도는 더 떨어질 것 같다.” 조회수가 5,000이며, 댓글이 53개나 달렸다.

댓글에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행정직 유일한 천왕을 거기 그 자리에 앉힌 이유가 뭡니까? 이런 동향파악도 안되는게 이해가 안가서 그럽니다.”고 항변했다.

변광용 전임 시장 시절, 5급 정무특보를 신설해 정치적 행보를 같이 한 김대봉 특보를 선임해 4년 가까이 근무했다. ‘정무 특보’에 대한 세간의 평은 그렇게 썩 좋지 않았다.

박종우 시장 취임 후 정무특보 명칭을 ‘정책보좌관’으로 바꿔, 서용찬 전 모닝뉴스 대표를 지난 9일 임명했다. 지역에서 ‘인재’를 찾기가 쉽지는 않지만,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다. 전임 시장의 인사 관행과 무엇이 다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창원KBS는 최근 박종우 시장이 거제 연초댐 상수원보호구역 안에 있는 본인 소유 농지에 가족묘를 무단 조성해 수도법과 농지법 위반으로 경찰 고발됐다고 보도했다. 강제이행부담금 500만 원의 처분을 받았다.

또 박 시장은 자신이 소유했다가, 법인으로 대표를 바꾼 통영 소재 리조트 안 농지를 불법 전용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는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종우 시장의 불법행위와 자질에 대해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지역구 서일준 국회의원이 모든 것을 알고도 공천했다면 범죄를 묵인하고 거제시민을 철저히 기만하고 속인 것이다”며 “박종우 시장은 즉각 사퇴하고, 서일준 국회의원은 시민 앞에 공개사과 하라”고 요구했다. 민주장 거제지역위원장은 변광용 전 거제시장이다.

민주당 소속 거제시의원들은 22일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치 공세를 이어갔다.

이에 대해 박종우 시장은 22일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냈다. 박 시장은 “지난해 연초면 천곡리 212번지로 이장한 가족묘지는 관련 법을 위반한 사실이 맞지만,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한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다” 고 해명했다.

“연초면 오비리에 있던 문중 선산에 거제중앙하수처리장이 들어오게 돼 어쩔 수 없이 충해공원묘지가 있는 연초면 천곡리로 옮기게 됐다”며 “2021년 봄 이장한 가족묘지 조성지가 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통보 받았다. 거제시 행정처분에 따른 과태료와 이행강제금을 모두 납부했다. 현재는 법이 정한 이전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고 했다.

“통영의 리조트는 지금은 법인이 관리하고 있으나, 농지는 법인에 이전할 수가 없어 개인 명의로 남아 있는 사항이다”며 “인지한 불법 사항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바로 잡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안은 지난 선거 때 일부 불거졌던 내용이다. 민주당 정치인들이 시장에게 흠집을 내기 위해 입장문을 내고,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본업(?)일 것이다. 그런데 거제시장이 거제시 행정현안이 아닌 다른 일에 사사건건 ‘입장문’을 내는 것도 모양이 좋지 않다. 지금은 선거 국면도 아니다. 선거 때 ‘논평’으로 옥신각신하던 모습이 재연되고 있다. 마치 선거 기간으로 생각하고 있는 느낌이다.

거제시는 지난 17일 민선 8기 박종우 시장 공약사업 검토 보고회를 가졌다.

인수위원회서 만든 공약을 거제시 부서별로 배정하고, 실천계획을 점검했다. 95개 공약을 정리했다.

거제시는 주요공약으로 경제자유구역 거제확대지정, 한국폴리텍대학 거제캠퍼스설립, 컨벤션센터 건립, 도립미술관 거제분관 설치유치, 한‧아세안 국가정원 조성, 시립화장장 설치, 거제~가덕도 신공항 철도연결, 통영~대전고속도로(35호선) 거제 연장 등을 내세웠다.

시는 앞으로 공약을 최종 확정해, 시 홈페이지에 공개할 예정이다.

인수위원회가 당초 거제시에 제시한 공약 중에 ‘거제해양플랜트국가산단’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인수위원회가 공약을 확정한 후 박종우 시장에게 틀림없이 보고했을 것이다. 박종우 시장도 거제해양플랜트 국가산단이 공약에서 뺀 것을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박종우 시장은 취임 50일을 맞아 일부 언론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지부진한 거제해양플랜트 국가산단에 대해 물었다.

박 시장은 “국토부에서는 대기업의 SPC(특수목적법인) 구성원 참여 미확정, 자금조달계획 미 적정 등의 사유로 승인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

이어서 “우리시에서는 SPC 이사회, 주주총회를 통한 사업시행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향후 환경영향평가 재협의 여부와 사업의 추진 방향, 전략 등을 결정토록 할 계획이다”며 “조속한 결정으로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미래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기간을 최소화하겠다.”고 답변했다.

박 시장의 답변을 여러번 읽어봐도 의례적이며, 형식적인 답변 내용이다. ‘사업시행자 의견 수렴’, ‘주민불편 최소화’ 등의 표현은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보다는 기회되면 ‘발을 빼겠다’는 의중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취임 50일 기자회견문을 읽어보면‘100년 거제 디자인’ 비전도 광역교통망 구축에 경도된 느낌이다. 거제 100년을 내다보고 ‘담대한’ 거제종합발전계획을 세우겠다는 인식과 실천계획이 보이지 않는다.

전임 시장 시절 4년 동안 ‘세계로 가는 평화의 도시 거제’ 슬로건은 제대로 착근하지 못하고 시민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거제 현실과 맞지 않는 머리로만 생각한 구호였기 때문이다.

박종우 시장이 내건 ‘시민중심, 희망의 새로운 거제’는 전국 어느 지자체나 쓸 수 있는 매우 평범한 구호다. 행정은 당연히 ‘시민 중심’이 돼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취임 50일을 맞았다. 하지만, ‘희망의 새로운 거제’는 시민이 무슨 희망을 가져야 하는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다.

지난 선거 과정에서 불거졌던 박종우 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이 사법기관 조사가 끝난 후 ‘기소’라도 된다면, ‘정치공세’는 더 거세질 것이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지 않도록 심기일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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