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에서 출생한 청마 선생의 더 높은 명예, 그 가치는 국민 모두가 이어나가야

▲ 김무영 시인

청마 유치환 시인은 1908년 거제시 둔덕면 방하리에서 태어났다. 청마 선생이 문단에 통영출생이라 기재된 것은 호적(본적) 제도가 1910년도에 만들어졌고, 또한 본적은 출생지가 아닌, 신고에 따라 등록되는 제도였기 때문이었다. 청마 선생은 세 살 때 형인 동랑 유치진 극작가와 함께 외가인 통영으로 이사를 갔다. 이것이 작고한 세 딸들의 생전에 증언이었다.

그리고 1997년 양산에 있던 선생의 묘소를 고향 둔덕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출생지에 대한 반전은 극에 달한다. 이미 둔덕 지전당골에 모신 선생의 어머니 묘비에 ‘언젠간 청마 자신도 어머님 곁에 묻히겠다.’는 글을 직접 남겼다.

거제에서는 문인들을 주축으로 ‘동랑청마기념사업회’를 만들어 이들 형제를 기리는 사업을 벌이다가 정부의 일제청산 방침에 친일 논란이 일었던 동랑 선생을 빼고 ‘청마기념사업회’로 변경하였고, 출생지 논란으로 소송까지 가기도 했다. 이 소송 과정에서 통영은 언론이나 방송 등의 내용을 증빙자료로 냈으나 거제에서는 자녀들의 증언뿐만 아니라 출생의 배경이 된 문중, 그리고 선생의 문학 작품 내용이나 배경 등 구체적인 사실에 입각한 내용을 자료로 제출해 향후 선생의 문학을 이해하고 연구하는데 큰 자료로 남게 되었다는 점이 큰 성과다. 이 소송 과정에서 전 기념사업회장과 임원 등이 서울을 오가며 증언을 이끌어 냈다.

게다가 선생의 세 자녀가 출가한 문중의 반대를 무릅쓰고 둔덕에 있는 부모인 청마 선생내외 묘소 아래 잠들었다. 생전에 자녀들이 할머니에게서 들은 ‘너의 아버지(청마)는 거제 둔덕에서 태어났다.’라는 말을 생생이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선생은 부산, 대구, 경주 등 교장을 역임하면서 제자들이나 교사들에게까지 참된 인성을 주입시켰고, 문단 일에도 활발했다. 특히. 한국시인협회를 만들어 초대 회장이 되어 한국 문학발전에 공헌했다. 선생의 성품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학생들, 그리고 문학생도들, 한국문학을 위해 헌신했다. 선생의 주옥같은 시는 아직도 국민들의 가슴에 녹아들고 있지 않는가.

선생의 문학 혼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08년 탄생 100주년을 맞아 청마문학제와 함께 청마문학연구상을 제정하고 시상했다. 이 상은 통영의 청마문학상과 그 방향을 달리하기 위해 문학박사 학위 논문이나 대학 강사, 문학 관련 대학(원)생이나 갓 졸업자나 문학도 등에 수여해 청마 선생을 연구하고 문학 혼을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 청마문학연구상이 본래 만들어진 취지로 잘 운영되어 오다가 금년에 문제가 발생했다. 응모한 대학원생과 80인 노 문학가의 논문 중에서 노 문학가의 논문을 당선작으로 한 것이다. 물론 수준이 월등히 차이가 나면 그럴 수 있고 당연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별 차이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일부 심사자들은 거기에 고개를 젓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왜 잘 운영되어 오다가 이럴까. 현 기념사업회장이 당선자로 선정한 노 문학인이 대표로 있는 문학지에서 상을 받은 보상 차원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또 현 회장이 노 문학가가 운영하는 문학지에 임원도 맡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청마기념사업회에 이 문학지에 등단하는 자들로 채워지고 있어 의문은 더 커지는 이유다.

논문 내용이 월등히 차이가 나거나 공정했다면 언론지상에 기사화될 수 있었을까. 하필이면 이런 인과관계로 얽힌 자를 선정한 배경은 무엇일까.

현 회장이 기념사업회장을 맡으면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지난 연말에는 청마기념관 사무장을 사무총장으로 격상하여 공고하고, 연령 한도도 현 60세인 것을 68세로 올려 문화예술회관에서 퇴직한 당시 기념사업회 부회장을 선임하려다가 언론지상에 기사화 되기도 했으며, 모 시의원은 이런 불합리한 내용을 시정질의에 넣었다가 이들의 저항으로 긴급히 다른 것으로 바꾸기도 했다.

청마 선생은 만인이 인정하는 대한민국의 문호다. 청마 선생의 명성에 걸맞게 청마기념사업회가 운영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일부에서 선생의 이름으로 사욕에 눈이 멀었다면 청마 관련 단체 소속원이 되어야 하겠는가. 그것도 대표격인 자들이라면 제고하고 정비하고 정리해야 마땅하다.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청마기념관이기 때문이다.

청마 선생을 정말로 아낀다면 지역을 넘어 외연 확장은 필수다. 청마 선생에 관한 행사도 그렇거니와 그 구성원들까지 지역에 머문다면 청마 선생의 문학 세계에 맞지 않다. 청마에 관한 사업이나 문학을 이끄는 자들은 자연의 이치에 순응한 순수 문학을 주창한 청마 선생의 문학 정신에 부응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더 이상 잡음이 나오지 않는 특단의 대책을 시와 시의회, 그리고 지역민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청마 선생이 우리와 함께 영원히 살아 숨 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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