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타당성 재조사에서 B/C비율 낮게 예측…정치적·정책적으로 접근해야

▲ 통영~거제 고속도로 노선
통영~거제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위기에 봉착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비공식 확인에 따르면 통영~거제 고속도로의 건설비용 대비 편익비 비율, 즉 B/C비율이 '건설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기준치인 1보다 낮게 나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영~거제 고속도로는 대전~통영 고속도로 끝 지점인 통영I.C에서 한산만을 건너 연초면 송정리 거가대교 접속도로까지 30.36㎞ 건설사업이며, 사업비는 1조2,29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5월 발표한 남해안권 발전 계획에 통영~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포함시켜 곧 착공에 들어가는 듯 했으나 단서조항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

정부 발표에서 "통영~거제 고속도로는 타당성 재조사를 거쳐 사업시행 여부를 결정한다"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통영~거제 고속도로 사업 시행 여부를 결정짓기 위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타당성 재조사 용역을 올해 8월 의뢰했다. KDI는 현재 용역 수행의 마무리 단계이며, 올해말까지 기획재정부에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거제시 관계공무원에 따르면 "B/C 비율이 낮게 나온 이유는 마산에서 거제까지 연장되는 국도5호선이 거가대교의 교통량을 일부 흡수하기 때문에 통영~거제 고속도로의 B/C 비율이 더 낮아졌다"고 했다.

통영~거제 고속도로 건설 사업의 첫 번째 제동은 지난 2007년 5월 감사원이 “(통영-거제 고속도로는) 국도 14호선 우회도로와 병행하여 건설되기 때문에 사업성이 낮다. 착공시기를 늦춰라.”고 감사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 남해안권 발전 종합계획에 포함된 통영~거제고속도로. 정부는 타당성 재조사를 거쳐 사업시행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혀 현재 한국개발연구원에서 타당성 재조사를 하고 있다.
첫 번째 제동에서는 국도14호선 우회도로가, 이번 사업타당재조사에서는 노선도 확정되지 않았고, 완공시기도 불명확한 마산~거제간 국도 5호선 연장 구간 때문에 제동이 걸리자 권민호 시장의 입장은 단호했다.

권민호 거제시장은 또 "마산~거제를 잇는 국도 5호선 연장 사업은 노선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언제 완공될 지도 모르는 사업을 고속도로 타당성 조사에 포함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며 "국도 5호선은 건설할 필요가 없다"고 격한 감정을 토로했다.

권민호 시장은 4일 "거제시민은 지금도 교통난을 겪고 있는데, 거가대교가 개통되면 교통대란은 불보듯 뻔할 것"이라며 "거가대교 개통에 앞서 통영~거제 고속도로 연장 사업이 먼저 결정되지 않고는 거가대교 개통을 막을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가닥 희망은 계층화 분석법(AHP)으로 "사업 타당성이 있다"고 결론이 내려지면 통영~거제 고속도로가 건설될 가능성도 있다.

계층화 분석법(AHP)는 대운하, 새로운 공항, 지하철, 도로 등 기반시설 사업의 타당성여부를 판별하는데 있어 B/C분석과 더불어 가장 많이 쓰이는 분석기법 중 하나이다.

윤영 국회의원은 8월 11일 통영~거제고속도로 사업타당성 조사 용역을 수행중인 한국개발원을 방문한 자리서 "2000년 이후 완공된 19개의 고속도로 중 예측 수요 대비 실제 이용률을 충족하고 있는 고속도로는 단 한군데 밖에 없으며, (예측대비 실제이용률이) 50% 이하인 노선도 8개나 존재한다"고 말했다.

▲ 거제시 정치인들이 올해 8월 11일 사업타당성 재조사 용역을 하고 있는 한국개발연구원을 방문해 통영~거제 고속도로 건설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윤영 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고속도로 건설의 우선 순위 결정이 경제적 측면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정책적 다른 요인도 감안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윤영 의원실 박선재 보좌관은 9일 통화에서 "B/C가 1이 안될 것이라는 것은 미리 예견된 사항이고, B/C가 1이 넘었으면 벌써 착공되지 않았겠느냐"며 "계층화분석법(AHP)의 여러 요소 중에 통영~거제고속도로는 정치적 정책적으로 접근해 풀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당초 통영~거제 고속도로 건설 계획은 대전~서부경남~부산을 연계하는 U자형 네트워크 구축차원이었다는 것이 정부의 각종 자료에 밝혀져 있다. 또 부산~거제~통영~남해~여수~완도~목표를 잇는 천혜의 남해안관광벨트 구축의 핵심 인프라 차원에서 논의됐다.

통영~거제 고속도로는 U자형 국가도로망 구축과 남해안 관광벨트 구축의 핵심 인프라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한다.

시민 최 모씨는 "부산에서 여수 완도 목표까지 연결하는 도로의 허리가 끊긴 남해안관광벨트 사업은 더 이상의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권 시장은 "거제는 세계 1위 조선도시로써 국가 경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다. 거가대교 개통 전에 정부에서 통영~거제 고속도로 연장 사업의 시행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거제시 담당공무원은 "통영~거제 고속도로 건설을 위해 행정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역부족임을 느낀다"며 "이제는 시민이 나서 단합된 힘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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