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비전문가 공무원 2명으로 ‘거제 100년 디자인하겠다'는 생각 버려야
지방연구원법 어기지 않고 영속성 갖춘 '거제발전연구원' 설립 고민해야

박종우 거제시장은 5일 거제시장 취임 100일을 맞아,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박 시장은 이 자리서 ‘거제시정 10가지 핵심 과제’를 발표했다. 핵심 과제 중에 새로운 거제 100년 디자인, 산업다각화를 위한 신산업 육성, 거제만의 관광콘텐츠로 미래먹거리 산업 준비,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도시 조성, 남해안 거점 광역교통망 구축 등을 내걸었다.

박 시장의 기자회견 후 거제시가 낸 보도자료에 “새로운 100년 거제를 디자인하기 위해 본격적인 거제 발전 밑그림 그리기에 돌입했다”며 “ ‘100년 거제 디자인 TF팀’을 신설해 100년 거제 디자인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실행 로드맵을 마련할 예정이다”고 했다.

또 “시민생활 및 관광발전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도시계획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지역별 특성을 살려 신·구 건축물의 조화, 거제시만의 독자적인 걷고 싶은 거리, 고유한 음식문화거리,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도시로 구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전했다.

거제시는 또 박종우 거제시장의 공약을 다섯 개 분야를 나눠 시 홈페이지에 게재해 놓았다.

지역경제‧산업, 지방자치 발전, 도시개발, 체육‧문화‧관광‧역사, 복지, 환경 등에 대한 공약은 ‘담대한’ 거제 발전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박종우 시장이 ‘의욕에 차’ 기자회견을 하고, 공약도 발표했지만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김한겸‧권민호‧변광용 전 거제시장 시절에도 공약과 시작은 늘 그랬다. 임기가 끝나면, 다음 시장은 전 시장 공약을 모두 파기하고 새로운 공약을 꺼낸다. 짧게는 4년, 길게는 8년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대대적인 언론 홍보 등을 통해 여론전을 벌여 해당 시절의 공약이 최선의 공약인 듯하지만, 임기만 끝나면 공약이 ‘흐지부지’되고 만다.

변광용 시장 시절, 지난해말 2억7,600만원을 들여 거제발전종합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박종우 거제시장 취임 후 거제발전종합계획은 몇 개월도 안돼 사문화됐다. 거제 현실과 전혀 맞지 않고, 거제 현실에 토대를 두지 않은 유토피아적 거제발전공약이었다. 박종우 시장이 거제시의회서 언급한 것처럼 ‘캐비넷 속 발전계획’이 돼 버렸다.

기자는 몇 번의 역대 거제시장들을 겪었다. 역대 시장들은 거기서 거기였다. 박종우 시장도 역대 거제시장들처럼 ‘그만그만한’(?) 시장으로 임기를 끝낼 것이다.

해당 시장 시절에는 공약이 그나마 버티고 있다가, 해당 시장 임기가 끝나면 없었던 일이 될까. 왜 이렇게 되었을까. 또 정략적(政略的) 공약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마디로 시정 ‘영속성(永續性)’이 없기 때문이다.

박 시장이 거창하게 밝힌 ‘100년 거제 디자인 TF팀’ 해봐야, 소속 공무원 2명이 전부다. 2명의 공무원이 ‘거제 100년을 디자인하겠다’는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T/F팀에 시청에서 나름대로 우수한 공무원을 뽑았겠지만 ‘비전문가’다. 박종우 거제시장이 강조하고 있는 ‘100년 거제 디자인 TF팀’이 거제시의 R&D 기능을 담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거제시 공무원들도 이구동성으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음도 알아야 한다.

지난 2020년 1월 9일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2020 경남 사회혁신 국제포럼'이 열렸다.

한때 산업 중심 도시였다가, 산업 몰락 등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사회혁신 전략으로 지속가능한 모범 지역으로 발돋움한 스웨덴 말뫼, 미국 포틀랜드, 스페인 빌바오 전‧현직 시장이 포럼에 참석했다.

리팔루 말뫼 전 시장은 1994년부터 2013년까지 무려 19년간 말뫼의 시정을 맡아 성공적으로 도시 전환을 이끌어냈다. 각 분야 전문가, 시민으로 구성된 TF를 구성하고, ‘친환경’이라는 비전을 채택해 생명‧바이오 등 신산업 중심의 ‘지식 도시’로 탈바꿈시켰다.

말뫼는 스웨덴 서남쪽에 위치한 인구 30만명 규모의 도시다. 조선업이 위기에 직면하고 ‘말뫼의 눈물’로 알려진 조선소가 폐쇄되면서 실업률이 22%까지 치솟았다. 도시전환 계획 이후 친환경‧미래산업 관련 우수 인재가 모여들고, 스타트업‧벤처기업이 다수 생기면서 유엔환경계획이 뽑은 ‘세계에서 가장 살기 도시’로 꼽힌다.

리팔루 전 시장은 “우리가 전환에 성공하려면 첫째 우리 주위를 둘러싼 환경과 그 맥락을 거시적으로 이해해야 하고, 둘째 도시의 모든 이해관계자와 시민들을 논의의 테이블로 불러 모든 변화 과정의 행위자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하며, 셋째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경제‧사회‧환경 모든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무엘 아담스 미국 포틀랜드 전 시장은 1970년대 환경오염, 공동화로 위기를 겪은 포틀랜드가 첨단산업뿐만 아니라 소규모 메이커, 로컬 크리에이터의 도시로 변모하게 된 과정을 소개했다.

포틀랜드는 미국 오리건주 북서부에 위치한 인구 60만명 규모의 도시다. 1930년대부터 도시화 영향으로 농지가 사라지고 생활하수, 공장폐수가 쏟아졌으며 대기오염도 심각해졌다. 포틀랜드시는 ‘환경재생’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펼쳤으며, 특히 대중교통‧자전거‧도보 중심의 체계를 구축했다. 이후 인근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등에서 친환경 가치를 지향하는 젊은 층이 이주해오면서 문화적‧사회적으로 활기를 띈다.

아담스 전 시장은 “도시 전환을 위해서는 정부가 기업, 시민사회단체, 주민, 노동자 등 결과와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를 참여시켜 함께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공동체 수준의 필요를 계획을 세우고, 연구를 통해 지역 경제의 장단점을 파악해 정확한 기준선과 목표를 설정해야 하며, 고객 유형 및 장소별로 접근해 창조적 소기업들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초네 사가르뒤 빌바오 부시장은 ‘새로운 빌바오 만들어가기’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가르뒤 부시장은 쇠락한 중공업 항구도시였던 빌바오가 문화예술 창조도시로 탈바꿈한 과정과 최근 진행 중인 인공섬 프로젝트 ‘소로차우레’를 사례로 들었다.

빌바오는 스페인 북부에 위치한 인구 35만 명의 도시로, 경제수도 역할을 담당한다. 16세기 이후 제철‧화학‧조선업이 성행했지만, 1970년대 오일쇼크를 계기로 불황을 맞는다. 1990년대 홍수가 나고, 테러, 약물중독, 환경오염 등으로 혼란이 가중되면서 사람들이 도시를 떠난다. 시는 도시재생을 위해 민관 합동 연구소를 설립하고, 여러 주체의 참여를 통해 환경오염을 개선하고, 업무‧주거‧문화‧연구 시설 등의 균형 발전을 꾀한다. 현재는 ‘올해의 유럽도시’ ‘세계 10대 스마트 도시’ 등으로 꼽힐 만큼, 선도적 도시로 떠올랐다.

사가르뒤 부시장은 “현재 빌바오는 생활‧일‧놀이 복합지구인 ‘소로차우레’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우리의 목표는 시민들의 행복한 삶”이라며 “도시에 대한 평가는 첫 번째 시민이 아닌 마지막 시민에 의해 이뤄진다. 현재의 어려움을 미래 발전 기회로 삼고, 단순히 시설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전면적 전환과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세 도시가 ‘도시 전환’에 성공한 근저에는 큰 공통 분모가 있다. 말뫼는 ‘각 분야 전문가, 시민으로 구성된 TF팀’, 포틀랜드는 ‘연구를 통해 지역 경제의 장단점을 파악해 정확한 기준선과 목표 설정’, 빌바오는 ‘민관 합동 연구소’가 있었다. 이들 도시에는 공통적으로 해당 도시의 R&D 기능을 담당하는 ‘싱크탱크’가 있었다는 것이다.

기초지자체인 거제시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맹점은 ‘자체 연구’ 기관이 없다. ‘지방연구원법’에 자체 연구기관을 가질 수 있는 자치단체를 법으로 정해놓았다. 지방연구원을 둘 수 있는 곳은 광역시 특별시ㆍ광역시ㆍ특별자치시ㆍ도 및 특별자치도와 인구 50만 이상의 기초자치단체만 지방연구원을 둘 수 있다.

경남에서는 경상남도 경남연구원, 창원시 창원시정연구원만이 있다. 김해시는 인구가 54만명으로 ‘김해연구원’ 설립을 준비 중이다.

창원시정연구원은 연구원 산하에 도시공간연구실, 경제연구실, 사회문화연구실, 경영지원실, 연구기획팀, 창원학연구센터, 창원항만물류연구센터를 두고 있다.

창원시정연구원 각 실‧팀‧센터에서 담당하고 있는 여러 업무 중 첫 번째 업무가 창원시 중장기 발전 및 사업계획 수립, 지역경제분석 및 발전계획에 관한 연구, 지방행 · 재정 및 사회복지에 관한 연구, 관광개발계획 및 정책연구, 연구업무의 기획 및 조정, 시정 신규 대형사업 기획 발굴, 창원의 사회‧문화‧역사‧예술과 지정학적 특수성에 대한 연구, 창원 해양ㆍ항만 및 물류산업 육성과 관련 기본계획 수립에 관한 연구 등이다.

한마디로 창원시정연구원은 창원 미래 해답을 찾고, 싱크탱크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거제발전을 담보할 가장 이상적인 모형은 싱크탱크 역할을 할 가칭 ‘거제발전연구원’을 가장 상위에 두고, 연구원 산하에 시민참여 민간위원회, 그리고 실행부서인 거제시 T/F팀 조직 모양새가 갖춰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인구 24만에 불과한 거제시는 지방연구원법 기준으로는 ‘거제연구원’을 설립할 수 없다. 거제시는 이에 대한 궁여지책으로 ‘거제시정책자문단’, ‘거제시 새로운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했다. 정책자문단이나 새로운 거제추진위원회는 거제시 싱크탱크 역할을 담당하지 못했음은 시민들이 더 잘 알고 있다.

거제시에 이에 대한 대안으로 각종 용역을 외부에 발주하고 있다. 일회성으로 끝나버린다.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해 거제발전 밑그림을 그릴 전문연구기관이 상시적으로 존재해야 한다. 연구성과물을 축척시켜야 한다.

거제시 산하에 거제발전연구원을 둘 수 없기 때문에 한 가지 대안을 제시해본다.

거제대학교 운영주체도 부산 중견건설업체 (주)동일이 모태인 ‘학교법인 덕부학원’으로 변경됐다. 거제대학교 발전과 인재 육성을 위해 의욕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거제시 발전은 거제대학교 발전과 궤를 같이 할 것이다. 거제대학교 운영에 나선 것은 거제시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의도도 담겨 있을 것이다. 차제에 거제대학교도 ‘거제발전연구소’ 설립을 한번 검토해볼 가치가 있다. 거제대학교에 거제발전연구원을 설립해, 거제발전 연구 기능을 담당하면 한 해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이다. 연구원 운영 예산 확보가 관건이다.

연구원 운영 예산을 줄이는 획기적인 방법이 빅데이터‧인공지능 활용이다.

1차적으로 거제시가 가진 모든 빅데이터를 저장, 처리, 분석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빅데이터 분석가가 필요하다. 

유철균 대구경북연구원장은 9월 20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이 보고서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선행 연구를 진행하면, 현안 분석과 현안 제시는 사람이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인공지능과 밀접하게 연구하는 대구경북연구원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연구원이 담당해야할 자료수집, 분석 등을 인공지능이 담당하면 도출 시간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빅데이터‧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 도시계획 전문가가 필요할 것이다. 

거제발전 R&D 기능을 담당하는 싱크탱크 없이는 박 시장의 ‘거제 100년 디자인’은 거제시민을 현혹하는 ‘말 장난’으로 끝날 것이다. 짧게는 1년 안에 증명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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