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력·정략적 이용·시의회 파행·적용법 등에 맞물려 '표류'

당장 시작될 것 같이 거제시가 거창하게 시민에게 홍보한 고현항 인공섬 조성 사업(Waterfront City사업)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거제시는 인공섬 조성을 '공유수면매립법+도시개발법'과 '항만재개발법(항만과 그 주변지역의 개발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중 어느 법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할 지도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4월 거제시에 사업을 제안할 당시에는 '공유수면매립법+도시개발법'으로 인공섬 조성 사업을 하는 것으로 '사업의향서'를 거제시에 냈다.

▲ '항만재개발법'으로 할 가능성 높아져

삼성중공업은 하지만 방향을 바꿔 항만재개발법에 무게를 두고 현재 국토해양부와 의견을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항만재개발법으로 할 경우 무게 중심이 국토해양부로 옮겨가게 되며, 거제시는 삼성중공업과 동업자의 위치는 그대로이지만 거제시의 역할 축소가 불가피하다.

삼성중공업이 항만재개발법에 무게를 두고 있는 실질적인 이유는 다른데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4월 거제시에 사업의향서를 제출한 후 6월 24일 업무협약식을 가지고, 동업자 관계로 거제시와 5개월 가량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거제시는 동업자 입장에서 일을 추진하고 있지만, 거제시의 업무추진 능력이 삼성중공업과 많은 차이를 드러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더 이상 거제시를 믿고 있다가는 이 사업 추진이 어려워 질 가능성이 높다고 자체적으로 판단을 내려 사업 추진 방향을 급선회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대내외적 환경 변화로 삼성중공업은 이 사업을 연기시키는 방안까지도 자체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항만재개발법'으로 할 경우 공공용지 증대될 듯…당초 약속한 도로 등 기반 시설 축소 불가피  

고현만 인공섬 전체 부지 중 203,972㎡(61,702평)의 상업용지가 들어있다. 203,972㎡(61,702평)의 상업용지를 매각하여 5,517억원 조성, 고현만 인공섬 조성 비용과 도로 등 기반시설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고현항 인공섬 조성에 실제적으로 투입되는 비용은 2,500억원 정도면 충분하다. 거제시가 인공섬 조성으로 얻게 되는 약 3,000억원의 이익으로 장평 수창아파트~양지초등학교 도로확장, 신현교~쉐르빌 아파트간 4차로 확장, 중곡동 교통 광장 확장, 연초 연사~오비 간 4차선 도로 확장, 신오1교 4차로 확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인공섬 전면의 항만 건설 비용 550억원의 조달 방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인공섬 조성에 들어가는 순수비용 2,500억여원은 3만평(평당분양가 800만원)의 상업용지 매각으로 조달이 가능하다.

항만재개발법으로 할 경우 당초 계획에 잡혀 있던 나머지 3만평의 소유권 귀속여부가 제일 큰 관건이다. 3만평의 소유권이 거제시로 귀속되지 않고, 국토해양부로 귀속될 경우 건설비를 제외한 상업용지 매각대금은 모두 국가에 귀속된다.

나아가 상업용지 3만평으로만 인공섬 조성비용을 충당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로 상업용지 3만평을 더 조성할 필요가 없어질 가능성도 높다. 추가 상업용지 3만평은 시민을 위한 공공용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추가 3만평이 거제시 소유로 귀속되지 않으면, 거제시가 당초 시민에게 약속한 도로확장 등의 기반시설과 400억원이 들어가는 시청 신축비용 조달 등은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인공섬 조성과 인공섬 진입도로를 건설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독봉산을 토취장으로 활용한 후 130,000㎡(39,325평) 공공용지를 조성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독봉산을 토취장으로 할 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삼성중공업은 독봉산 토취장이 되지 않을 경우, 대안용 토취장을 거제가 아닌 다른 곳에 이미 정해놓았다.

항만재개발법은 2007년 5월 제정돼 현재 항만재개발법으로 사업을 시행한 선례가 없다. 나머지 3만평의 귀속관청이 국토해양부인지 거제시인지 여부를 놓고 국토해양부와 현재 협의 중에 있다.

김종천 거제시 해양수산과장은 "주관이 도시과라서 잘 모르겠다"고 한발 물러서면서, "항만재개발법으로 시행한 사업이 없기 때문에 안된다는 규정도 없고 된다는 규정도 없다. 잘 하면 (거제시로 귀속 될)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항만재개발법을 할 경우 진입도로 위주로 사업규모가 축소된다. 공공청사 용지는 확보가 가능하나 공공청사 신축비용 조달은 어렵게 된다"고 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또 "항만재개발법으로 할 경우에는 거제시와 동업자 관계는 그대로 유지된다"며, "항만재개발법으로 할 경우 공유수면 매립으로 인해 생기는 이익은 국가가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 "외형적으로 한발짝도 진척되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24일 거제시와 삼성중공업이 업무협약식을 가지면서 내년 1월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내년 1월 특수목적법인 설립은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

국토해양부에 공유수면매립 반영요청이 이뤄지고, 11월 중앙연안관리심의위원회에 고현만 매립을 안건으로 상정시킬려면, 늦어도 9월말까지는 국토해양부에 관련 서류를 접수시켜야 한다.

공유수면매립 반영요청 서류 접수 이전에 주민설명회, 사전환경성 검토, 시의회 의견 청취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현재까지는 하나도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외형적으로는 한발짝도 진척된 것이 없는 실정이다.

▲ 지난 6월 24일 거제시와 삼성중공업 간 업무 협약식 때 공개된 업무추진 일정표
또한 고현만 인공섬 조성에 대한 '시민 여론 무마용'으로 거가대교가 개통 후 4만5천대의 유입차량 중 신현 인입 교통량을 분산시키기 위해 고현만 전면에 국도14호선 대체 4차선 도로를 먼저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현재의 일정상 거가대교 개통 시점인 2010년 12월에 때맞춰 도로를 완공하는 것은 어렵게 됐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사전환경성 검토, 주민설명회, 시의회 의견 정취를 거쳐야 하는데 진행이 안되고 있다"며, "조사는 완료돼 있지만, 9월말까지 국토해양부에 공유수면매립 반영 요청을 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임우정 거제시 도시과 도시정비 담당은 "9월말까지 접수할려고 노력하고 있다. 신청서류를 만들고 있다. 일정상에 문제없다"는 뜬구름 잡는 식 답변이다.

▲ 늦어지는 이유, 김한겸 시장 치적용 정략적(?) 접근…시민의 정보 접근 차단

고현만 인공섬 조성이 외형적으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진척이 늦어지는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우선 거제시와 김한겸 시장은 인공섬 조성사업을 2년 뒤 있을 거제시장 선거에 '3선 도전 치적용 히든카드'로 활용할 작전(?)을 세우고 접근하고 있는 징후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한겸 시장은 8월 11일부터 일주일간의 여름 휴가 동안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로 휴가를 갔다왔다. 삼성물산이 두바이에 짓고 잇는 800m 높이의 '버즈두바이프로젝트(Burj Dubai Project)' 현장을 방문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삼성물산측으로부터 현지에서 브리핑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중공업 건설사업부에서 김한겸 시장이 두바이에서 브리핑을 받을 수 있도록 중계 역할을 했다는 것이 확인됐다.
▲ 김한겸 시장은 여름 휴가 동안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건설하고 있는 두바이 '버즈두바이' 현장을 방문해 브리핑을 들은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또한 어떠한 법으로 하던지 고현만 매립의 인공섬 조성 사업의 허가권자는 국토해양부장관과 경남도지사이다. 그리고 어느 법으로 추진하던 건물까지 3조원이 넘게 투여되는 고현만 인공섬 사업에는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도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소관 상임위가 국토해양위로 내정된 윤영 국회의원의 도움도 필요하다. 하지만 거제시는 삼성중공업이 사업제안을 한 4월 이후 아직까지 윤영 국회의원에게 이 사업에 대한 설명회도 한번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중공업은 이 사업의 성공여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윤영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동안 윤영 의원에게 설명회를 빨리하자고 거제시에 여러 차례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거제시는 삼성중공업의 끈질긴 요청으로 윤영 국회의원에게 설명회를 하자는 단계까지는 이르렀다. 그런데 이제 와서 막상 설명회 일정을 잡을려고 하니 원구성으로 국회가 바쁘게 돌아가 설명회 일정을 잡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어렵게 이끌어낸 설명회도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도시과장이나 도시건설국장이 아닌 김종천 해양수산과장이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해운 거제시 도시건설국장은 삼성중공업과 거제시가 윤영 국회의원에게 설명회를 가지기 위해서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아는데 알고 있느냐고 질문하자, "처음 듣는 일이다"고 20일 답변했다.

강 국장은 또한 고현만 매립의 허가권자는 국토해양부이고, 국토해양위로 상임위가 내정돼 있는 윤영 의원에게 협조를 구해야 되지 않느냐고 재차 묻자, "뭐라 말할 상황이 아니다"식으로 답변을 회피했다.

김종천 해양수산과장은 "지난 주 목요일인 14일 보고 계획이 잡혀 있었으나, 국회 일정으로 연기됐다"고 18일 밝혔다.

인공섬 조성 사업이 시민의 복리증진과 거제시 발전을 위한 인식 속에서 '정도'를 걸어가야 함에도 '엇길'로 가고 있다는 좋은 사례이다.

이행규 거제시의회 의원은 삼성중공업이 거제시에 제안한 '사업의향서' 책자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도시과에서 이행규 의원에게 공개한 자료는 이미 언론에 공개된 몇 페이지만 정보공개를 하고, 사업성 분석 등의 자료와 전문내용이 담겨있는 사업의향서는 내놓지 않고 있다.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은 지난 6월 24일 거제시와 협약식 체결과정에서 인사말을 통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지역주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모아 고현항을 푸른 바다와 사람이 함께 어울리는 미래 지향적인 친환경 도시로 개발하겠다"고 했다.

거제시가 사업의향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 하나만 봐도, '지역주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모으는 일에는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 거제시의 행정력 수준 '기대 이하'(?)

두 번째 이유는 거제시 행정력으로는 인공섬 조성업무를 원활하게 추진해나간다는 것이 어렵다는 결론을 삼성중공업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과 거제시 간 현격한 실력차이로 삼성중공업은 어려운 입장에 처해 있다.

인공섬 조성 사업 관련 업무는 현재 도시과에서 맡고 있다. 거제시청 도시과에는 국토해양부 연안계획과나 항만재개발과 담당자들에게 인공섬 조성의 타당성을 논리적으로 설득시키고, 주도권을 쥐고 유리한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갈 '유능한'(?) 공무원을 찾기 힘들다는 전언이다.

한 예로 공유수면매립법으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공유수면매립법 제8조 4항 걸림돌을 '정면돌파'해 풀어나가야 한다.

공유수면매립법 8조 3항은 "해당 매립예정지의 매립 주체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인 때에는 그 매립목적이 공용 또는 공공용 시설을 설치하는 경우에 한하여 매립기본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거제시의 2016년 도시기본계획에 고현만 인공섬 조성 지역이 상업지로 잡혀 있기는 하지만, 국토해양부의 입장은 '공용 또는 공공용 시설'만 가능하고 '건설비 외의 상업용지는 안된다'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공공용 시설 조성을 위한 자금조달 차원의 상업용지라는 점을 강조하며 담당자와 협의 중"이라며, "결국은 (국회의원의 힘을 빌리든지) 정치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 시의회 파행도 인공섬 거북이 걸음에 '한몫'

세 번째 이유는 거제시 의회 하반기 원구성 결과가 집행부 의도대로 인공섬 사업을 추진하기가 어렵게 됐다. 의회가 파행을 겪고 있지만, 김한겸 시장은 현 의장단파에 가깝다는 사실은 세간에 널리 알려졌다. 

거제시의회 의장과 부의장은 집행부측 의도가 먹힐 수 있는 쪽으로 정리됐지만, 인공섬 조성을 다룰 산업건설위원회는 6명의 의원 중 임수환 의원 한명 빼고는 개혁파에 소속된 의원이다.

인공섬 조성 사업이 산업건설위원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아졌다. 산업건설위원회에서 부결되더라도 편법으로 본회의에 안건을 상정시켜 통과시킨 '한내농공단지'와 같은 방법을 쓰더라도, 13명의 의원 중 과반이 넘는 개혁파 7인이 문제를 제기하면 브레이크가 걸린다.

김한겸 시장이 인공섬 조성을 꼭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졌다면, 시의회 파행 사태를 풀기 위해 개혁파에게 손을 들어주는 막후 역할 담당까지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할 지도 모른다.

▲ 새로운 사업 추진단 구성 필요성 제기

고현만 인공섬 조성 사업이 거제 발전의 랜드마크 역할, 시민휴식 공간 제공 등의 명분이 뚜렷하다면, 결국 거제시민이 나서 거제시 행정에 채찍을 가해야 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개인 사견임을 전제한 후 "거제시, 거제시의회, 시민단체, 전문가, 삼성중공업 등이 참여하는 범시민 추진단 구성의 검토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렇게 제안하는 이유는 거제시의 행정력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시민이 한번 검증해 보라는 뜻도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거제시는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명확히 구분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웃 고성군이 조선 특구를 성공시켰다고 거제시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청조선특구 MOU를 체결했지만,  하청조선특구도 진척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

현재는 STM측 능력을 탓하면서 거제시가 큰 소리 치고 있지만, 법적인 추진주체는 거제시장이기 때문에 조만간 부메랑으로 돼 거제시로 책임이 돌아올 것이다.

해금강 집단 시설지구, 장목관광지 등도 좋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거제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