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거제시) 거짓합의서류 확인않고 승인

본지는 삼성중공업과 임천공업이 매립지를 놓고, 분쟁이 끊이지 않는 사실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에 2008년 8월 27일 한겨레신문 사회면 10면에 이와 관련한 기사가 게재돼 인용보도한다. 취재: 한겨레신문 배경록 선임기자, 최부석 인턴기자

해수부 ‘바다매립 고시’ 해넘겨 반영
겹치기로 손해 중소조선업체만 울상
 

삼성중공업이 조선소 건립을 위한 바다 매립을 추진하면서 한 중소 조선업체가 매립해 사용하려는 앞바다에 겹치게 매립 계획을 세운 뒤 공사를 강행해 반발을 사고 있다. 또 삼성중공업의 매립 인·허가 과정에 정부 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도움을 준 반면, 중소업체의 시정 요구는 묵살해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 해양수산부의 이상한 고시

26일 국토해양부 등 관계기관의 말을 종합하면, 삼성중공업은 거제시 연초면 한내리 일대 앞바다 24만7천여㎡를 매립해 조선소가 들어서는 농공단지(전체 규모 28만㎡)로 쓰겠다며 2007년 1월 해양수산부(현 국토해양부)에 공유수면 매립 기본계획 반영 신청을 했다. 삼성중공업의 매립신청은 같은 해 6월13일 매립허가나 다름없는 기본계획 고시에 반영됐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이 매립하겠다는 바다 가운데 10만7천㎡가 인근에서 매립사업을 추진해온 임천공업㈜의 매립 예정 바다(16만㎡)와 290m가 맞닿아 있고, 임천공업의 고시 반영 신청이 삼성중공업보다 6개월 전인 2006년 7월에 이루어졌는데도 해수부가 같은 날 고시를 통해 두 회사에 매립을 허가해 삼성 봐주기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해수부는 10년마다 공유수면 매립 기본계획을 세우고 5년마다 타당성 검토를 해 기본계획에 반영하는데, 2006년이 타당성 검토 기간이었다. 해수부는 그해 7월 임천공업으로부터 16만㎡에 대한 기본계획 반영 신청을 받고 검토에 들어갔다. 시·도와 개인 또는 법인 등으로부터 신청된 매립 희망지는 모두 187곳에 이르렀고, 현장조사와 공청회 등을 거쳐 12월 중 중앙연안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12월 회의에서는 다뤄지지 않았고, 해가 바뀌어 2007년 1월 삼성중공업이 추가 매립신청을 하자 이를 포함해 188건을 6월5일 열린 위원회에 넘겨 이 가운데 삼성중공업과 임천공업 매립지를 포함해 49건을 6월13일자로 고시했다.

국토해양부 연안계획과 박원 사무관은 “당시 신청이 많아 타당성 검토 진행이 늦어지는 바람에 해를 넘기게 됐다”고 해명했으나, 업무량이 폭주하는 상황에서 삼성중공업 신청건을 추가해 주었다는 게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특히 두 매립지가 겹치는데도 위원회가 아무런 논의 없이 원안을 통과시켜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 임천공업 쪽이 “우리 회사 것은 처리를 미루면서 삼성중공업의 매립 신청을 기다려준 게 아니냐”고 항변하는 이유다.

▲ 경남 거제시 연초면 한내리 앞바다에서 임천공업의 한 간부가 삼성중공업과 분쟁을 빚고 있는 매립 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임천공업 매립예정지 호안 1천m 가운데 290m가 삼성중공업 매립지에 가로막히게 될 현장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거제/최부석 인턴기자 biury@hanmail.net

▲ 정부 기관과 자치단체의 삼성중공업 봐주기

해수부 고시 이후, 거제시는 농공단지 매립 실시계획 인가를 위한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삼성중공업이 “임천공업이 어떠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으며, 맞닿은 10만7천㎡에 대해 임천공업, 거제시, 시의회, 해수부 등과 삼성중공업 소유로 합의했다”는 거짓 합의서류를 만들어 제출하자, 임천공업 쪽에 확인하지 않고 이를 인정해 올 4월 초 실시계획을 승인해 특혜 의혹을 사고 있다.

마산지방해양항만청도 농공단지 매립 실시 계획 인가를 위한 거제시의 협의 요청을 받고 지난해 12월 초와 올해 1월 중순께 두 차례 “임천공업 공장 터의 전면 안벽과 접해 일어날 수 있는 제반 문제는 삼성중공업 부담으로 보상하고 해결한 뒤 착공해야 한다”는 ‘협의조건’을 제시하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채 지난 4월부터 매립공사에 들어간 삼성중공업에 대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또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삼성중공업이 ‘임천공업과 원만하게 협의했다’는 거짓 합의서를 첨부해 환경영향평가를 신청하자 이를 승인했으며, 해수부도 낙동강환경청의 합의서 검토 요청에 대해 어떤 의견도 제시하지 않아 묵인 의혹이 일고 있다.

임천공업 쪽은 당시 삼성중공업이 기본계획대로 매립할 경우 자신들의 매립지 가운데 4만㎡가 포위돼 배를 건조하거나 조선블록(배 겉면 철판)을 운반선에 실을 수 없는 쓸모 없는 공장 터가 된다며 해수부와 거제시에 수차례 시정을 요구했으나 묵살당했다. 이성신 임천공업 관리본부장은 “삼성중공업이 7년 전부터 매립 계획을 세워온 중소기업의 공장 터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매립 계획을 세워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 해명과 전망

국토해양부, 마산항만청, 낙동강환경청, 거제시는 한결같이 “삼성중공업 매립 인·허가는 관련 법규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해명하고 있다. 권정호 거제시 도시과장은 “두 업체 간에 갈등이 장기화되자 매립이 늦어질 것을 우려한 삼성중공업이 ‘약정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약정서 내용을 문서화해 경남도에 올려 삼성의 농공단지 지정을 받은 것은 맞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김상훈 상무는 “공유수면 소유권이 없는 임천공업이 단지 앞바다라는 이유로 매립을 방해하고 있다”며 “임천공업이 허위라고 주장하는 ‘합의서’는 2007년 1월 두 회사 간부들이 면담을 통해 구두합의한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해명했다.

해수부 고시 이후 2년 동안 숱한 민원을 제기했으나 관계기관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자, 임천공업은 국민권익위원회와 감사원에 편파 행정과 대기업 횡포를 조사해 줄 것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 한겨레신문 2008년 8월 27일 10면 지면보도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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