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용 거제 경제정의실천연합 사무국장

다.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은 이제 폐기해야 한다.

▲김범용 거제 경제정의실천연합 사무국장
결론적으로 극단적인 경제 양극화로 귀착될 수밖에 없는,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과 죽어라 일해 봐야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워킹푸어(Working Poor)’ 계층 을 양산하는” 신자유주의의 경제이념을 폐기해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이러한 신자유주의의 환상에서 깨어나지 않는 한 사회적 양극화와 빈곤층의 확대 그리고 중산층의 소멸이라는 경제민주화의 퇴행은 사라지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중산층의 소멸과 빈공층의 확산은 국내정치적 불안요소로 작용하여 우리나라 민주주의 건강한 발전에 중대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다시 넘어선 2011년 새해의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공산권의 실패한 사회주의 실험처럼 자본주의 사회는 실패한 [신자유주의 실험]을 끝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경제 관료들은 아직 신자유주의의 미몽에 빠져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시장(Market)과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란 미신(迷信)을 아직도 하나의 경제학 모델이 아니라 신앙처럼 맹신하는 “경쟁(Competition)원리주의자”들인 신자유주의 탈레반이 우리나라 경제 관료들이 아닌지 궁금합니다.

물론 그들이 치명적인 오류와 결함이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이론 이외에 다른 것을 배워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란 것을 이해해 주고 싶지만, 병의 원인도 모르는 의사가 수술을 집도하는 것처럼 선무당이 생사람 잡는 일은 그만 둬야 합니다.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은 초등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했지만 브라질의 경제를 최악의 구렁텅이에서 구해내고 브라질을 신흥 경제 강국, 남미의 희망으로 재건해 냈습니다. 항상 주장하지만 경제는 정치문제입니다.

이것만 이해하면 무엇이 정의로운 경제정책인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사례들이 있듯이 수혜자와 피해자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경제정책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경제 정책이 복잡한 수학적 모델과 신자유주의적 경제이론의 미명으로 경제정책 문제가 마치 그들만이 아는 특수전문분야인 것처럼 포장하여 거의 대부분 소수의 기득권층과 가진 자들의 이익에 봉사하여 왔습니다. 그것이 문제입니다. 

국내 1000대 기업의 2005∼2009년 고용과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매출은 증가하고 기업 규모도 계속 커지는데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 구조가 점차 고착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5년간 매출 1000위권을 유지한 750개 기업 가운데 40%에 해당하는 297개 기업이 무려 9만7539개의 일자리를 줄였습니다.

언론에서 대한민국은 나날이 발전하고, 주식 시가총액은 사상최대치를 기록하고, 재벌은 점점 더 부자가 되어간다고 하는데, 우리 주변에서는 가난한 사람과 실업자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기업들은 고용을 늘리는 대신에 자동화 설비 등에 투자를 늘려 “노동절약형 투자”를 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합니다.

결국 대기업에 있어서 투자라는 것은 이미 고용을 줄이기 위한 투자입니다. 대기업의 투자가 왜 고용으로 연결되지 않는지에 대한 비밀을 이제 이해해야 합니다. 정부가 대기업 투자 확대를 통해서 고용을 늘린다는 것은 이제 뻔한 거짓말에 불과합니다.

국민을 희생시켜 가면서 정부가 수출재벌들을 밀어준 것에 대해 삼성과 현대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오늘 언론지상에 삼성이 43조 투자 2만5천명을 고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연말 연초에 정부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서 의례적으로 하는 립서비스가 아니길 바랍니다.

기업들은 강성 노조와의 갈등으로 고용 조정을 하지 못해 경기 회복 국면에도 고용을 크게 늘리지 못한다고도 주장합니다. 노조의 지나친 기득권 보호가 신규 채용을 확대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입니다. 옳은 이야기입니다. 귀족노조와 재벌이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오늘의 자신들의 안녕을 위하여 미래세대를 배반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통계를 보면 그 증거가 나옵니다. 임금 수준이 1인당 국민소득대비 OECD 국가 중 높은 편에 속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런데 정부나 대기업은 우리나라의 주거비(부동산)등 생활물가가 일본을 제외하고 대다수 OECD 국가보다 비싸다는 것은 말하지 않습니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국민들의 삶의 질은 바닥 수준입니다.

지금 전세계에 걸쳐 건강한 노동을 장려하든 청교도적인 자본주의 정신은 사라지고, 부동산, 주식 투기에 의한 불로소득(不勞所得)이 ‘재테크’로 인정받는 “카지노 자본주의(신자유주의 하의 금융자본주의)”의 시대가 오래 전에 도래했습니다.

금융자본을 국가로부터 자유롭게 하여, 자본이 자본을 증대시키는 돈놀이(Money Game)가 전 세계적으로 유능한 사람들의 일로 인정받고 장려되게 만든 것이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 입니다. 신자유주의 시대엔 최고의 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돈 없는 젊은이들은 쓸모없는 소모품이고, 평생 일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노예계급에 불과합니다. 이것이 오늘의 청년실업세대들과 현재 40~50대들이 살아온 산업화 세대와의 차이입니다.

하루 1조 달러 규모로 세계 곳곳의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도박을 하는 국제금융자본 권력에게 저항할 수 있는 국가는 이제 전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들이 신자유주의의 배후조종자이고, 세계화의 주창자들입니다.

신자유주의 이념에는 주주(株主)라는 이름의 자본만이 중요하지 인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본소득은 최대화시키고, 노동소득은 최소화시키는 신자유주의의 경제이념에서 인간은 자본을 위해 봉사하는 노동기계일 뿐입니다. 유럽과 미국 등 각국의 젊은이들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러한 비상적인 고용상황 속에서도 정부는 이미 40만 명이 넘어선 외국인 노동자를 계속 수입하려 하고, 그들이 한국여성과 결혼한 가정을 다문화가족이라고 하고, 사회적 약자라고 계속 지원하려고 합니다. 반면에 우리나라 젊은 청년들에게는 동남아 외국인과 경쟁하는 비정규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비정규직을 받아들인 청년들조차 직업적 안정성이 없어서 쉽게 결혼하지 못합니다.

더불어 결혼적령기인 20~30대의 우리나라 여성들 수백만 명은 주어지지 않는 경제적 기회에 절망하여 유흥업소라는 사실상의 매춘업소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동남아시아와 후진국에서 여자들을 사와야 하고, 이는 동남아 각지에서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훼손하면서 이미 큰 비즈니스가 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해보면 외국인노동자나 팔려온 신부들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은 자기 조상들의 역사가 없는 이 나라 대한민국을 사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또한 이들 이주노동자 가족들은 대한민국에서 2등 국민으로 살면서 피부색깔에 의한 차별과, 주류사회와의 사회적 갈등을 끊임없이 경험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노동정책이 대한민국에 새로운 인종문제를 만들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에도 중국의 성장세는 견고했던 만큼 결국 침체에 빠진 나머지 세계인 미국, 유럽 시장의 회복이 우리나라 경기 회복의 요체입니다. 그래야 고용문제에 약간의 숨통이 트일 것입니다.

그러나 진실은 세계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들인 1) 미국과 유럽, 일본의 천문학적인 국가부채 2) 세계 각국의 부동산시장 버블 붕괴와 금융권 동반 부실화 문제 3) 중국의 국내모순과 경기침체 가능성 4) 환율 및 무역전쟁의 발발 가능성 등 2008년 이후 지금까지 거론된 중요한 문제는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답을 알 수 없는 수학문제의 풀이를 나중에 풀기로 하듯이 이들 문제가 갑자기 폭발하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것이 전 세계 정치지도자들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케인즈가 말했듯이, “장기적이란 말은 결국 우리 모두가 죽은 후일 테니까” 미룰 수 있는 한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는 시한폭탄의 시점을 일단 미뤄놓은 것이 현시점 세계경제의 정확한 현실입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그렇게 밀어놓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진실을 보게 될 운명의 시간은 점차 다가오고 있습니다.<글: 김범용 거제 경제정의실천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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