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봉사활동' 하계휴가 갔다가 아들 잃어

삼성중공업 협력업체에 근무하는 전모(46)씨는 지난달 1일부터 2박3일동안 가족들과 함께 기름유출사고가 난 태안지역에 '제2의 봉사활동'으로 하계휴가를 다녀왔다.

태안군 연포해수욕장에 도착, 물놀이를 하던 중 동생 2명이 튜브에 매달려 먼 바다쪽으로 떠내려 가는 것을 보고 동생들을 구하기 위해 전 모씨의 큰 아들(23)이 물속에 뛰어들었다가 사망한 사고가 일어났다.

이날 사고 현장에는 안전요원이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 유가족들의 주장이다.

가족들은 "'제2의 봉사활동' 명목으로 태안에 휴가를 보낸 삼성중공업측에도 책임이 있다"며 성의있는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부산에 살고있는 가족들은 거제로 내려와 매일 아침 저녁 출퇴근 시간에 삼성중공업 정문에서 가족 시위를 10일 째 벌이고 있다.

▲ 전 씨 가족들은 삼성중공업 정문에서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가족시위를 10일째 벌이고 있다. 전 씨 가족들은 부산에 거주하고 있으며, 현재는 거제에서 전 씨 숙소에서 함께 있다.

▲ 아래 글은 아들을 잃은 전 모씨가 본지에 보내온 '아버지의 절규' 전문이다.

저는 이번 여름에 아들을 잃은 한 아버지입니다. 너무 억울하고 원통해서 이렇게 여러분들의 도움을 받고자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제발 조금의 시간을 내주셔서 끝까지 읽어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이름은 전ㅇㅇ. 올해 23살. 제 큰아들입니다. 아픈 몸을 가지고 있었지만 마음은 너무도 따뜻한 사회복지학과에서 공부하여 봉사를 하며 부산 모 교회에서 유년부 선생님을 하면서 항상 남을 위해 봉사를 하고 살고 싶다고 말하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제 보물이었습니다.

그런데 2008년 8월 그 보물을 억울하게 잃었습니다. 저는 삼성 중공업의 한 협력업체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삼성 중공업에서 주최한 하계휴가 '제2의 봉사활동'으로 삼성 직원들을 2008년 8월 1일부터 2박 3일간 서해 태안의 연포 해수욕장으로 휴가를 보냈습니다.

▲ 태안지역 하계휴가는 '제2의 봉사활동'이라고 밝혀놓았다.
그때 삼성 측에서 45만원 상당의 연포 해수욕장 내에서만 쓸 수 있는 상품권을 발급하여 사용하도록 하였습니다. 저는 봉사라는 명목과 모든 왕복교통과 숙소, 상품권을 회사측에서 해 준다고 하여 저의 아내와 세 아들들을 데리고 휴가를 떠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제 아들 둘(14세와 13세)이 물가에서 튜브를 각각 한개씩 하고 놀고 있다가 파도에 막내(13세)가 튜브를 놓쳐 둘째가(14세) 튜브에 매달려 막내를 구하고자 잡고있는 것을 파도에 휩쓸려 깊은 곳까지 빨려 들어갔습니다.

그때 그것을 보고 있던 제 큰아들(23세)이 구조를 요청하면서 동생들을 구하러 뛰어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10여분이 지나도록 안전요원들은 전혀 오질 않았고 뒤늦게 제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아이들을 보고 사람이 빠졌다고 외치고 뛰어 들어 갔습니다.

그러기를 또 몇 분이 지났지만 안전요원은 끝내 오질 않았고 그 해수욕장 내에서 돈을 받고 보트를 대여해 주는 한 업체에서 저희를 보고 보트를 띄워 구하러 왔습니다.

하지만 그 때는 이미 시간이 많이 경과된 후였고, 저와 어린 두 아들은 가까스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지만 처음 구조요청을 하고 뛰어 들어간 제 큰아들은 끝내 물속에서 나오질 못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원통해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태안 연포 해수욕장은 휴양지로서 법적으로 당연히 해수욕장을 관리하고 안전요원과 구명보트를 비치해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하지 않고 보트는 모래사장에 올려놓고 현장에 안전구조요원도 없이 어떻게 해수욕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제 아들이 동생들을 구하러 간 순간 분명 살려달라고 구조요청을 하였고 동생들을 구하려고 했던 10여분 동안, 아니 그보다 더 지나 제가 들어간 직후에라도 안전요원들이 와주었다면 이와 같은 참사는 없었을 것입니다.

거기에 그 안에는 삼성 측에서 휴가 나온 저희를 관리하기 위해 파견 나온 직원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직원들 또한 안전에 대해서는 전혀 관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하기휴가 '제2의 봉사활동'이라는 명목으로 삼성 직원들을 태안 연포 해수욕장으로 보낸 것은 가서 죽으라는 것밖에 볼 수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처음 태안을 가기 전 버스 안에서 삼성 직원들이 혹시 모를 사고를 당하면 삼성 직원임을 표시하기 위해서 팔찌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물론 저희도 그 팔찌를 차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사고가 난 후 안전에 대한 책임을 묻자 서로 책임을 회피하며 떠넘기고 있습니다.

저는 도대체 누구에게 호소해야 하는 겁니까? 저와 제 아내, 그리고 아들 둘은 제 아들의 이 억울한 죽음을 알리고자 서명운동과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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