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거가대교(巨加大橋)와 3제(濟)’ 제목글은 동양철학에 조예가 깊은 조용헌 원광대 초빙교수가 ‘조선일보’ 7일자 ‘조용헌 살롱’에 실은 내용이다.

‘우리나라 지명(地名)들은 누가 지었는지 몰라도 미래에 전개될 상황을 미리 예언한 이름들이 많다. 거제도(巨濟島)도 그런 경우이다. '크게 건너다'는 뜻인데, 나는 수십년 전부터 이 지명을 대할 때마다 왜 이런 이름을 지었을까, 도대체 뭐가 크게 건넌다는 것일까 하고 의문을 품어 왔었다. 그러다가 '거가대교'가 놓이는 걸 보고서야 비로소 숨은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침매공법을 이용한 거가대교로 인하여 거제도는 부산으로 자동차를 타고 갈 수 있도록 육지화되었으니까 이름대로 '크게 건너게' 된 것 아닌가! 이쯤에서 YS의 호인 '거산(巨山)'이 생각난다. 거제도에서 태어나 부산에 정치 근거지를 두었다고 해서 지은 호라고 하는데, 거(巨)와 산(山)이 정말로 하나가 되었다.

필자는 지명을 대할 때마다 건널 '제(濟)'가 들어가는 곳은 예사로 보지 않는다. '제'는 원래 '물을 건너다'는 뜻에서 출발했다. 고대에는 여행을 하거나 전쟁을 하면서 강이나 물을 건너기가 매우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제'는 중생을 구제한다는 제도(濟度), 생명을 건진다는 제생(濟生)의 의미까지도 내포한다. 주역에서는 '수화기제(水火旣濟)'와 '화수미제(火水未濟)'라는 괘의 명칭에도 '제'가 사용된다. 이때의 '제'는 극적인 전환 또는 변화의 뜻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제'자가 들어가는 지명이 있는 곳은 앞으로 큰 변화의 중심에 서게 될 가능성이 많다. 우선 물류의 중심이 그것이다. 부산이라는 한국 제2의 거대도시와 육로로 연결된 거제도는 단순한 섬이 아니라, 한반도의 남쪽 지역을 담당하는 물류의 중심이 될 것이다. '제'자 들어가는 '제물포(濟物浦)'도 그렇다. 지금은 비록 인천(仁川)이라는 이름을 쓰지만 본래 제물포였고, 제물포라는 이름이 본래의 정치경제학적인 역할을 잘 나타내고 있다.

21세기 들어 잠자고 있던 중국의 부상이 다시 시작되고 여기에다 영종도 국제공항으로 인하여 제물포는 다시 한국의 입(口)이 되었다. 거제는 물류의 항문이 될 것으로 본다. 뒤집어보면 거제가 입이 되고 제물포가 항문이 된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제주도(濟州道)는 무엇이 될까? 이 3제(巨濟ㆍ濟物ㆍ濟州)가 나의 신년 화두이다.

조용헌 교수가 거제 지명 한자 의미와 거가대교를 연관시켜 ‘스토리텔링화’시킨 점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조용헌 교수의 거제지명 의미 부여에 첨삭을 해 또 다른 거제 스토리텔링을 더해보고 싶다.

‘거제(巨濟)’의 제(濟)는 ‘건너다’의 뜻 외에도 여러 뜻을 담고 있다. ‘가난이나 위난(危難)에서 구제하다’의 의미로 널리 쓰인다. 조선 태조 6년(1397)에 설치한 서민들의 질병치료와 약재의 수납에 관한 일을 관장하던 관아인 ‘제생원(濟生院)’과 조선 고종 22년(1885년)에 세워진 최초의 근대식 병원인 ‘제중원(濟衆院)’의 ‘제(濟)’는 민초와 백성을 병으로부터 구제한다의 의미를 담고 있다.

‘구제하다’의 의미를 연관시키면 거제도는 ‘크게 구제하는 섬’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다. 6ㆍ25 한국전쟁 당시 17만 친공 반공포로를 구제했으며, IMF 위기 때는 조선산업이 대한민국을 구제했다. 한편 거제 출신자인 김영삼 전 대통령이 IMF의 책임자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으니 이 또한 아이러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호(號)인 거산(巨山)에 거제의 거(巨)자 보다는 '제(濟)'자가 들어갔으면 어땠을까하는 물음도 던져본다.

제(濟)의 뜻에는 ‘물리치고 배척하다’의 의미도 담고 있으며, 거제도는 크게 물리치는 섬이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거제도를 교두보로 삼아 왜적과 맞서 싸워 조선을 지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제하분주(濟河焚舟)는 배로 강을 건넌 후 그 배를 불태워버린다는 뜻으로, 필사(必死)의 각오(覺悟)로 싸움에 임함을 이르는 말이다. 솥을 부수고, 배를 가라앉히는 파부침주(破釜沈舟)와 같은 뜻이다. 이순신 장군이 조선을 지키기 위해 ‘제하분주’의 심정으로 전투에 임하지 않았을지 상상해본다.

제(濟)의 의미에 한 가지 더 뜻을 부여하면 ‘모양이 아름답다’의 뜻도 있다. 거제도는 ‘섬 모양이 크게 아름답다’는 복합적 의미도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조용헌 교수는 위의 글에서 제물포가 옛 지명인 인천은 이제 영종도 국제공항으로 한국의 입(口)이 되었고, 거제는 물류의 항문이 될 것으로 본다는 대목을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조교수는 인천과 거제를 뒤집어보면 거제가 입이 되고 제물포가 항문이 된다고도 해석했다.

거제가 ‘물류의 항문과 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은 물류의 시작점과 끝점이 된다는 의미다. 물류의 시작은 비행기 선박 열차 자동차 등 이동수단이다. 거제가 세계 1위의 조선산업도시로 초대형 선박을 건조해 물류 이동을 담당할 선박을 바다에 띄우는 것은 새겨볼 대목이다.

여기서 거제 지명과 관련지어 ‘스토리텔링화’시킬 좋은 소재도 담고 있다. 계룡산(鷄龍山ㆍ566m)은 거제의 주산(主山)이다. 거제 계룡산이 정감록에 나오는 십승지(十勝地) 중 한 곳으로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정감록의 십승지 중 여섯째는 공주 계룡산으로 유구(維鳩) 마곡(麻谷)의 두 물곬의 둘레가 2백리나 되므로 난을 피할 수 있다고 기록돼 있으나 공주 계룡산이 아니라 거제 계룡산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십승지는 삼재불입지지(三災不入之地) 즉 전쟁, 흉년, 전염병이 들어올 수 없고 미치지 않는 땅인데, 한국전쟁 때 계룡산 밑 구 신현 지역에는 전쟁이 없었고, 전쟁 포로들을 수용한 포로수용소가 있었기 때문에 결코 근거없는 주장은 아니다.

계룡산의 지세는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 즉 닭이 알을 품고 있는 지형으로 해석들 하고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거제의 계룡산 지세는 닭이 알을 낳는 지세로 해석하면 더 설득력이 있을 듯싶다. 왜냐면 거제문화원에서 발행한 ‘거제지명총람’에는 계룡산의 끝자락인 사곡만 동북쪽에는 ‘다갈바위’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다갈’은 계란의 사투리다. 이와 더불어 사곡 끝 지점 북동쪽에는 거제시민의 생리현상을 처리하는 분뇨처리장이 있다는 것은 우연이라 하기에는 묘하다.

계룡산의 지세를 한자로 해석하면 금계배란형(金鷄排卵形)이다. 알이 나오는 그 지점에 지금은 삼성중공업이 위치하고 있는 것은 의미가 아주 깊다. 삼성중공업에서 배를 만들어 닭이 알을 낳듯, 배 한 척 한 척씩을 바다에 띄워 보내 거제시민을 먹여 살리고 대한민국 경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닭이 알을 놓을 때 경계를 늦추지 말라는 거제 지명도 있다. 거제의 육지 동남쪽 일운면 와현리 끝에는 서이말(鼠咡末)과 북쪽 끝 장목면 황포마을에는 사이말(蛇咡末) 지명이 있다. 서이말은 ‘쥐부리끝’, 사이말은 ‘뱀부리끝 또는 사부리끝’으로 부르고 있다.

장목면 황포마을 끝자락에 있는 사이말 끝으로 마산과 거제를 잇는 국도 5호선이 계획돼 있어 앞으로 거제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지 궁금하다.

계룡산 지세가 닭이 엎드려 알을 낳는 지세이면, 거제시청의 자리는 닭의 심장이나 마찬가지인데 민선 전임 시장이나 전 시의원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일이 왜 벌어질까? 역설적으로 거제시청 자리가 명당 자리이기 때문에 부정을 저지르면 낱낱이 죄를 묻는 것이 아닐까?


 

저작권자 © 거제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