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민호 거제시장이 지난해 7월 취임 후 8개월 여 만에 시장실을 옮겼다. 김한겸 전임시장이 사용하던 거제시청 본관건물 2층에서 1층으로 옮겼다. 1층의 새로운 시장실은 민원지적과가 있는 곳이다. 각종 민원으로 하루 종일 시민의 왕래가 가장 많은 곳이다.

전임시장 시절의 2층 시장실과 새로운 시장실은 많은 차이가 있다. 2층의 시장실은 시장 집무실, 휴식실, 화장실, 시장부속실 공무원 공간, 탕비실 등을 합하면 최소한 40여 평은 되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시장실을 한번 들어가기 위해서는 몇 개의 문을 거쳐야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이에 반해 새로운 시장실은 한마디로 단촐하다. 다른 한편으로 자칭 대한민국에서 가장 소득이 높다는 도시의 시장실치고는 너무 초라한 측면도 있다. 거제시청 본관 건물 남쪽 출입구 쪽에 붙어있다. 크기는 10여평이며, 시민이면 누구나 시장을 볼 수 있게끔 탁 트여 있다. 화장실, 탕비실, 시장 부속실도 없다.

▲ 거제시청 본관 남측 입구에 자리잡고 있는 거제시장실
독립된 집무공간을 차지했던 국소장을 국소의 주무부서로 보냈다. 그리고 거제시장은 거제시청에서 시민이 가장 많이 오고가는 1층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거제시청에서 가장 낮은 자리다.

한마디로 새로운 실험이다. 새로운 변화에 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다. '잘 내려왔다. 잘못 내려왔다'는 등의 여러 가지 평가가 생길 것이다. 혹 전시행정, 포풀리즘 등의 이야기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폐쇄된 공간에 있다가 열린 공간으로 거제시장실을 옮겼다고 해서 거제시장의 권위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폐쇄된 공간을 만들어 '억지'의 권위주의를 세운다고 거제시장의 권위가 생겨나지 않는다. 전임 거제시장들이 생생히 증명해주고 있다.

현 시장의 앞 시장은 폐쇄된 시장실에다 수맥을 차단하기 위해 동판까지 깔았지만 지금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초대, 2대 민선 시장도 어떠했는지 시민들이 더 잘 알고 있다.

3명의 전임 민선시장은 신뢰가 없으면 바로 서지 못하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을 시민에게 확실히(?) 보여주었다.

'백성들의 위가 되려면 반드시 말(言)을 낮추고 백성들에 앞서려면 반드시 몸(身)을 뒤에 두어라. 그러면 위에 있어도 무겁다 하지 않을 것이며, 앞에 있어도 방해받는다 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권민호 시장은 자기를 낮출 수 있을 만큼 낮추었다. 시민이면 누구나 스스럼없이 시장을 만날 수 있다. 수많은 시민이 봇물처럼 시장을 찾을 것이다. 고성(高聲)도 오고 갈 것이다. 혹 출장으로 시장실을 비우면, 시장은 어디가고 왜 자리에 없느냐고 타박도 할 것이다. 1대 23만이다.

전임 시장들은 시장 권위를 억지로 세우기 위해 폐쇄의 '성(城)'을 쌓았지만 한 순간에 무너졌다. 권민호 시장은 권위주의 '성(城)'을 스스로 무너뜨렸으니 그대로 놓아주자. 시민을 위해서 일할 수 있게끔.

권민호 시장이 시장실을 시민 곁으로 옮긴 이유는 간단하다. 거제시는 전국의 230여개 지자체 중에서 공무원의 청렴도가 항상 하위권을 맴돌았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평범한 진리에 견주면 낮은 청렴도가 당연할지 모른다.

권 시장의 시장실 이전 결단은 거제시의 1000 여 공무원이 통절한 깨달음으로 시민 곁으로 다가가라는 '엄한 자기 회초리'이다. 시민보다 낮은 자리에서 '섬김 행정'을 펼치라는 공무원들을 향한 의지의 실천이다.

공무원들이 권민호 시장의 의중을 읽지 못하고 변화하지 않는다면, 권민호 시장은 시장실을 또 옮길 것이다. 백범 김구 선생이 스스로 민족의 문지기가 되었듯이, 권민호 시장은 '거제의 문지기'가 되기 위해 거제시청 정문 팔각정으로 시장실을 옮길 것이다. 권민호 시장을 또다시 시청 건물 밖으로 내쫓지 않는 일은 이제 거제시 공무원들의 몫으로 돌아왔다.

적과의 싸움을 앞두고 강을 건넌 후 되돌아올 배를 불태워버리는 제하분주(濟河焚舟)의 각오로 '자기 혁신의 행정 개혁'을 실천해야 한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 조선수군, 거제도의 백성이 힘을 합쳐 왜군을 물리쳐 조선을 지켰다. 조선소 임직원, 근로자, 시민이 힘을 합쳐 세계 1위의 조선산업 도시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청렴한 시장, 시민을 받드는 공무원, 거제시정을 신뢰하는 23만 시민이 '다함께' 힘을 합쳐 '크게 구하는 섬' 거제(巨濟)의 자존심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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