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거제시지회와 면동의 단위농협은 거제시 행정조직 다음으로 거대한 조직이다. 거제시 구석구석 경제권을 가지고 있어, 오히려 거제시 행정보다 시민에게 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제 경제의 신경 조직이나 다름없고, 시민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 시민이 신뢰하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는 농협이 '불신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농협 개혁은 요원하다는 생각이다.

지난해 10월 끝난 거제농협조합장 선거 후유증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조합장 선거를 하면서 돈을 뿌린 혐의로 세 명이 구속됐으며, 창원지검 통영지청의 수사 고삐는 현 조합장을 향한 막바지에 이른 느낌이다.

현 조합장이 별다른 혐의가 없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만일에 이미 구속된 세 사람의 전철을 밟는다면 또 한번 커다란 망신이다. 농협장 선거에서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는 돈선거 풍토는 좀처럼 고쳐지지 않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거제농협은 참으로 운이 없는 경우로 치부하고 다른 농협은 가슴을 쓸어내릴 것이다.

농협조합장 선거에 왜 돈을 쓰느냐? 한마디로 조합장이 되면 억대의 판공비다, 월급이다하면서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돈은 누구의 돈인가? 농협조합원의 돈이며 농민의 '피와 땀'이다.

동부농협과 남부농협이 14일 합병 등기를 마치고 '새로운'(?) 동남부농협으로 거듭났다고 떠들썩하다. 통합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갖춰 '1+1=2'가 아닌 '3'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위한 '고육지책'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합병을 '새로운 도약을 위한 힘찬 출발', '조합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계기'로 삼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상운(祥雲)'이 보이지 않는다. 구 남부농협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합병으로 인한 혜택은 구 동부농협 조합원과 구 남부농협 조합원이 골고루 누려야하고 공평해야한다. 누구는 이익을 보고, 누구는 손해를 보면 안된다.

“합병으로 조합원 1인당 출자금이 구 남부농협조합원은 1인당 1백만원씩 손해를 보고, 구 농부농협 조합원 1인당 70여만원씩 이익을 본다”고 남부조합원이 주장하고 있다. 사실이라면 사리에 맞지 않다. 구 남부농협 조합원이 조합원 1인당 출자금이 1백만원씩 줄어든다는 것은 쉽게 볼 문제가 아니다.

구 남부농협 조합원 중에는 경제력을 갖춘 조합원도 있다. 하지만, 농지가 작은 남부의 지역 특성상 조합원들의 한 푼 두 푼은 70대 전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생굴 까고, 고기 잡아 모은 값진 돈이다. 이 돈이 하루 아침에 1백만원씩 사라졌으니 박탈감은 매우 클 것이다.

그렇다면 구 동부농협을 들여다보자. 윤 모 전무의 부당해고를 통한 거액의 손해배상, 횡령 의혹을 산 직원의 자살 등 문제가 끊이지 않은 조합이었다. 다른 문제가 있다는 정보가 또 심심찮게 흘려나오고 있다.

구 남부농협측 조합원은 "남부농협은 지금까지 흑자 농협이다. 이번 합병은 남부농협 보다 상대적으로 부실한 동부농협이 조합원 숫적 우세를 내세워 남부 농협을 강제적으로 합병시킨 행위다"고 지적했다.

단위농협에 대한 감사권을 가지고 있는 농협 거제시지부는 왜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지 못하고 합병이 만사인양 농협 합병을 서두르는지 궁금하다.

구 남부농협 조합원들은 몇몇 지역 유지들을 앞세워 합병의 문제점에 대한 법적 투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법적 투쟁에서 실익을 찾지 못할 경우 구 남부농협 조합원은 무더기 조합원 이탈이 예상된다. 남부면 지역의 특성상 농협에 들지 않아도 수협이 있기 때문이다. 

동부농협에 조합원으로 있다가 최근 조합원을 탈퇴, 다른 농협으로 옮긴 Y 모 씨는 "통합의 갈등은 미리 예견돼 있었다"며 "조합원 수가 많은 동부농협이 남부농협을 흡수하는 식의 모양으로 통합이 이뤄지면 남부농협측 조합원들의 반발은 당연하다"고 밀어붙이기식 합병에 일침을 놓았다.

거제시 행정, 농협거제시지부와 단위농협, 거제수협은 시민의 삶과 밀접히 결부돼있고, '거제시스템'을 움직이는 혈관이나 다름없다. 혈관의 피가 맑지 못하면 신체에 이상이 생긴다. 농협도 이제 단순히 경제적 이득만을 취하는 단체가 아니라 거제시의 미래를 책임지는 단체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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