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용 경실련 사무국장…"거제시의 일관성 없는 행정이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 김범용 경실련 사무국장
거제시장은 민원실로 면, 동으로 불철주야로 뛰는 데 거제시 공무원은 복지부동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의 고속국도 예정지에 나간 건축허가, 공원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도로, 수자원 보호구역내에 내준 건축허가에 대한 고발성 기사가 봇물을 이루는 데 대해 거제시 행정이 이렇다하게 공개적인 해명을 한 바가 없다.

사유가 어떻든 지역 언론에 시 행정을 문제 삼는 기사가 나오면 행정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해명하는 것이 옳다. 시민의 알권리를 존중해야하고, 거제시 행정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행정은 시민사회와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야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최근 거제시의 지속적인 무대응은 담당공무원의 소통부재나 공감능력 부재가 문제가 아니라, 시 공무원 전체가 행정학의 지역 거버넌스 개념에 대해서 총체적으로 무지하거나 아니면 의도적인 무시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극히 우려스럽다. 이쯤 되면 시민 세금으로 월급 주는 시청 공보실은 뭐하는 곳인지 한마디쯤 나오게 된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수자원보호구역에 건축허가를 내준 것에 대한 논란도 마찬가지 이다. 문제의 외양은 수자원보호구역에 내준 건축허가의 문제이지만 핵심은 언제나 지적되듯이, “그 때 그 때 달라요”란 우스개 말처럼 자의적 판단에 의한 행정의 일관성 확보 실패가 문제인 것이다. 행정이 합법성만 가지고 말하면 하류다. 거제시 행정의 일관성 부재가 도처에서 눈에 뛴다.

행정의 일관성은 지역의 사회적 자본인 “신뢰”를 만드는 근본원리이다. 행정의 일관성을 이야기 할 때 흔히 인용되는 고사(故事)로 “상앙(商鞅)의 이목지신(移木之信)”이란 말이 있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秦)나라의 효공(孝公) 때 상앙(商鞅)이란 명재상이 있었다. 그는 위(衛)나라의 공족(公族) 출신으로 법률에 밝았는데 특히 법치주의(法治主義)를 바탕으로 한 부국강병책을 펴 천하 통일의 기틀을 마련한 정치가로 유명했다.

한 번은 상앙이 법률을 제정해 놓고도 즉시 공포하지 않았다. 백성들의 불신을 염려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상앙은 한 가지 계책을 내어 남문에 길이 3장(三丈:약 9m)에 이르는 나무를 세워 놓고 이렇게 써 붙였다.

"이 나무를 북문으로 옮겨 놓는 사람에게는 십금(十金)을 주리라."

그러나 일 같지도 않은 일에 거액인 십금이나 준다는 포고문이 황당하여 아무도 옮기려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엔 상앙이 오십 금(五十金)을 주겠다고 써 붙였더니 이번에는 속는 셈치고 옮기는 사람이 있었다. 상앙은 즉시 약속대로 오십 금을 주어 나라가 백성을 속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했다. 그리고 법령을 공포하자 백성들은 조정을 믿고 법을 잘 지켰다고 한다.

또 다른 예를 들자. 경제학에서는 신고전학파가 케인즈학파가 주장하는 정부의 시장 개입을 비판하는 논거로 “최적정책의 동태적 비일관성”을 말하고 있다. 즉, 정부가 당시 상황으로는 최적이라고 생각하여 재량적으로 개입하는 단기적인 최적화 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단기적인 경제상황에 따라 자주 달라질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는 결론적으로 장기적인 정부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상실하게 만들어 오히려 정부의 개입이 비효율적인 행위가 되어 차라리 개입하지 아니한 만 못하게 된다는 비판이 성립하게 되는 것이다.

행정에 대한 신뢰는 원칙이 지켜질 때 싹튼다. 지역거버넌스를 말할 대 가장 중요한 사회적 자본의 구성 요소가 “신뢰”이다. 이 행정에 대한 신뢰가 지역사회 속에 형성되어 있는가 하는 문제는 공공기관의 운영, 행정제도의 집행, 정책집행 등 제반에 걸쳐서 큰 영향을 미친다. 오락 가락하는 거제시 행정이 위태 위태하다.

거제시에서 가장 유능한 집단중 하나인 공무원 사회가 이래서는 안된다. 거제시장이 혼자서 동분서주한다고 거제시 행정에 대한 신뢰가 상승하는 것도 아니다. 건축허가는 합법적이었으니까 언론이랑 삼거리주민들이랑 싸우게 내버려 두는 것도 정도(正道)가 아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거제시가 행정의 일관성을 상실함으로 인해서 빌미를 제공 했다. 이제라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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