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찬혁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섬의 자존을 지키는 길 찾아야"

▲ 지찬혁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최근 거가대교 개통 이후 부산과 통영으로 이어진 두 개의 다리로 자가용과 관광버스의 이동량과 이동속도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관광객의 증가에 따른 수익증대는 물론이거니와 환경부담으로 인한 섬 생태계의 변화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현재로서는 거가대교가 애초에 사업수익성으로 잡았던 규모의 인원이 아닌데도 밀려드는 인구가 집중되는 곳은 민감한 생태계변화가 우려된다.

특히 거제로 유입되는 관광객은 거제도와 거제도에 딸린 섬들의 생태계 부하를 급속히 증가시키고 있다. 보다 큰 훼손을 막기 위한 예방차원에서 국립공원 지역의 일부 섬들은 낚시객의 유입에 따른 환경 피해를 줄이기 위해 출입이 제한되었다. 앞으로 본격적인 관광시즌으로 접어든다면 무분별한 낚시문화로 거제의 섬들은 환경피해를 고스란히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마을 주민들과 쓰레기를 둘러싼 마찰도 벌써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다.

이런 와중에 거제도를 마산과 연결하는 다리도 건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사통팔달로 뚫린 거제도가 생태적으로,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할는지 중대한 기로에 선 셈이다.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인프라 구축이 경제성장에 기여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환경적 고려는 성장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육지의 도로와 섬을 연결하는 도로는 판연히 다른 과정을 보일 수밖에 없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과거 강화도가 초지대교 개통과 함께 두 개의 다리로 연결되면서 삽시간에 강화 땅의 대부분이 수도권의 사람들에게 팔려 나갔고 섬 생태계는 우려의 수준을 넘어선 난개발로 통제가 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강화는 섬의 자립성을 잃고 주변 지역의 개발압력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기 일쑤이다.

우리 지역의 자랑할만한 대표적인 자연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상태라고 봐야 한다. 바다를 둘러가며 왠만한 곳은 관광지, 어촌체험, 산업단지 등등으로 자연 그래로의 경관을 볼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그리고 자연 경관을 잘 유지하는 곳도 낚시객을 실은 배들이 드나들면서 그 아름다움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섬과 섬을 연결해 다리를 놓는다는 것이 과거처럼 낙후된 섬의 거주 환경을 개선한다는 목적으로만 평가되던 시대는 이제 과거의 일로 끝내야 할 때이다. 사람들이 몰리도록 이토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인지, 행여 우리 자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생태자원을 더욱 희소한 것으로 만들지는 않는지 따져야 하겠기 때문이다.

최근 경남지역의 개발욕구를 살펴보면 상식을 넘어서서 정치적인 쟁쟁의 대립이 반복되고 있어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택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인다. 동남권 신공항 유치 경쟁의 후유증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남해안 프로젝트를 비롯해 경남권의 모든 개발사업을 민자유치라는 부도수표로 기본계획에 반영해 놓았던 도지사가 또 다시 사업적 타당성과 환경문제, 지역주민 갈등의 진원지가 되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영남권의 지역들이 신공항 하나로 김해와 대구의 대도시 소음 민원 해소와 부동산 개발 열망,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몰린 국책 사업 예산에 대한 갈망 등 누적된 사회 문제를 해소하기를 고대했던 것도 나름 이유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는 균형 발전에 대한 기대감과 소외된 지역의 개발 욕구가 명분이 되고 있지만 실제 유치 경쟁에 나섰던 지역들을 모두 열거해 보면 공공의 자산을 개발하여 사유화하려는 목적이 저변에 깔려 있다. 과거에 남해안 프로젝트를 남발하던 정치인들과 경상남도의 고위 공무원들이 했던 말들이 이번에도 비슷하게 반복되었다.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최소한의 훼손으로 경남의 경제를 살리자는 말이 그러했다.

이는 지금까지 경제개발과 인프라구축 등 중앙정부 주도의 사업들이 개발 이익이 단기간에 많이 남을 수 있는 부동산 개발과 매립 등 택지개발에 중심을 두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 주요 공기업의 부채 증가, 토건국가화 등 우리의 환경은 자연뿐만 아니라 인간사회도 단순하게 변해 왔다. 단순하다고 모든 것이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결과는 환경적인 피해의 급속한 확산과 사회적 비용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의 미래가 대규모 인프라 구축, 특히 하드웨어 차원의 성패에 따라 결정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나라곳곳에서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그리고 경제성장에 따른 거래의 증가가 우리의 미래세대를 위해 좋은 일과 함께 나쁜 일도 함께 전해 준다는 사실을 이제는 깨달아야 할 때이다. 환경과 개발의 문제를 함께 보고 예방적 차원의 정책 수단을 갖추지 않으면 개발의 욕구는 경제적인 악영향을 포함하여 되돌릴 수 없는 복합적인 환경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모든 개발 사업들이 최소한의 환경영향조사와 절차만 거치는 요즘 세태에 비춰보면 사전 예방 차원의 대비를 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말을 할 때면 남해안특별법을 만들기 위해 국회를 돌아다너던 경상남도의 한 공무원이 생각난다. 섬에 볼거리를 찾아가기 위해 최소한의 접근성만 확보하고 보전할 자연은 철저히 보전하겠다던 그 사람의 말이 당시 정치인들의 뒷거래로 특별법으로 제정되었다. 그러나 이제 사업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타당한 사업은 거의 전무한 대표적인 거짓말로 입증되고 있다. 보여줄 게 하나도 없는 섬이 되지 않기 위해 보전할 자연은 철저히 보전해야 할 것이다. 그 길만이 거제가 섬의 자존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저작권자 © 거제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