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줄고 값 떨어져… '7년 호황'에 어두운 그림자

조선일보 10월 4일 A25면 인용보도<최유식 기자, 김승범 기자>

● 조선업종…올해 전세계 발주량 급감 중소형 업체 자금난 심각 해운 업황도 급속 악화
● 철강업종…중국·유럽 제품 값 급락 환율 급등으로 원가 압박 국내업계 경쟁력하락 우려


미국발 금융 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2000년대 초반 이후 줄곧 호황을 누려왔던 조선·철강 업종이 흔들리고 있다. 조선업은 세계 선박 발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감소하고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는 해운업황도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철강은 하반기 들어 중국 수요가 급감하면서 주요 제품의 국제 가격이 줄줄이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환율 급등(원화 가치 하락)으로 원자재 수입 비용이 크게 늘어나 국내 철강업계가 원가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조선·철강 업종은 2002년부터 '차이나 효과(China effect)' 속에서 7년 간 계속 상승 추세를 이어가는 '수퍼 사이클'을 연출하며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조선업계 "잔치 끝났나"
세계 조선업이 지난해 정점(頂點)을 찍고 하강 국면으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올 초부터 제기됐다. 연초부터 세계 경기가 침체 조짐을 보여 왔고, 선박 건조의 주 재료인 후판(두꺼운 철판) 값이 오른 게 주요 이유다. 세계 선박 발주량은 2002년부터 매년 증가했지만 올해 들어 이 상승세가 꺾였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본격적인 침체기로 접어들었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여파로 세계 금융 시장이 위축되면서 선주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발주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업체는 현재까지 '선방'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업체들이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를 늘리면서 8월 현재 세계 선박 발주 물량 가운데 한국의 점유율은 42.4%로 지난해 전체 37.5%보다 높아졌다.

▲ 8월 현재 전세계 선박 발주량이 3,610만CGT로 지난해 8,550만CGT 42%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중소형 조선소는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C&그룹은 계열사인 C&중공업이 조선소 건립에 필요한 자금 1700억원을 금융기관에서 제때 대출받지 못해 올해 말로 예정된 첫 선박 인도를 내년 초로 연기한 상태다.

조선 경기에 선행하는 해운업황도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벌크선(곡물·광물 등을 실어나는 일반 화물선) 시황을 보여주는 발틱운임지수(BDI)는 1일 3025포인트를 기록했다. 5월 최고점(1만1793포인트)에 비해 74.3%나 빠졌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해운 물동량이 줄어 선박 발주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감 감도는 철강 업종
철강 불황의 진원지는 중국이다. 중국은 베이징올림픽 직전인 지난 7~8월 두 달 동안 주요 철강 제품 가격이 10~15%씩 일제히 떨어졌다.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 부진과 부동산 시장 급락으로 건설·자동차·기계·가전 등 주요 업종의 철강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미국·유럽 시장의 주요 철강 제품 가격도 지난 두 달 동안 10~15% 가량 하락했다.


글로벌 철강기업들은 잇달아 감산(減産)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철강업체인 아르셀로미탈이 4분기(10~12월) 15% 감산 계획을 밝혔고, 일본 주요 철강업체도 업체 별로 10~20%의 감산을 계획 중이다. 중국의 최대 철강업체인 바오산(寶山)강철도 지난 8월과 9월 두 차례나 가격 인하를 단행한 데 이어 감산을 준비 중이다.

국내 철강업계도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3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국내로 수입되는 중국산 핫코일(열연강판) 수입가격은 지난 7월 t당 1063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하락해 이달 들어 800달러까지 떨어졌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중국 내수 감소로 값싼 중국 제품이 대거 국내로 들어오면 가뜩이나 환율 급등으로 원료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철강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쉬러장(徐樂江) 바오산강철 회장은 최근 세계 철강업 상황과 관련, "철강업의 고속 성장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고 말했다.

반면, 김경중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유럽의 경기 침체로 당분간 어렵겠지만 신흥 개도국 수요는 앞으로도 건재할 것"이라며 "1~2년 간 일시적 조정을 거쳐 다시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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