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해금강 해상서 유람선 충돌 후 승선객 항의글 시 홈페이지에 남겨

 

안개 속 해금강 앞바다 유람선 충돌 후 승선자가 남긴 글

21일 오후 2시 40분경 거제 남부면 갈곶리 거제 해금강 2마일 전방에서 짙은 안개로 유람선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장승포동에서 출발해 해금강으로 향하던 옥성관광유람선3호(134명 탑승)와 해금강 관광을 마치고 외도로 향하던 와현관광유람선 소속 외도호(96명 탑승)가 충돌했다.

한바다에서 충돌했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승객 중 3명이 찰과상을 입는 정도였고 충돌한 배는 가드레일과 문짝이 부러졌다.

이러한 사고는 앞으로 얼마든지 자주 생길 수 있는 사고이며, 앞으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거제시 홈페이지 '거제시에 바란다'란에 이번 충돌 사건 때 배에 타고 있었던 박정완 씨가 유람선사와 거제시의 각성을 촉구하는 글을 게시해 옮겨 싣는다.<편집자 주>

안녕하세요. 저는 5월 21일, 22일 거제도 여행을 위해 거제도를 방문했던 사람입니다.

5월 21일 오후 2시, 외도를 여행하고자 외도 유람선(와현 선착장, 외도호)에 승선했을 때, 심한 안개로 인해 맞은 편에서 오던 배와 부딪히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많이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그로 인한 충격이 너무나 컸고, 미흡한 대처에 너무 화가 나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제가 강력하게 항의할 내용은 두 가지입니다.

▲ 거제 해금강에서 운항하는 유람선은 여러척의 유람선이 있다. 위 사진은 이번 사고와 무관한 유람선이다.
첫 번째 항의 내용. 물론 안개가 너무 심했기 때문에 그 사건이 선장님의 100%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정말 심각한 문제점이 있었기에 지적하려합니다.

안개가 심하여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상황에서 배가 충돌하였을 때 너무나 무서웠고, 진짜 ‘이렇게 죽는구나~’ 하는 정도의 심한 충격과 공포를 느꼈습니다. 배가 부딪힌 후에도 배 충돌부위의 상태를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배가 침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영을 아예 하지 못하는, 여자 친구는 아예 사색이 되어 하얗게 질려버린 상황이었습니다.

선장님이 처음 배가 출항할 때, 구명조끼는 좌석 밑에 있다고 간단히 설명하셨습니다. 수영을 못하는 여자 친구가 배가 혹시나 침몰할지 모른다는 걱정에 너무나 무서워하고 사색이 되어 버린 상태라, 빨리 좌석 밑에 있는 구명조끼를 꺼내서 입히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구명조끼를 꺼내려고 외도까지 도착하는 10여분간 낑낑거렸건만, 구명조끼는 꺼내질 생각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힘으로도 해보고, 요령껏 빼보려고도 했지만 결국 빼지지 않는 겁니다.

이 때, 여자친구는 수영을 못하기에 무서워서 펑펑 울고, 기절까지 하려고 했습니다. 저는 필사적으로 좌석 밑에 있는 구명조끼를 힘으로 빼보려고 했지만, 역시나 실패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의자를 들어서 확 부수고서라도 여자친구에게 구명조끼를 입히고자, 앉아있던 의자를 힘껏 들어올렸습니다. 그러니 그제서야 의자 좌석 쿠션이 들리면서, 구명조끼가 나오는 게 아닙니까? 제가 강력하게 항의하고자 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선장님께서 처음 안전교육 설명을 하실 때, 위급한 상황이 발생되면, 구명조끼는 좌석 밑에 있으며, 좌석 쿠션을 들어야지 꺼낼 수 있다는 설명이 없었다는 겁니다.

그 날 배가 침몰 안하고 다친 사람이 없어서 진짜 다행이긴 했지만, 만약 배가 뒤집어져서 사람들이 빠졌다면 대형 참사가 발생하였을지도 모르는 일 아닙니까.

구명조끼를 꺼내는 방법도 모르는데, 그걸로 인하여 사상자가 발생한다면 그 부분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합니까? 제가 강력하게 항의하고, 요구하는 사항은 선장님께서 안전교육을 하실 때, 좌석쿠션을 들어야 구명조끼를 꺼낼 수 있다는 말씀을 꼭 하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항의 내용. 위의 사고로 인해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여자친구는 계속 울었고, 심장이 두근거려서 외도 구경은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다시 와현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배를 탔을 때 일입니다.

돌아오는 배는 환타지아호 였습니다. 사고의 후유증으로 환타지아호에 오르자마자 구명조끼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환타지아호는 외도호와 구조가 다르게 생긴 거였습니다. 그런데 선장님께서는 구명조끼 위치나 착용법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으셨습니다.

제가 답답해서 여기저기 둘러보니, 우리가 앉은 좌석 윗부분에 있었습니다. 돌아가는 배에서도 만약 사고가 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더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는 건 환타지아호의 선장님의 말씀이었습니다.

선장님 말씀 왈, “여러분,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습니다. 배가 부딪쳤지만, 여러분은 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니 정말 운이 좋습니다.“(아주 얄미운 투로 말함.)

이렇게 말을 하는 거였습니다. 그럼, 배가 뒤집어 지고 사람들이 죽었으면 그냥 단순히 인생을 살다 일어날 수 있는, 운이 나쁜 상황인건가요? 우리는 그 사고로 인해 충격과 공포로 인해 다시는 배를 안타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육지로 돌아와야하니 ‘마지막이다’ 라고 생각하며 승선하였던건데, 선장님의 그 말에 너무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태연하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말할 수 있는건지! 그 일이 그냥 웃고 농담할 만큼 가벼운 일이었는지..

상식이 있는 분이라면 그 상황에서 “여러분, 아까 정말 놀라셨죠?? 정말 죄송합니다. 외도호에서 예기치 못한 심한 안개로 인해 사고가 발생되어 여러분께서 정말 놀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다행히 큰 사고가 아니었고, 아무도 다치지 않으셔서 정말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저희들이 앞으로 더욱 안전 운항을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렇게 말씀을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상식적으로? 그리고 사고가 났을 때 유리창이 깨지면서 다친 분이 있었는데 그 부분은 어떻게 되었는지, 사고의 경위나 배의 손상 상태에 대해서도 알고 싶었는데 전혀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은 없으시더군요.

우리는 지금까지도 사고의 충격과 후유증으로 계속 배가 부딪힐 때의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르며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어떻게 그렇게 태연할 수 있는지.. 정말 화가 납니다. 아무리 다친 곳이 없고 큰 사고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우리가 받은 충격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만큼 커서 다시는 배를 타지 말자고 다짐할 만큼이었는데, 배 타는 상상만 해도 두려운데, 이게 아무 일도 아닌 겁니까?

안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사고가 났다고 하지만, 외도호 선장님의 안전교육 설명 미흡, 환타지아호 선장님의 황당하고, 어이없는 말에 너무나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분명한 사과와 함께, 선장님들의 교육을 강화해서, 승객들이 안전하게 배를 탈수 있도록 조치해 주시기 바랍니다. 외도 관광선을 믿고 승선할 수 있게 말입니다.

경상남도를, 거제시를, 외도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거제도, 외도를 찾는 전국의 관광객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런 부분들은 정말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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