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장군의 친일 행적 '몰랐는지, 은폐했는지'…역사의식 부재 우려수준

포로수용소유적공원 안에 지난달 27일 세워진 김백일(본명 김찬규) 장군의 동상 건립 논란이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거제시민단체연대협의회는 "김백일 장군이 한국전쟁에서 흥남철수작전에 공을 세웠더라도 친일행적이 명백한 인물의 동상을 포로수용소유적공원 안에 세운 것은 거제시민의 자존심을 손상하는 행위다. 동상은 철거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기사 하단 참조 :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김백일 장군과 관련된 내용)

▲ 2005년 흥남철수작전기념비를 세울 때 김백일 장군(오른쪽)이 기념비에 부조돼 있다.
비단 이번만이 아니라 2005년 흥남철수작전기념비가 건립될 때부터 문제를 안고 있었다. 포로수용소유적공원 안에 흥남철수작전기념비가 세워진 시기는 2005년 5월 17일 전임 시장 시절이다. 국가보훈처(4억6천만원) 행정자치부(5억원) 거제시(1억5천만원) 성금(5억5천만원)을 합쳐 16억원의 사업비로 건립됐다. 2005년부터 기념비와 벽면 부조물에는 김백일 장군이 조각돼 있다.

그렇다면 2005년 당시 흥남철수작전기념비를 세우는 과정에서 각종 부조물에 김백일 장군이 중요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거제시는 몰랐을까?

그 당시에는 친일인명사전이 발간되기 전이라 하더라도 거제시가 조금만 신경을 써 살폈더라면 문제점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에 김백일 장군의 과거 행적을 알고도 묵인했다면, 거제시 담당공무원이 이같은 사실을 숨겼을 가능성이 높다.

(사)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도 김백일 장군의 동상을 거제시에 세워 논란이 되고 있는 시점에 입장을 밝히는 것이 온당한 처사일 것이다. 그리고 현봉학 박사와 김백일 장군에 대한 역사적 진실도 속 시원히 풀어주어야 한다.

네이버 위키백과사전에는 “알몬드 10군단장을 만나 민사부 고문으로 일하면서 흥남 철수 작전에 관여했다. 당시 피난민이 함께 승선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미군측을 설득해 9만8천여명을 메러디스 빅토리호 등 수송선에 싣고 거제도로 옮기게 했다. '한국판 쉰들러'로 불린다”고 적시한 사람이 있다.

이 인물은 이번에 유적공원 안에 동상을 세운 김백일 장군이 아니라 고 현봉학 박사에 관한 설명이다.

네이버 위키백과사전에 김백일 장군의 흥남철수작전에 대해서는 “12월의 흥남철수작전 때는 10만명의 피난민을 해상으로 수송하였다”고 간단하게 기술돼 있다.

현봉학 박사 사회활동란에 “서재필기념재단 초대 이사장을 비롯해 안창호, 안중근, 장기려 등을 기리는 사업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보건의료협력본부 고문을 맡았으며 윤동주의 묘를 찾아내 단장하고 '윤동주 문학상'을 제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현봉학 박사는 이력에서 알 수 있듯 민족주의자 삶을 살아온 것으로 보인다. (사)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가 민족주의자 현봉학 박사보다는 김백일 장군을 더 중요한 인물로 인식하고 있는 이유도 석연찮다. 이번에 차라리 현봉학 박사의 동상을 세웠으면 어땠을까 궁금해진다.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은 1983년 12월 경상남도 문화재 자료 제99호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는 시설이다. 문화재 자료인 포로수용유적공원에는 보수니 진보니 후세들의 경도된 역사관이 끼여들 여지가 없다. 반공이든 친공이든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온전히 복원시켜 후손에게 보여줘 역사적 교훈으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포로수용소유적공원이라고 하니 마치 ‘반공의 성지’처럼 생각하는 것은 커다란 착오다. 거제의 대표적 관광지로 관광객이 포로수용소유적공원을 방문하는 이유는 문화재 자료로써 '포로수용소‘의 실상을 소상히 보여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포로수용소의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관광객에게 가감없이 보여주기 때문에 '한번쯤 가볼 만한 곳이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 역사를 왜곡해 반공 교육장의 모습을 갖춰놓았으면 관광객이 벌써 외면했을 것이다.

▲ 5월 27일 김백일 장군 동상 제막식 때 거제지역에서 보낸 화환
김백일 장군 동상 건립 등 일련의 사태 근원에는 거제시 해당부서 특히 관광과 담당공무원들의 역사의식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다. 자동차가 기술의 결정체인 종합예술품이라고 표현하듯이 관광상품 또한 역사 문화 콘텐츠 등이 조화롭게 어우려진 종합예술품이다. 역사적 관광상품을 개발할 때는 가장 먼저 역사에 대한 깊은 인식과 문제를 푸는 깊은 통찰력이 갖추어야 한다.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 안에 어떠한 단체가 어떠한 시설물의 설치를 건의해도 ‘역사의식’으로 무장된 공무원이 중심을 잡고 있었으면 어처구니 없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구 고현중학교 부지에 310억원을 들여 내년 6월 완공 예정인 포로수용소유적공원 확장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이 또한 다시 한번 철저한 검증을 거쳐 현 세대의 왜곡된 역사관이 끼여들 소지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전시물 검증위원회를 만들어 각종 전시물에 대한 역사적 고증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 김백일 장군 동상 밑에 있는 김 장군의 약력 46년 이전의 약력은 빠져 있다.
거제시는 장승포망산공원에 5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흥남철수기념공원’을 세울 계획으로 타당성 조사 용역을 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중간용역보고회를 가졌다. 김백일 장군 동상 건립 과정에서 불거진 미숙한 행정 수준으로 앞으로 계획된 흥남철수유적공원 또한 ‘제대로 하겠느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거제는 임진왜란 때 옥포대첩, 율포해전, 영등포해전, 장문포해전 등에서 이순신 장군, 조선수군, 조선의 어민이 목숨 걸고 조선을 지킨 곳이다. 아주장터 3․1독립운동 등 항일투쟁이 일어난 곳이다. 그리고 한 때는 세계 1위였던 일본의 조선 산업을 뛰어넘어 세계적 조선산업 도시다. 거제는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 창조 정신’을 계승한 조선산업 세계적 메카다.

▲ 경남도민일보 1일자 1면에 보도된 내용
거제시는 이번 일에 대해 책임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유적공원에 친일파 우뚝’이라는 경남도민일보의 지적처럼 시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안긴 공무원에게 최소한의 책임을 묻는 등 시민이 이해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시민의 대표인 거제시 의회 의원들은 거제시에 김백일 동상을 건립해도 괜찮다는 것인지 이번 사태에 대해 묵묵부답이다. 거제시의회는 1천만원의 시민 혈세를 김백일 장군 동상 제막식에 쓰도록 승인해줬다. 절반의 책임을 지고 있다. 

 


 

▲ 지난달 27일에 있은 동상제막식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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