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일 장군 동상 사태 그동안 누적된 문제가 밖으로 드러난 것에 불과

▲ 김철문 기자
'(이명박) 대통령 영(令)이 안 선다', '의약품 수퍼판매 회의만 5회 주재…결국무산', 9일자 중앙일간지에 실린 기사의 제목이다. 이명박 정부를 '고소영', '강부자' 정권으로 자주 부른다.

네이버 위키백과사전에는 탤런트 고소영 씨 외에 '고소영', '강부자'의 다른 의미도 소개되고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주로 '고려대 출신, 소망교회 신도, 영남 출신' 인사들이 내각과 당직 등에 기용되자, 이를 두고 사람들은 세 가지 첫 글자를 따서 '고소영' 내각, '고소영' 정권 하는 식으로 부르게 됐다. 사람 이름이 전혀 다른 뜻을 담은 줄임말로 널리 쓰인 다른 예로 '강부자(강남의 부동산 부자)'가 있다."

이명박 정부의 실패는 국민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된다. 피해액 규모가 7조원을 웃도는 부산상호저축은행 비리, 반값등록금 촛불집회 확산 등 권력누수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지지도도 '급전직하'하고 있다. 국정철학 부재, 가진자 중심 국정 운영, 돌려막기식 측근인사, 집권 여당의 당파싸움 등이 원인일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인기하락은 '강 건너 불 구경'이 아니라 거제시에도 '바다 건너 넘어 온 불'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옥영문 현직 시의원이 친일행적이 밝혀진 김백일 장군 동상 철거를 요청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옥영문 시의원의 1인 시위는 단순히 '시의원의 인기 만회용' 시위가 아닌데에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옥영문 시의원은 거제시장과 인간적으로 매우 가까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왜 권민호 시장에게 정치적 손상을 줄 수 있는 1인 시위를 감행했을까. 그리고 평소 시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인사들도 '이건 아닌데'하면서 하나 둘 거제시정을 나무라기 시작할까.

거제시는 김백일 장군 동상에 대해 지금까지 시민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에 보낸 공문을 어떤 연유인지 감추기에만 급급하고 있다.

거제시 행정은 김백일 동상 사태를 맞아 그동안 따로 열심히 움직인 흔적은 보인다. 어떠한 일을 했을까. 김백일 장군 동상 문제가 불거지자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보다는 성명서 낸 시민단체관계자 불러 밥 사줘 입막음시키고, 우호적인 기자들에게 보도자제를 요청하는 일(시민단체 관계자는 만난 적이 없다고 하고 있음) 등등.

옥영문 시의원의 1인 시위 소식이 전해지자 이 국장, 저 국장, 이 과장, 저 과장이 옥 의원을 만나 1인 시위를 만류하기에 나섰고, 옥 의원이 1인 시위를 결행하자 첫날 시위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국장, 과장들이 옥 의원을 만나 '그 정도에서 시위를 그만하시죠'하고 부탁하는 일만 하고 있으니....

▲ 거제시청 전경
김백일 장군 동상 문제가 불거진 것은 우연적인 일이 아니라, 권민호 시장 취임 후 누적돼온 문제가 겉으로 표출된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첫 번째 거제시정의 비전과 목표가 없다. 두 번째 특별히 눈에 띄는 행정 성과가 안보인다. 세 번째, 보신에 능하고 처세에 밝은 일부 공무원들이 만들어낸 인기영합 정책만 보이고 미래지향적 '통 큰' 행정이 보이지 않는다.

권민호 시장의 임기 4년 동안 거제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비전과 철학이 안보인다. 이일 터지면 이리 막고 저 일 터지면 저리 막고 '땜질식' 행정이 눈에 훤히 보인다.

관광인프라 구축을 위한 '거제시민 대토론회'를 얼마 전 가졌지만, 사전 각본과 발언자 사전 내정 등 '대통령과의 대화' 보다 더 재미없는 토론회였다. 시장 선거 도와준 사람 불러다 평소 가지고 있던 민원 사항은 무엇이고 말해봐라는 식의 토론회였다.

시민 대토론회에서 권민호 시장은 '통영의 중앙시장처럼 활성화될 수 있는 거제지역 회 센터 건립'의 좋은 아이디어를 토론회 참석자에게 끝까지 요청했지만 아무도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거제에도 대형 회센터가 필요하다는 시민공감대가 형성돼 거제시는 회 센터 건립 적지를 찾기 위해 용역을 하고 있지만, 몇 천만원 들인 용역서 한 권이 전부일 듯하다. 회 센터 건립 최적지는 거가대교가 보이고 거가대교 접속도로 톨게이트가 있는 장목면 대금마을 주변이 가장 적지라는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장목면 대금마을 해안가에는 땅값이 3.3㎡(1평)당 300만원 전후에 거래되고 있다. 사업성을 맞추기 어렵다. 그렇다면 싼 땅을 찾아 산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그것은 '연목구어'나 마찬가지다. 결국 해답은 창조적 아이디어다. '3~5년 걸리는 공유수면매립 인허가를 거치지 않고도 빠른 시일 안에 바다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고현동 재래시장에 주차문제가 심각하다. 궁여지책으로 고현시장 접근 주도로에 주차면을 그어 주차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안을 내놓고 있다. 차량 정체와 시민 원성이 불보듯 뻔하다. 주차장 법을 면밀히 검토하고, 창의적 역발상의 사고로 접근하면 시장 상가도 더 많이 늘리고 주차건물도 크게 지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도 교통 소통 대책, 주차문제 해결, 장사도 문제, 저도 관리권 반환 미온적 태도, 차세대산업단지, 고현항재개발, 거가대교 개통 후 소외받고 있는 지역의 민원 해결 방안 등에 적극 행정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한 예로 거가대교 접속도로는 거제쪽과 부산쪽 두 군데 있다. 그런데 부산쪽의 접속도로는 자동차전용도로가 아니고 '일반도로'인데, 왜 거제쪽은 자동차전용도로일까 궁금증을 가져보지는 안하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자동차전용도로를 폐지하고, 일반도로로 전환했을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등등의 방법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할까.

행정은 결국 사람 즉 공무원이 하는 것이다. 각자의 공무원마다 생각과 사고가 틀리고, 사물을 보는 식견과 안목이 천차만별이다. 7월 1일이면 권민호 시장 취임 1주년이다. 그리고 현 부시장의 임기도 끝나고 새로운 부시장이 오게 된다. 통상적으로 정년 1년여 남겨 놓고 통과 의례로 오는 부시장이 아닌 애향심,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진 부시장을 도지사에게 요청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정부도 정책실패나 과오를 저질렀을 때 국민의 민심을 잡기 위해 인사 조처를 취한다. 거제시정도 매한가지다. 뒷걸음질 치고 있는 행정 불신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비서실'격인 중요 부서를 비롯해 이번 동상 사태의 관계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묻는' 과감한 인사조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권민호 시장은 '4년 임기 한번이 끝이다는 각오로 시정에 임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리고 시장이 되기까지 살아온 삶의 역정은 한 편의 인간드라마다. 기대에서 실망으로, 실망에서 기대로 바뀌는 것은 손바닥 뒤집기보다 쉬운 일임을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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