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 빅토리호' 흥남 아닌 원산서 피난민 철수시켰고, 부산 입항

거제시 관광과 공무원의 역사 인식에 대한 문제점이 언제쯤 개선될 수 있을까. 최근 친일행적이 드러나 철거논란에 휩싸여 있는 김백일 동상에 이어 또 한번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권민호 시장은 24일부터 29일까지 미국을 방문한다. 권민호 시장의 미국 방문은 한국전쟁 전후 미군 물자 수송과 피난민 수송에 사용된 상선 '레인 빅토리호'의 인수협상을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레인 빅토리호 인수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장승포 망산공원 일원 '흥남철수기념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 거제타임즈 등에 22, 23일 일제히 보도된 기사에 따르면 "거제시는 당시 군수품 등 물자만 옮긴 레드오크 빅토리호·아메리칸 빅토리호와 달리 7,009명의 피란민을 흥남항에서 거제 장승포로 수송한 ‘레인 빅토리호’를 가장 유력한 인수대상으로 작업을 추진 중이다"고 밝혔다.

▲ '레인 빅토리호'는 1989년 퇴역된 후 시설 내부를 관광상품화시켜 전시하고 있다.
거제시 관광과 이옥우 시설계장 또한 올해 4월 27일 연합뉴스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레인 빅토리호가 1950년 12월 21일 흥남에서 피난민 7,009명을 싣고 거제도로 왔기 때문에 '레인 빅토리호'가 장승포항에 오는 데 적합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레인빅토리호가 1950년 12월 21일 흥남에서 피난민 7,009명을 싣고 거제로 왔다'는 사실(史實)에 대한 언론보도와 관광과 담당공무원의 발언은 맞지 않으며, 역사의 심각한 왜곡이다.

각종 역사 기록에는 '레인 빅토리호'는 1950년 12월 6일 피난민 7,009(항해중 여성 1명 출생)명을 싣고 흥남항을 출발한 것이 아니라 원산항을 출발해, 장승포가 아닌 부산에 도착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인터넷을 검색하면 레인 빅토리호 관련 내용을 쉽게 접할 수 있다.
▲ 흥남 원산 철수작전 당시 군 수송선으로 옮긴 피난민 수. 레인 빅토리호는 원산에서 피난민 7,000여명을 수송했다고 밝혀져 있다.
▲ 원산에서 레인빅토리호를 타고 부산으로 피난온 생존자의 증언을 기사화한 내용.
흥남철수작전에 동원돼 실제로 1950년 12월 24일 흥남항에서 피난민 14,000명을 싣고 장승포항 앞에 도착한 '메레디스 빅토리호'는 '가장 많은 생명을 구한 배'로 2004년 기네스북에 올랐지만 이미 1990년대 고철용으로 중국에 판매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역사적 진실을 날조하고, 필요에 의해서 마음대로 해석하는 잘못된 관행은 거제시가 용역업체에 맡겨 지난 5월 17일 보고회를 가진 '흥남철수 기념공원 조성사업 기본계획 및 타당성 조사'에도 그대로 나타나 있다. 미국 현지에 가서 '레인 빅토리호'를 직접 조사했다는 보고서에 '흥남철수작전시 피난민 7,009명 구조'라고 해놓았다.(거제시 관광과 직원도 현지 조사에 동행했음) 

'레인 빅토리호'가 피난민 7,009명을 구조한 하나의 팩트를 가지고, 날짜가 1950년 12월 6일이 12월 21일로, 그리고 피난민 실제출발지 원산이 흥남으로, 피난민 실제도착지 부산이 거제 장승포로 바뀌고 있다.  

▲ 레인빅토리호는 1950년 12월 6일 원산항을 출발해 피난민을 수송했다고 밝혀져 있는데, 거제시청 공무원은 무슨 자료를 보고 1950년 12월 21일 피난민 7009명을 싣고 흥남항을 출발해 장승포로 들어왔다는 것인 지 궁금하다.
지역의 모 인사는 "레인 빅토리호는 흥남철수작전도 아니고 원산철수작전인데, 정확한 자료 검증도 없이 즉흥적으로 대응하는 거제시 행정이 안타깝다"고 했다.

이 인사는 "몇 백억원을 들여 조성하는 흥남철수기념공원 조성 사업에도 사업성에 의문이 든다"며 "풀뿌리 지방자치제인데 시민의견 수렴 과정도 없이 추진하는 것이 의아스럽다"고 지적했다.

▲ 1950년 흥남철수작전 때 날짜별로 철수한 상황. 최근 친일파행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김백일 장군은 1950년 12월 17일 흥남에서 철수했다. 14,000명의 피난민이 매레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흥남항을 출발한 날은 1950년 12월 24일, 미3사단이 철수하는 마지막 날이었다.
전기풍 시의원은 "장승포에 들어온 피난민은 매러디스 빅토리호가 유일하며, 매러디스 빅토리호도 피난민 14,000명을 싣고 부산항에 입항하려다 하지 못하고 장승포로 왔는데, 메러디스 빅토리호도 아닌 레인 빅토리호 7,009명 피난민이 장승포로 왔다고 끼워맞추기식으로 역사를 날조하면 안된다"며 "'짝퉁' 상선을 갖다놓아 무엇을 하겠다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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