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설계변경 들어오자 선시공지시

 사건가담자 및 사건 개요 상세 분석
이번 사건 가담자는 경찰조사결과 모두 13명으로 드러났다. 책임감리업체인 도화기술공사 2명, 상주감리업체인 경화엔지니어링 3명, 발주청인 거제시청 공무원 1명, 도급자인 현대산업개발 3명, 하도급 업체인 삼지건설 3명이다.

책임감리업체는 기성 및 준공 검사 조서를 작성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도화기술공사는 기성 및 준공검사조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옥포동 경화엔지니어링 사무소에서 도화기술공사 관계자 2명, 경화엔지니어링 관계자 1명과 거제시청 담당공무원과 공모해 기성 및 준공검사조서를 허위 작성 혐의가 있다.

상주감리업체인 경화엔지니어링은 공사가 진행되는 상황에 따라 검측 업무를 해야 하나 검측업무를 하지 않고 눈감아 준 대가로 금품을 수수해 관계자 3명이 모두 구속됐다. 경화엔지니어링 관계자인 이모씨 , 김 모씨, 손 모씨는 하도급 업체 정 모 현장소장으로부터 각각 7,540만원, 6,990만원, 7,040만원의 금품을 수수했다.

거제시청 담당공무원은 기성 및 준공검사 조서를 허위로 작성해 보고했으며, 준공검사시 입회인으로 참석하지 않아 감독 업무를 소홀히 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원도급업체 중 대표사인 현대산업개발 관계자 4명 중 3명은 구속됐으며, 1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전 모 현장소장은 하도급 업체가 설계대로 시공하지 않은 부문을 묵인해준 댓가로 하도급 업체인 삼지건설 이 모 전무로부터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 모 소장은 거제시청에 공사대금을 허위로 청구한 혐의도 추가됐다.

현대산업개발 박 모 공무과장은 거제시청에 공사대금을 허위로 청구했으며, 금품 수수 사실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구속됐다. 현대산업개발 이 모 공사과장은 경찰 조사 후 검찰의 보강 수사에서 구속됐다. 현대산업개발 노모 공사 대리는 불구속 입건됐다.

하도급 업체인 삼지건설은 설계대로 시공하지 않고 현대산업개발에 부풀려진 공사대금을 청구했다. 이 업체 관계자 중 이 모 회장은 감리업체 및 도급업체에 금품 공여를 지시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 업체 이 모 전무는 현대산업개발 전 모 소장에게 1억원의 금품을 공여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정 모 현장소장은 상주업체인 경화엔지니어링 관계자 3명에게 금품을 공여한 혐의로 사건 검찰 송치 후 추가 구속됐다.

한편 공동도급을 받은 태우건설과 대도건설은 횡령한 금액을 나눠가진 것으로 드러났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관련자가 없는 것으로 돼있다.

▲ 사건일람표
▲ 어떠한 방법으로 44억7천만원을 편취했나?
설계도서 상의 가설 시설물 6,248m 중 800m만 시공하고 나머지 5,448m는 실제로 시공하지 않고 시공한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꾸며, 공사비 44억7천2백만원을 편취했다.

두 종류의 가설 시설물을 통해 44억7천2백만원을 편취했는데, 이중 가설시설물의 한 종류인 에이치파일 가설시설물은 설계도서상 3,220m, 17억8천1백만원 상당을 시공해야 하나 700m, 3억8천7백만원 만 시공하고, 나머지 2,520m, 13억9천4백만원은 시공하지 않고 가로챘다.

또 다른 가설 시설물인 쉬트화일은 설계도서 상 3,028m, 32억4천4백만원을 시공한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100m, 1억6천6백만만 시공하고 나머지 2,928m는 시공하지 않고 허위서류를 꾸며 30억7천8백만원을 빼먹었다.
▲ 위법 시공 현황
▲ 가설 시설물이란?
하수관로를 땅 속에 묻기 위해서는 땅을 파내고 바로 하수관로를 묻을 수도 있지만, 주택가 밀집지역 도로 해안가 등에는 가설 시설물인 판넬, 에이치(H)파일, 쉬트(SHEET)화일 등을 설치하고 하수관로 공사를 한다.

판넬은 건축 공사장에 많이 쓰이는 판넬을 연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며, 에이치파일은 건물 지하공사를 할 때 땅을 파내고 에이치파일을 박고 나무로 옹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을 연상하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쉬트파일 공법은 위험도가 높은 공사현장, 주택가, 아파트 인근 붕괴위험이 있을 때 사용하는 공법으로 마루판을 한 장 한 장 이어가듯 두꺼운 철판을 수직으로 땅에 박으면서 이어가 철판 옹벽을 설치하는 방법이다.
▲ 쉬트파일공법 보기<참고사진>
공사에 판넬, 에이치화일, 쉬트파일을 선택하는 기준은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고, 현장 여건에 따라 선택한다.

하지만 어느 공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공사비에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이번에 문제가 된 에이치파일 공법은 1m당 공사비가 약 5십만원 내외지만, 쉬트화일로 시공할 경우 공사비가 1m당 1백만원 내외로 에이치파일공법보다 두 배가 비싸게 먹힌다.

▲ 편취사건과 관련된  쉬트화일 설계변경, 공사 시작 후 1년 6개월 뒤 설계 변경
외형상 한번의 설계 변경을 통해 두 종류의 가설 시설물을 설치하지 않고 허위로 공사대금을 청구한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설계 변경이 이루어졌다. 설계변경은 모두 일곱차례 이루어졌다. 문제가 된 에이치파일과 쉬트파일 설계변경도 여러 차례 이루어졌다.

설계변경을 하면 통상적으로 사업비가 증감이 발생하게 된다. 이번 공사에서도 일곱차례의 설계변경에서 당초 207억으로 공사발주했던 것을 191억원에 마무리했다.

설계서 상에 3,220m를 시공해야 한다고 해놓고 700m만 시공하고, 2,520m를 빼먹은 에이치화일 설계변경은 모두 네 차례 이루어졌다. 당초 설계서 상 7,608m이던 것을 1차 설계변경 때 655m, 2차 45m, 3차 3,047m, 5차 640m를 감소시켜 3,220m를 시공한 것처럼 서류 조작을 했다.

에이치화일 총공사비 17억8천1백만원 중에 3억8천7백만원만 공사하고 나머지 13억9천4백만원은 빼먹었다.

하수관거 공사에는 당초 쉬트파일 공사가 포함돼 있지 않았다. 쉬트화일 설계가 추가된 것은 공사가 시작된 2005년 8월 1일부터 1년 6개월이 지난 2007년 2월 26일에 4,323m가 새롭게 포함됐다. 쉬트화일 공사비를 1m에 100만원으로 잡으면, 43억원이 새롭게 추가됐다.

쉬트화일 공사도 실제적으로는 100m하고 서류상 세 번의 설계변경을 통해 3,220m 공사를 한 것처럼 서류를 위조했다. 3회차 설계변경 때 4,323m 새롭게 추가되어 4회차 설계 변경 때 117m 축소, 5회차 설계변경 1,178m 축소했다.

실제 쉬트화일 공사는 100m만 하고, 나머지는 컴퓨터그래픽을 통해 사진을 조작 3,220m를 다 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30억7천8백만원을 편취했다고 경찰이 발표했다.

▲ 설계변경 주요 내용, 쉬트파일 설계변경은 2007년 2월 26일 이뤄졌음
▲ 설계변경 요청이 들어오자 거제시는 기다렸다는 듯이 선시공지시 내려
쉬트파일이 가설시설물에 포함된 것도 석연치 않지만,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은 선시공 지시이다. 시공사가 감리업체에 쉬트화일 설계 변경을 요구했다. 이어 감리업체는 발주청인 거제시청에 쉬트파일 설계변경을 요청했고, 거제시청은 기다렸다는 듯이 시방서에 설계변경도 이루어지지도 않았는데, 쉬트파일로 시공하라고 먼저 시공지시를 내렸다.

윤영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설계변경 전 발주청 공무원, 책임감리업체 감리원, 상주감리업체감리원이 이미 세 차례 만남을 가진 후 설계변경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가가 비싼 자재(Sheet Pile)를 쓰도록 감리업체는 발주청에 요구했고, 기다렸다는 듯이 발주청은 선시공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하지만 쉬트화일로 시공할 수 없는 현장 여견 때문에 땅을 파내고 바로 하수관로를 묻는 오픈 공사를 했다는 것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발주청인 거제시는 약 43억원의 설계변경 요구가 들어왔으면 현장을 조사하고 면밀히 검토 후에 설계 변경을 허락해야 함에도, 현장 조사나 시방서 변경 등의 절차도 없이 선시공 지시를 내렸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문이다.

그런데 이번 공사의 4회차 설계 변경에는 공사비의 증감이 없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결국 사업비 증가분과 감소분이 맞아떨어졌다는 이야기로 해석되며, 일반적인 공사현장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 하수관로 공사 관련 거제시 공무원 담당부서 변경 내용
하수관거 관련 거제시 담당부서도 공사 중에 바뀌었다. 공사발주 후 공사 착공 전 2005년 7월 27일 1차 설계변경, 8월 1일 공사착공, 2007년 4월 27일 4차 설계변경까지는 거제시 수도과 하수계에서 담당했다.

그 당시 하수계장은 지금 도시과 도시계획담당을 맡고 있는 박 모씨이며, 수도과장은 지금 도시과장인 권 모씨이다.

하수관련 업무가 지난해 6월 환경사업소로 이관돼 2007년 10월 29일 5차 설계 변경에서 올해 3월 28일 7차 설계변경은 환경사업소로 이관돼 환경사업소 하수시설계 김 모씨가 담당했다.

건설기술관리법에 '감독업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준공검사 입회인으로 참석하지도 않았고, 기성 및 준공검사 조서 허위로 작성하고 보고 했는지 의구심을 자아낸다.

▲ 재하도급은 이루어지지 않았나?
통상적으로 이런 공사를 할 경우 하도급을 받은 업체는 재하도급을 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재하도급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서류상으로는 하도급을 받은 업체 명의로 해놓고 공사는 재하도급을 받은 업체가 하는 것이다.

공사비를 최종적으로 받는 업체는 재하도급 업체이다. 재하도급을 받은 업체가 수급자와 감리업체, 하도급 업체에 관련 로비를 하는 것이 건설업계의 관행이다는 것이 건설업에 몸담고 있는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경찰의 조사결과 이번 공사에는 재하도급 업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공사의 규모와 성격으로 비춰볼 때 재하도급을 주었을 의혹도 배제할 수 없다.
▲ 하수관거 공사 관계 업체

<계속:각종 의혹에 대한 종합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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