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사건보다 더 중요한 일은 부실공사 의혹

거제지역 일부 인터넷 언론에 21일 보도되기는 했지만, 현대산업개발이 하수관거 편취사건에 대한 '유감의 뜻'을 밝혔다.

거제인터넷신문에도 현대산업개발의 입장이라며 똑같은 보도자료가 왔지만, 거제인터넷신문은 현대산업개발의 입장을 아직 싣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심층보도를 시작한 이후에 현대산업개발의 '유감의 뜻' 보도자료가 도착했고, 아직 심층보도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이번 사건은 검찰에서 수사가 종결되지 않았다. 사건이 몰고올 파장에 대한 시민의 판단이 정확히 내려지지도 않았다.

이번 사건은 땜질식 변명이나 '유감표명'으로 유야무야 될 수 없는 사건이다는 것이 시민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뜻있는 시민들은 거제인터넷신문이 나서 이 사건을 끝까지 파헤쳐 보라는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 44억7천만원…21만 시민 모두가 21,295원씩 몰래 도둑 맞은 금액과 같아

이번 사건에서 편취당한 44억7천2백만원은 갓태어난 어린애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21만 거제시민 모두가 21,295원씩의 세금을 도둑맞은 사건이다.

경찰조사 결과 이번 사건으로 불구속 입건된 거제시청 담당 공무원 김 모씨는 준공검사 입회인으로 참여하지 않았고, 감리원들이 허위작성한 준공검사조서에 서명날인했다. 허위 준공검사조서는 거제시 계장, 과장, 국장, 부시장, 시장까지 결재가 이루어지게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보도에서 이번 사건에 연루된 13명 중 도화기술공사 관계자와 거제시청 공무원은 금품수수 사실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발주청 공무원이 감독업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법률 규정이 있음에도, 아무런 금품 수수 없이 사건을 공모했다는 것은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번 사건이 불거진 후 거제시청에서는 "불구속 입건된 김 모씨가 이번 사건을 떠안기로 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이같은 소문을 다르게 해석하면, 이번 사건의 몸통은 따로 있고 깃털만 책임진다는 것으로 해석도 가능하다.

약 43억원의 공사비 증가를 가져오는 쉬트파일(sheet pile) 설계 변경이 새롭게 추가된 시점은 2007년 2월 26일 3회차 설계변경이다.

공사를 시작한 지 1년 6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담당부서는 거제시 수도과 하수계였다. 계장은 박 모계장(현 도시과 도시계획담당 계장)이었으며, 과장은 권 모 과장(현 도시과장)이었다.

심층보도가 나간 후 건설업 종사자들은 "이번 사건은 말단직원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분명히 그 당시 담당계장과 담당과장도 내용을 상세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경찰조사 결과 연루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게끔 감시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으로 공무원직을 스스로 그만두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 배 밭에서 갓끈을 고쳐 쓰지 마라(?)
이번 사건이 불거진 것은 '하수관거 공사에 돈을 빼먹은 것 같다'는 제보를 받은 거제의 모 인사가 국가청렴위에 제보를 하면서 부터이다.

경남경찰청이 수사에 나서 거제시청 관련 서류를 압수해간 시점은 올해 5월 2일 전후이다.

이번 사건은 5월부터 약 4개월에 걸쳐 경찰 조사가 이뤄져 9월 2일 경남지방경찰청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건에 대한 수사가 강도높게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김한겸 시장은 수도과장을 맡았던 권 모 도시과장을 비롯하여, 6명의 공무원을 대동하고 '도시디자인 정책 및 항만개발에 관한 자료 수집'을 목적으로 6월 11일부터 14일까지 일본을 방문했다.

도시 디자인 정책 견학 목적 외에도 고현만 인공섬 개발의 선진 사례를 수집하기 위해 일본 방문에 나섰다고 밝히고 있는데, 정작 고현만 인공섬을 담당하고 있는 계장은 함께 가지 않아 일본 방문 목적(?)에 의구심을 자아낸다.

▲ 일본방문 보고서 내용 중 일부
▲ 편취사건보다 더 중요한 일은 부실공사 의혹
하수관거 공사를 하면서 44억7천2백만원의 편취 사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설계대로 제대로 공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진 이상, 하수관로 공사에 대한 부실시공 의혹이다.

본사의 기사가 보도된 후 옥포동에 거주하는 한 시민의 제보가 있었다. 옥포동에 살면서 건설업을 하는 제보자에 따르면 "옥포동 한국관 앞 하수관거를 공사를 할 때 하수관거 연결 등에 부실시공으로 의심되는 여러 사항을 직접 목격했다"고 했다.

이 제보자는 "현장에서 건설업체 복장을 하고 있는 관계자에게 공사를 이렇게 하면 되느냐고 따지자 '당신은 왜 간섭을 하느냐'는 식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고 제보했다.

제보자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191억원의 시민 세금으로 하수관거 공사를 했지만, 하수관로 오접합 부실공사 의혹으로 고현만 고현천에 오폐수가 무더기로 흘려나오는 신현 지역처럼 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제보자는 "하수관로 공사 현장을 다시 파헤쳐 부실공사 여부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고 했다.
▲옥포 여객선터미널 앞 바다(올해 6월 27일 촬영)
장승포하수처리장 공사는 이번 하수관로 공사를 맡았던 업체와는 상관이 다른 업체가 맡고 있다. 하지만, 하수관거 공사의 책임감리와 상주감리를 맡았던 도화기술공사와 경화엔지니어링이 장승포하수처리장 건설의 감리도 맡고 있어 시민 불신은 가중되고 있다.

올해 거제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때 6월 27일 시험가동 중인 장승포 하수처리장을 시의원과 함께 방문한 적이 있다.
▲ 지난 6월 27일 시험가동중인 장승포하수처리장을 방문한 시의원들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장승포 하수처리장은 약 620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올해 말 완공예정으로 방문당시 96%의 공정을 보이고 있었다.

하루 24,000톤의 처리용량 중 6월 방문 당시 하루 10,000톤을 시험 처리하고 있었다.

이날 방문에서 장승포하수처리장 최종 배출수의 총질소량이 허용기준치 보다 높게 나와 문제로 지적됐다.
▲ 시험가동 중일때 촬영한 장승포하수처리장 최종 배출수
모 시의원은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하수처리장으로 들어오는 하수의 유입농도가 정상치에 이르지 못해 미생물이 생육할 수 있는 영양이 모자라고, 이로 인해 활성오니 개체수가 정상 수준에 도달하지 못해 총질소량이 허용 기준치를 초과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총질소량이 허용기준치를 넘기고 있는 이유는 장승포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되는 오폐수의 유입농도에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장승포동에 지어지는 장승포중계펌프장의 공사가 늦어져 오폐수의 유입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오폐수의 유입농도는 오폐수의 유입량에 상관없이 일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부실 시공 의혹으로 인해 오폐수가 하수관로 밖으로 새어 나갈 수 있고, 접합이 제대로 안된 하수관로에 지하수가 스며들어 장승포하수처리장에 들어오는 오폐수의 유입농도가 정상치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행정사무감사 방문 때 장승포하수처리장 옥상에서는 옥상 바닥 체육시설 공사를 잘못해 옥상 바닥을 다시 뜯어내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 장승포하수처리장 옥상 운동시설 공사가 잘못돼 바닥을 뜯어내고 있는 장면
▲ 시의원들은 어디 갔나?
시의회의 역할 중 행정사무감사와 같이 행정을 '견제하고 감시 감독'하는 업무가 중요한 업무에 속한다.

경남지방경찰청이 이번 사건을 발표한 지도 1개월반이 지났는데, 시의회는 잠잠하다.

44억7천만원의 시민세금이 도둑맞을 동안, 그리고 191억원을 들여 3년 동안 벌인 공사에 한 명의 시의원이라도 현장에 한번만 가보았으면 이러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에이치(H)파일이나 쉬트(SHEET)파일 공사가 설계도 대로 되고 있는 지 한번만 점검했으면 공무원, 감리업체, 건설업체 공사 관계자가 치밀하게 공모한 횡령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하수관거 편취사건, 고현만 고현천 오폐수 누수, 각 면단위에 있는 소규모 오폐수처리장의 문제점을 따져 보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던지 발빠른 대응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경찰이 관련 서류를 전부 압수해가서 설계도면이 없으면 문제 파악이 안된다'는 등의 변명은 시민이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

▲ 거제시는 '결탁'이 없었다고 했지만, '공모'했음이 밝혀졌다.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한 거제시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지난달 18일 기자들을 불러놓고 거제시청에서 언론브리핑을 가진 것이 전부다.

거제시가 밝힌 이날의 브리핑 목적은 '하수관거 정비 사업의 비위와 관련하여 향후 조치 계획 및 재발 방지대책을 언론에 알리기 위함'이다고 했다.

거제시는 이날 브리핑에서 '공무원의 공무 여부'에 대해 "경찰 수사결과 관련 공무원은 시공사, 감리원 등과 청탁, 금품수수 등 결탁이 없는 것으로 경찰 수사가 종결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거제시의 이같은 내용은 이날 브리핑에 참여한 기자들을 속인 것임이 드러났다.

윤영 국회의원은 지난 6일 국회 국정감사 발언에서 "설계를 변경하기 전에 발주청 공무원(1명), 책임감리업체 감리원(2명), 상주감리업체 감리원(1명) 4명이 (옥포동 경화엔지니어링 사무실에서) 이미 세차례 만남을 가진 후 설계를 변경했다"고 말했다.

거제시는 '결탁'이 없었다고 했지만, '공모'했음이 밝혀졌다.

이번 공사를 맡았던 현대산업개발은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유감의 뜻'을 표명하고 있는데, 21만 시민의 행정을 도맡고 있는 거제시는 사건이 유야무야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44억7천2백만원의 시민 세금이 도둑을 맞더라도 경찰 수사나 검찰 수사를 통해 시장이나 관련 공무원이 직접 관련이 없으면 그냥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안이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시민 노 모씨는 "거제시장이 시민 앞에 나서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수관거 공사 당시 담당계장과 담당과장이 노른자위(?) 부서에 과장과 계장으로 버젓이 앉아있는 한 시장에 대한 시민의 곱지 않은 시선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덕산아내1·2차 임대보증금 초과 징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주택과장 주택관리담당을 직위해제시킨 전례에 비하면, 이번 사건은 그보다 훨씬 큰 사건임에도 아무런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관련 공무원을 감싸고 도는 거제시장의 업무처리능력에 시민들의 의혹 눈초리는 좀처럼 씻기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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