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개 제작, 멀쩡한 맨홀 700개 바꿔…1개당 비용 60여만원

<거제인터넷신문-거제타임즈 공동보도> "하수 행정 불신으로 계속 사업 예산 집행도 중지해라"는 정부 지적받고도 막무가내인 거제시 행정

'멀쩡한 오수 맨홀을 왜 교체하는지 모르겠다'는 시민의 지적이 있은 이후 긴급 취재를 통해 오수 맨홀 교체 현황을 점검했다.

▲ 거제시가 1,000개 주문 제작해놓고 신현읍을 중심으로 700개를 교체한 몽돌이 몽순이 맨홀
약 6억여원이 예산이 소요되는 맨홀 교체에 대해 석연치 않은 부분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극소수의 맨홀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된 것은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였다. 거제시의회는 행정사무감사에서 "시가지 내 도시계획도로 개설시 노면과 상․하수도 맨홀 높이가 맞지 않아 보행자와 오토바이 및 자전거 이용자의 사고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거제시의회는 또 "차집관거 맨홀의 관리부실로 6개 맨홀이 도로 포장 공사시 아스팔트로 덮혀져 버렸다"고 지적했다.

거제시는 지난해 9월 시의회가 지적한 사항에 대해 시가지 도로 내 맨홀 정비를 완료했다고 보고 했다.

거제시는 지난해 9월 발행된 행정사무감사 지적사항 처리현황 보고서에서 "시가지 내 하수도 맨홀에 대하여 일제 조사를 실시하여 도로면과 높이 차이가 나는 7개소 맨홀에 대하여 정비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 지난해 거제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맨홀 문제점 지적 사항. 거제시는 맨홀 문제를 완료조치 했다고 밝히고 있음. 맨홀을 교체하라는 어떠한 내용도 없음.
그런데 거제시는 대대적인 맨홀 교체 계획을 세워 1,000개의 맨홀을 미리 구입해놓고, 올해 3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구 신현지역을 중심으로 현재 700개의 맨홀 교체 작업을 거의 완료했다.

300개의 맨홀은 연초 오비 중앙하수처리장에 야적돼 있었다.
▲ 연초 오비 중앙하수처리장 내에 새로 제작해 야적해 놓은 300개의 맨홀
거제시가 1,000개의 맨홀을 구입하기 위해 들어간 예산은 1억7천6백만원이다. 맨홀 한 개당 원가는 176,000원인 셈이다.

여기에다 700개의 맨홀을 교체하는 들어간 공사비는 2억7천5백만원이다. 맨홀 1개를 교체하는데 들어가는 순공사비는 392,800원이다.

결국 한 개의 맨홀을 교체하는데 들어가는 예산은 맨홀 원가 176,000원과 맨홀 교체 공사비 392,800원을 합치면 568,800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또 연초오비 중앙하수처리장에 야적돼 있는 나머지 300개의 맨홀을 교체하는데 추가로 들어갈 비용 1억2천여만원을 합치면 전체 1,000개를 교체하는데 들어가는 예산은 5억7천1백만원이 소요된다.

거제시 홈페이지 '거제시에 바란다'에 시민의 지적이 있은 이후 거제시 환경사업소 담당 공무원의 답변은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어 맨홀 교체 의혹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낸다.
▲ 300개의 새로운 맨홀과 교체한 후 고물 처리할 700개 맨홀
거제시는 또 맨홀 교체 이유를 행정사무감사 지적사항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거제시의회는 행정사무감사 지적사항에 맨홀을 전체적으로 교체하라는 의견을 낸 적이 없다.

거제시는 시민의 지적에 대한 답변에서 "도로 표면과 맨홀과의 높이가 맞지 않아 사고위험이 높고, 소음 민원이 제기되면 현장 확인한 후에 교체한다"고 했다.

하지만 맨홀 교체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신현 지역을 둘러본 결과 거제시의 답변은 궁색한 변명에 불과했다.

맨홀이 교체된 지역은 간선도로 뿐만 아니라 이면도로, 심지어 소음이 전혀 발생할 수 없는 한적한 주택가, 자동차가 주차된 구역, 차량 접근이 불가능한 곳 등 곳곳에서 맨홀이 교체돼 있었다.
▲ 차량통행이 한적한 고현시장 공영주차장 입구에 새롭게 교체된 맨홀
▲ 이면도로에 차량이 주차돼 있어 떨거덕 소음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곳에도 맨홀이 교체돼 있었다.
▲ 축협 옆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자리와 차량 운행과는 무슨 상관이 있는 지 맨홀이 교체돼 있었다.
결국 '몽돌이 몽순이' 마크가 들어간 1,000개를 일괄 구입해놓고, 1,000개를 어떻게든 교체해야 하니까 멀쩡한 맨홀도 마구잡이로(?) 교체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맨홀 교체 후 700개의 고철 맨홀이 야적돼 있는 현장도 확인했다.
▲ 연초 오비 중앙하수처리장 내에 야적돼 있는 교체 맨홀. 외관상 전혀 손상이 안된 것도 많았다.
일부 맨홀은 뚜껑과 테두리가 파손된 것도 있었으나, 테두리가 손상된 것은 맨홀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아스팔트에 끼여있는 맨홀을 빼내기 위해 충격을 가해 파손시킨 맨홀이 다수 확인됐다.

맨홀 교체 시공은 의령에 본사를 두고 있는 (주)흙과 사람들(대표 박재현)이 맡고 있었다.

맨홀 한 개당 교체비용이 392,800원이 들어가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전화 접촉을 시도했으나, 곧 답변을 하겠다고 전화를 끊은 후 재차 연락이 오지 않았다.

도로표면과 맨홀과의 높낮이에 차이가 나는 원인이 덧씌우기 도로포장이 잦아 차이가 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는 이유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높낮이가 급격하게 차이나는 근본 원인은 하수관거 공사의 부실 의혹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수관거를 묻는 과정에서 하수관거가 놓아지는 바닥 터다지기를 견실히 하고 하수관거를 묻어야 한다. 하지만 터다지기를 부실하게 하고 하수관거를 묻고 맨홀을 연결시켰을 경우 세월이 지나면 자연 침하가 일어나게 된다고 건설 전문가가 지적했다.

맨홀 주위 지반이 침하되고 있는 상태인 것이 시내 곳곳에서 발견됐다.

▲ 기존 오수 맨홀 주위에 침하의 흔적이 선명히 나타나고 있다.
▲ 신현농협 앞 기존 오수 맨홀. 일부 침하가 일어나고 있다.
거제시 하수 행정에 대한 정부의 불신이 참을 수 없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고현만 고현천의 오폐수 누수가 심각해 정부에 국비를 신청하자, 국비 지원은 고사하고 지금 집행하고 있는 예산도 더 쓰지 마라는 식의 지적을 받았다는 것이 하수행정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제 거제시 하수행정은 스스로의 자정능력을 상실해 외부에서 수술 메스를 동원해야 할 단계까지 이르렀다는 것이 뜻있는 시민들의 지적이다. 

▲ 고현시장 어시장 입구의 오수 맨홀 주위에 지반이 움푹 파여 사고의 위험이 매우 높은데도 맨홀 교체를 하지 않은 이유로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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