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보고서, 수산물가공유통단지(?)…단순회센터로는 성공 어려워

거제시는 용역을 거쳐 거제시수산물종합유통센터 건립 최적지가 고현항 크루즈터미널 주차장이다는 결론을 얻어놓았지만, 일부에서는 ‘적지가 아니다’는 반론이 만만찮다. 반대식 거제시의회 의원이 6일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수산물 센터 입지는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반 의원의 발언은 구 신현읍 지역이 지역구로 수산물을 취급하는 소상인의 입장도 다소 고려한 측면이 있지만, 조금만 깊게 생각하는 시민이면 거제를 대표하는 수산물유통센터가 입지가 거기밖에 없느냐고 의문을 나타낸다.

수산물유통센터 타당성 조사결과, 고현동 986번지 미남크루즈 주차장 12,878㎡(3,896평)의 부지에 103억원을 들여 지상 3층, 건물 연면적 6,505㎡(1,968평) 크기의 건물을 짓겠다는 것이다. 2013년 준공 예정이며, 운영방식은 거제시 시설관리공단 운영방식과 생산자단체 위탁관리방식을 제시했다.

▲ 고현동 미남크루즈 주차장에 짓겠다는 수산물유통센터 조감도

◆ 시민이 바라는 것은 활어회센터인데 타당성 조사보고서는 수산물 가공 유통 단지

시민들은 시민과 관광객이 저렴한 가격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활어회센터가 우선 필요하고, 그 다음으로 각종 건어, 활어, 선어, 패류, 수산물 가공품을 취급하는 수산센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수산물유통센터 타당성 조사 보고서를 분석해본 결과 무엇을 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인지 성격이 불명확하다. 거제 연근해에서 잡히는 수산물을 가공해서 유통시키는 가공공장인지, 아니면 시민이나 관광객의 이용률을 높이는 회센터인지 구분이 불분명하다.

용역보고서 상에 나타난 시설 구상으로 봐서는 수산물을 가공해서 판매하는 시설에 비중을 둔 듯하다. 주요시설은 HACCP인증처리시설, 냉동저장고, 집배송장, 소매판매장, 예냉시설, 저온저장시설, 냉동창고, 사무실, 전산실, 직원식당, 야외공간, 주차장 등이다. 판매시설에 선어와 건어를 판매하는 소매직판장이 들어있기는 하지만, 회센터하면 떠오르는 대형 식당 등은 들어있지 않다.

▲ 수산물유통센터 건립 타당성 조사보고서의 나타난 주요 시설. 활어판매장, 경매장, 대형 회식당은 보이지 않는다.
거제시 담당공무원은 “수산물유통센터에 활어판매장과 대형 식당을 넣을 것이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번 용역보고는 물류센터 중심의 ‘산지형 종합유통센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느낌이다.

◆ 활어유통센터는 생산자와 소비자 직거래가 가장 중요한데, 생산자는 고려치 않아

수산물유통센터 적지 후보지로 검토 대상에 올랐던 4개 지역 또한 거제 정서와는 동떨어진 지역이다. 4개 지역은 신거제대교 초입부 인근 사등명 오량리 해안가, 고현항 크루즈 터미널 주차장, 고현동 독봉산 웰빙공원 앞 지역, 능포동 능포항이다.

▲ 수산물유통센터 검토대상지로 삼은 4곳.
능포동 능포항에는 경매장이 있어 생산자와 직접 연결이 되지만, 나머지 세 곳은 생산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곳이다. 오히려 세 곳은 생산자를 위한 곳이라기보다는 활어차 등의 중간 유통상을 위한 곳이다.

능포항과 사등면 오량리 해안가는 거제의 주간선도로인 국도 14호선의 중심 지역이 아니고 양쪽 끝지점이다. 사등면 오량리는 신거제대교로 들어오는 관광객은 시작지점이지만, 거가대교로 들어오는 관광객은 끝지점이다. 능포항은 신거제대교나 거가대교로 들어오는 관광객이 접근하기는 거제서 가장 안좋은 지역이다.

용역보고서에 “활어유통센터는 생산자와 소비자 직거래, 경매, 수산물판매, 회센터가 중요 기능이다”고 밝혀 놓았음에도 생산자가 빠져 있는고현항 미남 크루즈 주차장 지역에다 ‘수산물유통센터가 적지다’고 결론을 내놓았다.

이번 용역보고서는 당장 눈에 보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느낌이고, 끼위맞추기식임이 눈에 훤히 보인다. 거가대교 개통 후 포로수용소유적공원 방문객이 늘어나고, 고현항 미남크루즈를 방문한 관광객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활어회센터를 짓자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거제도 나머지 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해안을 끼고 있기 때문에 굳이 회센터가 필요없다는 생각이 깔려있는 듯하다. 검토 대상 지역 중 한 곳으로 거론된 지역이 고현동 웰빙공원 앞 도로변 옆으로 설정한 것을 보더라도 명확해진다. 그리고 ‘수산물센터’를 지어놓으면 관광비수기에는 장사가 안되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고려돼 기본적인 매출은 시민을 상대로 올리자는 생각도 깔려있다. 관광 비수기에는 시민의 이용을 극대화해 수산센터를 운영하자는 측면도 포함돼 있다.

용역보고서 상에 629,582명의 연간 추정 이용객 중 거제시민은 210,000명(33.4%), 부산․통영 시민은 126,960명(20.2%), 외래방문객은 292,622명(46.4%)으로 잡혀 있다.

▲ 수산물종합유통센터 연간 이용인구 추정. 1권역이 거제시민이며, 전체 이용인구의 33.4%를 차지한다.

◆ 생산자 집산지 거점별로 회센터 몇 곳을 건립해도 경쟁력 ‘충분’

거제는 불가사리형 섬으로 어느 특정지역에 거제에서 생산되는 모든 수산물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없는 어려움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인근 통영과 마산, 부산, 동해안, 서해안 등의 수산물유통지와 활어회센터는 지형적으로 한 곳에 모을 수 있는 지리적 잇점이 있다.

이럴 때 오히려 역발상의 사고로 접근하는 사고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수산물유통센터 적지가 갖추어야 할 가장 첫 번째 조건이 “생산자인 어민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사등, 하청, 장목을 끼고 진해만, 거제 북부 해안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을 모으는 집산지와 회센터 한 곳, 장승포 일운 등지의 해안가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을 모으는 집산지와 회센터, 동부, 남부, 거제, 둔덕 해안가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을 모으는 집산지와 회센터 등 거제 전체를 권역별로 나눠 회센터 건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산물이 연중 골고루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어획이 되지 않는 시기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도 대두된다. 이는 통영, 마산, 부산 등 여타 도시도 똑같은 입장이다. 수산물이 어획되지 않는 시기는 양식 수산물을 사용한다.

서울 등 다른 지역 사람이 볼 때는 모든 해양 수산 자원은 부산이나 통영, 마산 등지에서 생산되고 있는 알고 있다. 실제는 사면이 바다인 거제 해역에서 생산된 수산물이 통영, 마산, 진해, 부산 등 지의 주요 공급처 역할을 하고 있다. 생산자가 인근 도시로 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소비시장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대식 의원이 유력 후보지로 거론하고 있는 사등 성포, 장목 대금 등지는 외지에서 거제로 들어온 관광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다. 도심 교통 체증 유발도 일으키지 않는다. 장목 대금은 거가대교를 직접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사등 성포는 저녁 노을이 거제서 가장 멋진 곳이며 가조 연육교도 있다.

두 지역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공유수면매립인허가를 굳이 거치지 않고도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만 받아 회센터를 충분히 지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거가대교가 보이는 장목면 대금마을과 저녁 노을이 장관인 사등면 성포지역이 활어회센터 적지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두 곳은 바다이나, 공유수면점사용허가로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 두 곳은 국도 14호선과 지방도 58호선에서 접근이 용이한 곳이다.

◆ 회센터만의 단순콘텐츠로는 성공하기 어려워

▲ 부산자갈치 공동어시장 야간 경관조명
그리고 활어회센터를 포함한 수산물유통센터도 ‘창고형 건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개발전문가는 “활어회센터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요건은 즐거움과 재미, 기쁨을 안겨주는 펀앤조이(Fun&Joy)는 기본이고, 거기에다 흥미로움을 주는 익사이팅(Exciting), 나아가 감동을 주는 쇼킹(Socking) 개념이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또 “활어회센터가 관광객들에게 1차 목적지(Destination) 역할을 하고, 관광 거점별로 휴게소 역할도 겸하는 파빌리온(Pavillion)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물 시설 고급화, 건물 자체의 야관 경관 조명, 바다와 어우려진 경관 연출, 가족 놀이공원, 각종 체험시설 등을 갖춰 랜드마크 역할을 하면 비록 기존 도심 외곽에 위치하고 있어도 거제시민이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관광객 이용도 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2,500만원도 시민의 세금으로 아까운 돈이지만, 제대로 된 용역을 하고 생산자에게 안정적인 판로를 보장하고, 소비자에게는 양질의 수산물을 공급하는 ‘거제의 랜드마크 수산물 센터’를 짓기 위한 검토는 더 신중히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거제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