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종 도의원(거제1, 민주노동당)

▲ 이길종 도의원
영화 '도가니'가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 지난 2005년 광주 인화학교에서 벌어진 장애아동 성폭행 사건을 다룬 영화의 파급력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경찰의 인화학교 전면 (재)수사, 장애 특수학교 및 시설 특별점검에 이어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일명 도가니법) 재추진, 정부의 장애인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대책 등으로 ‘도가니’ 신드롬이 대한민국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한나라당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일명 ‘도가니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5년전,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 좌절된 과정을 들춰보면, 당시에도 인화학교 사건이 세상에 폭로돼 피해자와 대책위가 장기농성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사회복지 재단의 장애인 성추행, 폭행치사, 보조금 횡령 등의 비리가 드러나 2006년 민주노동당 현애자의원이 복지재단 이사진의 1/3을 공익이사로 선임하도록 하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종교단체의 거센 반발과 사회주의적 사고라는 이유로 한나라당이 반대해 좌초되었다. 정치권의 진정성있는 반성과 획기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영화 도가니는 한국사회 한켠에 무시무시한 인권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음을 낱낱이 고발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인권의 보편성과 이를 뒷받침할 사회적 안전망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케하고 ‘인권’의 정의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인권이란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서 당연히 인정된 기본적 권리를 말한다. 최근 또다시 인권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헌법과 교육기본법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학교현장에서 실질적으로 구체화시킨 ‘학생인권조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 경남지역에서도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주민청구 운동이 진행중이다. 하지만 ‘학생인권’에 대한 대중적 인식 부족과 교수권과의 충돌문제로 인식하는 등 난재를 안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영화 도가니에서, 말을 잘 들으라며 청각장애학생을 때리는 모습을 방관하고, 세탁기에 학생의 머리를 집어넣으면서 교육중이라고 말하는 장면을 떠올리는 사람들은 “영화는 현실과 다르지만,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학교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성역화되는 현실에서, 인권과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교육현장을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무릇, 학생의 입장에서 ‘인권의 질과 양’을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학생인권조례를 시행중인 경기도의 사례를 보면 한국사회의 학생인권을 한 단계 진전시켰다는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다. 비록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긴 하지만, 체벌, 야간자율학습, 두발, 사상의 자유 등이 학생에게도 인권문제라는 것을 부각시킨 점이다.

예를 들면 두발의 자유는 단순히 머리를 기르는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신체에 대한 결정권을 가짐으로써 자기결정 능력을 향상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시켰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학생인권조례를 단지 학생의 권리만 강조한 것으로 교사의 교수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한다. 인권의 문제는 권력관계에서 비롯되는 속성이 있어 약자에게 기울어지기 마련이지만 나눈다고 그 크기가 줄어들지 않는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다는 점에서 볼 때, 학생과 교사의 인권은 서로 충돌되는 것이 아니다. 학생인권의 개선을 통해 학교의 교육환경을 바꾸려는 노력을 함으로써 학생인권과 교권의 상호보완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전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작 학생인권을 증진하기 위해 학교, 지역사회, 교육청, 지자체, 중앙정부가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고 무한경쟁 교육 체제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아직도 ‘논외’라는 점이다. 이른바 근대적 교육의 도입으로 형성된 훈육의 학교에서, 입시위주의 경쟁적 교육정책과 뒤엉켜 형성된 학교문화가 학생인권조례의 시행만으로 하루 아침에 바뀔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학생인권조례를 시작으로 학생 스스로 자신과 타인의 인권을 존중․보장하고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증진시켜 인권친화적인 학교문화를 일구어 낼 것을 기대해본다. 경상남도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주민 청구 운동에 박차를 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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