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쓰레기 업체 선정 문제점 파헤칠줄 알았는데, 공무원 불러서 접대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에 들어가는 공법 업체를 선정했지만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을 지어보았거나 가동한 실적이 없는 업체가 선정돼 '우째 이런 일이'라고 시민들이 의아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 짓기도 전에 '악취' 진동' 기사에서 부터 집중취재 등을 통해 지금까지 13차례 보도했다. 김백일 동상의 수십차례의 보도에 비해서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13차례 보도를 위해 준비한 시간을 환산하면 최소한 50여 시간은 될 것이다.

거제지역언론에서 이 문제를 유일하게 보도했다. 한 방울의 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수적천석(水滴穿石)의 의미를 새겼음인지, 한 언론만 기사를 쓰고 있으니 '우는 자식 떡 하나 더 준다'는 심정인지 지난 13일 오후 거제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위원장 반대식)에서 이 문제를 도마에 올렸다.

▲ 13일 오후에 있었던 산건위 업무보고 장면
거제시 자원순환과에서 산업건설위원회에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 공법 선정 과정에 대한 진행사항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회의 공개를 요청했다. 취재를 해도 좋다는 승낙을 얻었다. TV화면을 보면서 하는 모니터링 취재가 아니라 산업건설위원회 회의실에서 직접 취재를 했다.

이날 회의에는 산업건설위원회 소속 7명의 시의원 중 박장섭, 전기풍 시의원을 제외한 반대식 위원장, 이행규, 김두환, 신임생, 옥영문 시의원이 참석했다.

그리고 거제시 행정에서는 김종철 환경사업소장, 주양운 자원순환과장, 전병근 자원재활용 계장이 참석했다. 이번 기술제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주)W테크 영업담당 이사, 기술담당 이사와 기술제휴를 한 (주)D기계산업 관계자도 배석했다. 그리고 기술 제안 공고와 채점에 관여하고 실시설계를 담당하고 있는 H종합기술관계자도 배석했다.

이날 보고회는 중간중간 반대식 위원장의 회의 진행 발언을 빼고는 이행규, 옥영문 시의원이 모든 질문을 다했다. 그동안 언론에서 제기한 문제점을 중심으로 질문이 이어졌다.

2시간 20분 동안 진행됐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반대식 산업건설위원장은 "뭐 시간을 오래 끌 필요가 있나. 빨리 마치자"는 발언이 몇 번 이어져 다소 의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반 위원장은 "이번에는 기술평가위원이 8명 밖에 되지 않아 로비를 당할 우려가 있으니 다음부터는 평가위원 명단을 더 늘려라", "행정과 실시설계를 맡고 있는 업체는 각각 해명서를 의회에 내라"고 했다. 업체 선정 과정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데 언론에서 괜히 문제를 삼고 있다는 늬앙스의 발언이었다.

시민의 대표이고, 시 행정을 견제하고 감시하라고 시민이 시의원으로 뽑아주었다. 그런데  이날의 업무보고는 두 명의 시의원을 제외하고는 거제시 행정을 덮어주기 위한 제스쳐였구나하는 허탈감만 느끼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당초부터 '시의원들이 이 문제를 파헤쳐 바로잡기를 기대했다는 것은 다소 어리석은 생각이었구나'하는 자괴감도 들었다. 일부 의원들은 그동안 언론에서 한 달 넘게 이 문제를 보도하고 있었음에도 기사도 한번 읽어보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이 문제가 너무 어려워서 시의원들이 한계를 느꼈다면 또 이해할 수 있다. 시의원들이 흐지부지 통과의례로 끝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다른데 있음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 자원순환과의 업무보고는 13일 오후에 있었다.

하지만 산업건설위원회 소속 일부 시의원은 업무보고가 있기 전인 12일 저녁에 환경사업소장과 자원순환과장을 시내 모 식당으로 불러 접대를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거제시 주양운 자원순환과장은 "시의원들이 불러서 갔는데, 식사 비용은 각자 계산했다"고 했다. 중요한 업무보고를 앞두고 담당소장과 담당과장을 불러 밥을 먹는데, 담당과장이 '오늘 식사는 각자 부담이다', 그리고 시의원들은 '오늘 식사비는 시의회서 낼 것이다'고 했을 리는 세 살 먹은 어린애도 웃을 일이다. 각자 식사 비용을 부담했다고 치더라도 그 비용은 시민의 혈세일 것이다.

13일 오후 업무보고가 끝나고 14일 거제시의회 147회 임시회가 끝나는 날이었다. 이행규 시의원은 13일 오후 자원순환과 업무보고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가지고 14일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할 예정이었다.

이행규 시의원의 5분 자유발언 내용은 두 가지였다. 음식물 쓰레기 업체 선정 과정의 문제점, 차세대 산업단지 용역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이행규 시의원은 이날 5분 발언에서 '음식물 쓰레기 업체 선정 과정의 문제점'은 5분 자유발언을 하지 못했다.

이행규 시의원 5분 자유발언 요지는 "언론에서 제기한 문제가 (업무보고에서) 확인한 결과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거제시 환경 행정이 전문성 결여로 업무 대행 업체에 모든 것을 의존하고, 시설의 설치 목적과 취지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음식물 쓰레기 업체 선정 과정의 문제점 원고가 이행규 시의원의 5분 자유발언에 빠진 것은, 14일 오전에 원고가 배포되자 거제시 행정에서 음식물 쓰레기 관련 5분 발언을 빼도록 로비를 했기 때문이다.

이행규 시의원은 이에 대해 "자원순환과에서 11월 초에 열리는 148회 임시회 개최전까지 이번 문제와 관련해 가시적인 결과를 보고하겠다해 5분 자유발언 원고를 빼주었다"고 했다.

권민호 거제시장과 황종명 거제시의회 의장은 "우선 기술 제안업체 선정 과정은 석연치 않다"며 "문제가 있으면 반드시 바로 잡겠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반해 거제시 자원순환과와 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은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이번 일을 덮기 수순에 들어간 느낌이다. 

13일 산업건설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새로운 사실도 밝혀졌다. 연초 오비 중앙하수처리장 안에 95억원을 들여 지워진 하수슬러지 자원화시설은 2009년에 8월에 준공 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3년째 문제를 일으켜 하자보수를 하고 있다. 45억원이 들어간 하수슬러지 자원화시설의 건조기 등 중요시설은 H엔지니어링이 특허공법으로 수의계약했다.

이번에 음식물 쓰레기 기술 제안 업체로 선정된 (주)W테크 관계자는 이날 산건위 업무보고에서 "하수슬러지 자원화시설의 설계는 H엔지니어링이 했지만, 시공은 (주)W테크에서 했다"고 밝혔다. 계약상 책임은 H엔지니어링이 지지만, 실제 시공은 이 업체가 다했다는 말이다.

하수슬러지 자원화시설은 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찌꺼기를 '부숙토' 비료로 만드는 시설이다. 그런데 초기에는 비료를 만드는 흉내를 냈다. 그런데 지금은 '부숙토'를 석포쓰레기 매립장에 쓰레기를 덮는 '복토'로 사용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 하수슬러지 자원화시설은 초창기에는 부숙토 비료를 만들었다.
▲ 최근에는 부숙토를 포대에 담아 석포쓰레기 매립장에 쓰레기를 덮는 흙으로 사용하고 있다.
부숙토를 자원화시키지 못하고, 쓰레기 매립장 복토로 사용한다는 것은 95억원을 들인 시설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반증이다. 그리고 쓰레기 매립장 복토로 쓰고 있다면 부숙토에 대한 성분 검사를 통해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할 것이다. 자원화시설에서 최종적으로 나오는 '부숙토'는 악취가 심해 현기증이 날 정도다.

시민의 혈세, 95억원을 들인 시설이 이 모양 이 꼴이다. 181억원이 들어갈 음식물 쓰레기 공공처리시설 또한 얼마나 문제를 일으킬 지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했다. 하수슬러지 자원화시설과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은 환경사업소 소관이고, 상하수도과와 자원순환과가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거제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은 환경기초시설 악취가 곳곳에 진동함에도 '내가 그래도 명색히 시의원인데'하면서 품위와 권위를 찾을려고 하고 있다.

낮에는 운전을 하고 집에 가면 아무리 늦어도 꼭 인터넷신문을 검색해 본다는 모 택시기사가 18일 "시의원들이 어떻게 하고 있다는 것은 시민들은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시의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시민의 뇌리 속에 각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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