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을 견제·감시하라고 했더니 되레 행정편에

▲ 거제시의회 마크

거제시의회의 총무사회위원회와 산업건설위원회는 3일 현장 방문을 했고, 총무사회위원회는 4일에도 현장 방문을 했다.

후반기 시의회가 구성되고 일부 의원 중에는 상임위원회를 옮긴 의원도 있어 소속 상임위원회가 관장하고 있는 현장을 한번 둘러보자는데 의미를 뒀다.

외형적으로는 일하는 의회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듯하다.

하지만 최근에 거제시의회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되짚어 보면 21만 시민의 민의를 대표하는 기관인 지, 아니면 몇 몇 의원의 자리욕심을 채우는 의회인지 곰곰이 되짚어 보아야 할 심각한 상황이 벌어졌다.

▲ 지난달 29일 열린 '거제시 주요기관 친선 배구대회'(사진제공:거제인터넷뉴스)

첫 번째 사건. 지난달 29일에는 거제시의회의 주관으로 거제시 주요 기관 친선 배구대회가 옥포중학교 체육관에서 열렸다. 거제시의회는 거제의 주요 기관으로 거제시청, 거제시의회, 거제경찰서, 도내 일간지 기자로 결정해 친선배구대회를 열었다.

거제교육청은 거제의 3대 기관이면서, 거제의 주요기관에도 끼지 못하고 친선배구대회에 초청받지도 못했다. 그리고 행사가 끝난 후 옥포 애드미럴 호텔에서 저녁 만찬이 있었다. 거제시의회가 행사를 주관했으면 비용의 많고 적음을 떠나 거제시의회 예산으로 만찬 식대를 부담해야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 50여명의 만찬 식대비 기백만원은 대우조선해양에서 부담했다고 대우조선해양 관계자가 30일 직접 밝혔다. 힘있는 주요 기관, 그 중에서 가장 힘있는(?) 거제시의회가 요청했으니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청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금 대우조선 근로자들은 대우조선해양의 새로운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그동안 피땀흘려 살려놓은 직장에서 쫓겨나느냐 살아남느냐의 절체절명의 갈림길에 서 있다. 국내외 경제는 어렵다. 다른 도시에 비해 경제적으로 다소 여유가 있다는 거제시민도 허리띠를 졸라메고 있다.

임수환 거제시의회 의회운영위원장에게 이날의 행사 계획은 누가 결정한 것이냐고 물으니, 임 의원은 "옥기재 의장과 의논해서 결정했다"고 했다. 대우조선해양에 손을 벌리기 보다는 힘있는(?) 4대 기관이 주머니를 털어 조금의 성금이라도 마련하여 대우조선해양 근로자들을 위로 방문, 격려하는 방법은 생각하지 못할까?

두 번째 사건. 한기수 시의원은 지난달 29일 열린 거제시의회 121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하루 전날 열린 임시회 개회식에 김한겸 시장과 김환영 부시장이 불참한 것을 두고 "참석도 않을 회의를 무엇하러 소집했느냐"고 집행부 해명을 요구했다.

한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이번 임시회는 의회의 고유 일정 외에도 거제시의 긴급한 현안처리를 위해 시장의 요구로 임시회를 열었으나 시장과 부시장 모두 일언반구 없이 타지로 출타하고 본회의에 불참했다"고 했다.

김한겸 시장은 지난달 28일 창원에서 개최된 바르게살기전국회원대회, 람사르총회에 참석했다. 김환영 부시장은 뉴질랜드 출장중이었다. 29일 의회 본회의장에는 김한겸 시장이 배석을 했다. 한기수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옥기재 의장을 대신해 이날 의사봉을 잡은 김두환 부의장이 시장의 입장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김 의원은 "집행부와 의장단 사이에 김한겸 시장의 불참은 사전 조율된 사항이다"며 먼저 발언을 해 김 시장은 직접 해명하지는 않았다. 거제시의회는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곳인지 아니면 행정을 감싸고 두둔하는 '행정 2중대'로 전락했는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명색이 시의원이라고 하면 한솥밥을 먹는 시의원을 위해 한번쯤 제스처라도 시장은 사과할 용의가 있는가 물어봐야 맞을 것이다. 하지만 김 부의장은 한기수 의원의 발언이 끝나기가 무섭게 행정을 두둔하고 나섰다. 시의원이 행정을 견제하고 감시할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걱정이 앞선다.

이날 옥기재 의장을 대신해 의장 자리에 앉아 본회의를 진행한 김두환 부의장은 의장 대행으로 처음 의사봉을 잡았다.  김 부의장은 의사 진행 순서에 따라 반드시 의사봉 세 번 두드려야 하는 절차도 빼먹고 있다가, 주위의 지적을 받은 후 부랴부랴 의사봉을 세 번 두드리는 헤프닝도 연출했다.

세 번째 사건. 의회운영위원회 소속인 이상문 의원과 김정자 의원은 지난달 28일 열린 창원 람사르 총회 개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오후에 열린 의회운영위원회에는 불참했다. 비난들어 마땅하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일은 이날 오후에 열린 의회운영위원회였다. 이날 의회운영위원회는 임수환 위원장, 김창성 의원, 박명옥 의원, 이행규 의원 4명이 참석했다. 한기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거제시의회 의원연구단체 지원조례안'을 심의 의결하는 회의였다.

의회운영위원장인 임수환 의원에게 의회 사무국 직원들이 써준 시나리오는 한기수 의원이 발의한 조례안을 부결시키는 각본이었다는 것이 모 의원의 전언이었다. 회의 진행과정에서 이행규 의원은 한기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조례안에 대해 수정안을 냈다.  회의 운영에 서투른 임수환 위원장에게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어! 사무국 직원들이 써준 시나리오에 없는 내용이 새롭게 추가됐네.' 임수환 위원장은 이행규 의원의 수정발의한 내용에 대해 표결에 들어갈려고 할 때 김창성 의원이 발언을 신청했다. 표결에 들어갈 때는 표결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어 발언권을 주지 않는 것이 지방자치법에 명시돼 있다. 그런데 임수환 위원장은 김창성 의원에게 발언권을 줬다.

김창성 의원은 한기수 의원이 발의한 조례안에 대해 '조례 원안 폐지안'을 발의했고, 임수환 위원장이 동의제청함으로 '원안 폐지안'이 의안으로 성립이 됐다. 임수환 위원장은 뭐가 뭔지 더 헷갈리기 시작했다.

한기수 의원이 발의한 원안, 이행규 의원 수정안, 김창성 의원의 원안 폐지안 세 개 안건이 상정됐다. 안이 세 개 일 때는 상정된 안건 역순으로 각각의 안건에 대해서 찬반을 물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가장 늦게 상정된 김창성 의원의 원안 폐지안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 손 드시오. 임수환 김창성 의원 손 들었다. 의결정족수인 3명이 안돼, '원안 폐지안 찬성 건'은 부결됐다.

임수환 위원장이 다음 안건에 대해 가부도 묻지 않고, 이행규 의원의 수정안이 통과된 것으로 방망이를 세 번 두드렸다. 의회운영위원회를 끝내놓고 나니 회의 진행은 엉망으로 됐고, 세 의안에 대해 가부를 물어야 하는 절차도 거치지 않아 임수환 위원장이 통과됐다고 선포한 이행규 의원 수정안도 통과되지 않은 상태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임수환 의원이 긴급 제안을 했다. "조금 전에 있었던 의회운영위원회의 속기록을 삭제하는 조건으로 이행규 의원이 낸 수정안에 찬성해주면 안되나?"하고. 의회운영위원회 회의록은 의원들간 합의로 속기록에서 삭제하기로 했다.

결국 한기수 의원이 발의한 조례안은 임수환 위원장, 박명옥, 이행규 의원 찬성으로 의회운영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날 의회운영위원회에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중요한 안건이 상정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으로 오히려 시민이 가슴을 쓸어내려야 할 형편이다.

▲ 거제시의회 본회의 모습(자료사진)

네 번째 사건. 거제시의회는 선진지(?) 견학이라는 이유를 내걸어 지난달 초 7박8일 일정으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홍콩 등 동남아 해외 연수를 갔다왔다. 그런데 동남아 해외연수 견문록 하나 언론에 보도자료 내는 의원이 없다.

해외 연수에 참여한 모 인사는 "프로그램도 없고, 한마디로 한심한 수준이었다. 언론에 글을 쓰면 해외연수를 어떻게 했는지를 속이는 것 같아 언론에 글을 쓰지 못했다"고 술회했다.

거제시의회는 초선으로 '장'자리를 차지한 의원은 김두환 부의장, 이태재 산업건설위원장, 임수환 의회운영위원장이 있다. 한마디로 걸음마를 겨우 익힌 어린이에게 21만 시민의 생명을 맡긴 꼴이다.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다.

2년 동안 의정활동하면서 열심히(?) 귀담아 들은 말은 "의석을 정돈하고 자리에 앉아주시기 바랍니다" 한마디였다. 이말은 원고를 보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흘려나왔다. 장(長)의 자리에 앉았으면,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 밤을 세웠으라도 공부해야 한다. 의사봉만 힘있게 두드린다고 장이 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시의원은 21만 시민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埏埴以爲器(선식이위기)이나 당기무(當其無)하여 유기지용(有器之用)이라.

'찰흙을 빚어서 그릇을 만드나 그 속을 비워야만 그릇으로써 쓰임이 된다'고 옛 성현이 가르쳐주었다.

허허! 창랑지수청혜(滄浪之水淸兮)이면 가이탁오영(可以濯吾纓)이오. 창랑지수탁혜(滄浪之水濁兮)이면 가이탁오족(可以濯吾足)이라!

허허!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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