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 몸 이끌고 주남저수지 철새 축제 찾은 '새 박사' 윤무부 명예교수

'새 박사'로 널리 알려진 윤무부(70) 경희대 명예교수가 지난주 경남 창원시 주남저수지를 찾았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주남저수지 철새 축제'에 참가해 관람객들에게 철새 이야기 특강도 하고, 주남저수지를 찾은 철새들을 관찰·촬영하기 위해서다.

5년 전 뇌경색으로 갑자기 쓰러져 지금도 오른쪽 손은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지만 윤 교수는 왼손만으로 비디오 카메라를 조작하며 새 촬영을 하는 한편 자신을 알아보는 어린이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같이 사진을 찍어 주는 등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내 고향이 거제 장승포야. 초등학교 4학년 때 예쁘고 신기하게 생긴 새 한 마리에 빠져 매일 40리나 되는 산속을 찾아가곤 했지. 그 새가 바로 후투티야."

▲ 사진제공: 부산일보
윤 교수의 명함에는 지금도 예쁜 후투티 한 마리가 찍혀 있다. 윤 교수의 후투티 이야기는 중학교 2학년 읽기 교과서에 실려 각박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주남저수지는 둑 옆으로 억새를 심어 새들이 놀라지 않게 하는 등 시설을 잘해 놨어. 새들은 사람이 천적이거든. 낙동강 하구는 온갖 개발로 철새 서식지가 훼손되고 먹이도 줄어서 해마다 주남저수지로 옮겨오는 철새들이 늘어나고 있어."

윤 교수는 철새들이 환경의 지표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재두루미와 흑두루미의 경우 지금은 몇 마리만 찾아와도 희귀조라며 법석을 떨지만 예전에는 낙동강 하구에만 수천 마리씩 월동하던 흔한 새였다는 게 윤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4대강을 개발한다며 모래톱을 준설하고 호안을 정비해 생태공원을 조성한 것은 철새들의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강을 준설해 모래톱을 없애면 얕은 물에 사는 꼬마물떼새 논병아리 개개비 같은 새 50여 종이 죄다 사라질 수 있어요. 모든 생태계의 시작은 강가거든. 자꾸 강을 파헤치니까 철새들의 쉴 곳이 없어져 가는 현실이 안타까워."

윤 교수는 50년 동안 우리나라 각지에서 수집한 새 사진, 동영상, 새 소리 등을 한데 전시할 수 있는 '새 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이 필생의 소원이다. 한국을 찾는 전 세계인들에게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새들을 널리 자랑하고 알리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이다.

후보지는 자신의 고향이자 후투티의 추억이 어려 있는 거제 장승포로 진작부터 점찍어 놨다. 예전 거제시장이 건립을 약속하며 선거운동에 활용해 놓고서는 유야무야된 것이 아쉽지만 뜻이 있으면 언젠가는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윤 교수는 그 꿈을 위해 오늘도 불편한 몸을 이끌고 비디오카메라로 주남저수지를 찾는 겨울 진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부산일보 12월 6일자 정상섭 선임기자  인터뷰 기사 인용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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