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ME 호텔' 기공식 계기 내재된 갈등 표출…상생 협력 방안 절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9일 옥포동 구 옥포랜드 부지에 'DSME 호텔'을 짓겠다며 남상태 사장, 성만호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300여 명의 지역주민과 내외 귀빈이 참석한 가운데 기공식을 가졌다고 발표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또 지난 2008년 3월 13일 옥포매립지 운동장에서 복합업무단지 기공식을 가진 적이 있다.

2008년 기공식과 지난 9일의 기공식은 똑같은 기공식임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차이가 있다. 2008년의 기공식은 김한겸 거제시장, 옥기재 거제시의회 의장 외 1,000여 명의 지역주민이 참석한 가운데 기공식을 가졌다. 이에 반해 지난 9일의 기공식은 '내외 귀빈을 포함해 300여 명의 지역주민이 참여했다'고만 밝히고, 권민호 거제시장, 황종명 거제시의회장의 참석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9일의 기공식에는 권민호 거제시장과 황종명 거제시의회 의장이 참석하지 않았다. 김석기 부시장과 김두환 부의장이 거제시장과 거제시의회 의장을 대신해 참석했다.

지난 2008년 기공식과 지난 9일의 기공식에서 첫 삽을 뜨는 장면을 보면 두 기공식에 어떠한 변화가 있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첫 삽을 뜨는 퍼포먼스에서 중심인물이 한 가운데 있는 것은 의전상 관례다. 하지만 9일의 기공식에서는 김석기 부시장과 김두환 부의장은 거제시와 거제시의회를 대표하지 못했다.

▲ 2008년 복합 업무 단지 기공식 첫삽 퍼포먼스
▲ 지난 9일 열린 DSME 호텔 기공식 첫삽 퍼포먼스(왼쪽 원안: 김석기 부시장, 가운데 원안: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오른쪽 원안 : 김두환 거제시의회 부의장)
의전상 실수도 있을 수 있고, 격식을 싫어하는 부시장과 부의장 스타일 때문일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2008년 복합업무단지 기공식은 건축 인허가 절차를 모두 마치고, 착공식 겸 기공식이었다. 하지만, 지난 9일의 기공식은 'DSME 호텔' 건축 인허가 서류를 거제시에 접수하지도 않은 상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단지 이번 기공식은 호텔을 지을 것이라는 사실을 지역민에게 알리는 차원이고 추후에 착공식은 다시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 권민호 거제시장과 황종명 의장은 DSME 호텔 기공식 때 새마을지도자대회 행사장에 있었다. 김해연 도의원은 호텔 기공식과 새마을지도자대회에 다 참석한 것으로 봐 호텔 기공식과 새마을지도자대회는 시차가 있은 것으로 보인다.
권민호 거제시장과 황종명 거제시의회 의장은 이날 새마을운동 거제시지회가 주최한 2011년 새마을지도자대회 행사장에 있었다. 김해연 도의원이 DSME 기공식과 새마을지도자대회 두 행사에 다 참석한 것으로 보면 두 행사는 약간의 시차를 두고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거제시장과 거제시의회 의장은 약간의 의지만 있었다면 'DSME 호텔' 기공식에 충분히 참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권민호 거제시장과 황종명 거제시의회 의장은 건축 인허가 절차도 밟지 않은 'DSME 호텔' 기공식에는 정치적 부담을 느껴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호텔 기공식 참석 여부의 정치적 부담 외에도 근저에는 대우조선해양과 거제시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앙금'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거제시와 대우조선의 눈에 보이지 앙금은 '옥포동 주상복합아파트' 인허가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옥포동 241-1번지 27,432㎡에 아파트 368세대와 대규모 판매시설 29,265㎡(8,853평)를 짓겠다는 사업 계획을 지난해 10월 29일 거제시에 신청했다가 '전통상업보존구역' 내에 있다는 이유로 사업승인이 반려됐다. 대우조선해양은 거제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창원지방법원은 지난 8월 25일 “(거제시의) 사업계획 승인신청 반려처분을 취소한다”며 대우조선해양측 손을 들어주었다. 거제시는 1심에서 패소했음에도 사업계획을 승인하지 않고 바로 항소를 제기했다. 설상 대우조선해양측에서 상생협력사업계획서를 제출해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더라도 주상복합아파트는 인허가 문제만 3년째 끌게 된다.

▲ 옥포동에 들어설 예정인 주상복합아파트(사진속 왼쪽 네 개동 주상복합아파트)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주상복합아파트 인허가를 빌미로 거제시의 대우조선해양 길들이기설, 권민호 거제시장과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불편한 관계설, 남상태 사장의 3선 연임 추진에 따른 지역 사회 공헌 부각설이 흘려나오고 있다.

사실 관계 여부를 떠나 지난 8월 지역구 국회의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남 사장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지역 일부 정치인의 곱지 않은 시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권민호 거제시장은 거제시를 대표하는 행정의 수장이다. 황종명 거제시의회 의장은 23만 시민의 대의기관 대표다.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거제 경제의 한축을 담당하는 사장이다.

거제시와 대우조선해양의 삐걱거리는 마찰음은 결국 피해는 시민이 입게 된다. 거제 미래에 암울한 그림자로 다가오게 된다. 그리고 대우조선해양의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행정과 기업이 상생 발전하지 못하고, '너 탓 내 탓'을 논할 때가 아니다. 시민과 임직원, 거제 미래, 기업 생존과 경쟁력 등의 책임감을 떠올리면 '앙금'은 어느 한 사람이 나서 먼저 손쉽게 걷어내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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