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거제발전 길이 훤히 보이는데, 왜 엇길로 가는지?

거제시가 고현만 재개발사업의 기본 계획 변경을 국토해양부에 요청했다는 사실을 거제인터넷신문이 지난 6일 가장 먼저 보도했다.

하지만 거제시는 이 사업을 어떤 이유인지 극비리에 추진할려고 했다. 그러다가 언론에 발각당하자, 지난 7일 긴급하게 보도자료를 내고, '국토해양부에 접수시킨 것은 사실이다'고 시인했다.

국토해양부 장관은 거제시장으로부터 접수를 받은 기본 계획 변경 요청서에 대해 국토해양부의 자체 검토, 협의, 항만재개발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회 국토해양위에 제출한다. 국회 국토해양위를 통과하게 되면 국토해양부 장관이 기본계획 변경 내용을 고시한다.

기본계획이 고시되면, 사업계획 입안 및 추진 절차에 들어가 도시관리계획으로 결정된다. 다음 실시계획 단계로 들어가 사업이 본격화된다.

이 사업이 성공할 수 있는 첫 관문은 국토해양부와 국회 국토해양위를 통과하는 일임이 분명해졌다.

거제시는 보도자료에서 김한겸 시장이 지난 5일 국토해양부를 방문, 국토해양부 차관에서 국장, 과장을 만나고 왔다는 사실을 덧붙였다.

김한겸 시장이 직접 발로 뛰기 때문에 국토해양부 첫 관문을 통과하는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간략한 이 한 줄의 글귀가 이번 사업의 성공 여부가 달려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자랑인 듯 보도자료를 냈다.

올해 4월 삼성중공업이 고현만 인공섬 사업을 제안해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잠시 살펴보자.

삼성중공업은 올해 4월 '거제 고현 Waterfront City 개발 사업의향서'를 제안할 때부터 그리고 '고현만 재개발사업'으로 바뀌기까지 이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거제가 지역구이고 국토해양위 소속인 윤영 국회의원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간파했다.

삼성중공업은 또 고현만 재개발 사업의 정부측 결정권자나 다름없는 국토해양부 제2차관이 윤영 국회의원과 부산고등학교 동창이라는 사실까지도 파악하고 있었다.

삼성중공업은 '윤영 의원에게 사전 브리핑이 매우 중요하다'고 거제시에 끈질기게 요청했다. 거제시는 들은 척 만 척 했다. 김한겸 시장은 보란듯이 일본 인공섬 견학이라는 이유를 내걸어 관계 공무원(?)을 대동하고 일본 '미나또미라이21'를 6월 11일 방문했다. 일본의 미나또미라이 인공섬은 삼성중공업 사업제안서에 외국 개발사례 벤치마킹 첫 번째 예로 꼽은 지역이다.

▲ 김한겸 시장이 여섯명의 관계공무원(?)을 대동하고 둘러본 일본의 미나또미라이 21
6월 27일 삼성중공업과 거제시는 업무협약식을 가지고, 국토해양부와 '공유수면매립법'을 적용하는 고현만 인공섬 개발사업에 대해 본격적인 조율에 들어갔다.

김한겸 시장은 올해 8월 여름 휴가 때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짓고 있는 두바이 '버즈두바이' 현장을 삼성중공업 건설사업부의 친절한 안내(?)를 받고 방문했다.
▲ 버즈두바이
하지만 8월부터 국토해양부와의 조율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공유수면매립법은 매립을 최대한 억제하는 법인데, 바다를 매립해 왜 상업지를 만들려고 하느냐, '상업지는 육지에 땅 풀어서 하면되지'하는 국토해양부 논리를 넘어서지 못했다.

거제시 도시과 행정력은 국토해양부 실무자도 넘지 못하는 수준이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결국 정치력으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사실을 삼성중공업은 간파했다.

삼성중공업은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삼성중공업은 거제시에 국회의원에게 브리핑을 재차 요청했다. 그러면 브리핑을 하고 협조를 요청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런데 9월 초 정작 브리핑 하겠다고 윤영 의원실에 접촉을 시도한 사람은 담당 부서인 권정호 도시과장도 아니고, 강해운 도시건설국장도 아닌 김종천 해양수산과장이었다.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9월 들어 파행 국회가 정상화되고, 10월 국정감사가 시작돼 브리핑도 흐지부지 됐다.

공유수면매립법으로는 더 이상 진척이 어려워졌다. 항만재개발법으로 급선회하기 시작했다. 삼성중공업이 올해 4월 거제시에 제안한 '거제 고현 Waterfront City 개발 사업 의향서'를 '고현항 재개발사업 기본계획(변경)'으로 바꾸고, 내용도 그럴듯하게 재포장해 거제시장 이름으로 국토해양부에 10월 29일 접수시켰다.

김한겸 시장은 5일 서울에 가서 국토해양부 차관에서 과장까지 '잘 봐주십시오'하면서도, 거제를 대표하는 같은 당 소속인 지역구 국회의원에게는 가지 않았다.

거제의 지도를 바꾸고, 3조원이 넘는 돈이 들어갈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같은 당 소속인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알리지도 않고, 국토해양부를 먼저 찾은 것은 분명 숨겨진 의도가 있을 것이다.

국토해양부 관계 공무원을 설득시키고, 국회 국토해양위는 외부의 도움없이 통과할 수 있다는 삼성중공업의 자신감 아니면, 2010년 시장 선거 히든카드용(?).

김한겸 시장이 서울 올라가는 중에 생각을 조금만 깊게 했으면, 김종천 해양수산과장이 하루 먼저 서울에 올라가 국토해양부 공무원들의 면담 일정을 설상 잡아놓았더라도, '아니다. 국회의원실에 먼저 연락해봐라'고 해야 하는 것이 맞았을 것이다.

지역구 국회의원과 시장이 서울의 국회의원실에서 '거제시민과 거제 발전을 위해 고현만 재개발 사업 기본계획 변경을 관철시킵시다'고 서로 마음을 합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김한겸 시장은 윤영 국회의원이 국토해양부 과장보다 중요도가 덜한 것으로 밖에 인식되고 있지 않나 하는 의혹을 자아낸다. 

윤영 국회의원은 '고현항 재개발사업'에 대한 지역 언론 보도를 접하고, 국토해양부 담당국장을 국회로 불러 10일 오전에 브리핑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거제시는 사정이 다급해지자 부랴부랴 강해운 도시건설국장이 12일 서울에 올라갔다. 거제시는 7일 보도자료에서 고현항 재개발 소관부서가 해양수산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소관부서를 책임진 조선해양관광국장이 가야하는 것이 맞는데, 건설도시국장이 간 것도 뭐가 앞뒤가 맞지 않다.   

삼성중공업 건설사업부는 고현만 재개발 사업에서 발을 뺄 수도 있다고  삼성중공업 관계자의 입에서  11일 처음으로 나왔다.

▲ 삼성중공업이 올해 거제시에 제안한 '거제고현 Waterfront City 개발 사업의향서'(위)와 거제시가 국토해양부에 접수시킨 '고현항 재개발사업 기본계획(변경) 요청서'와 유사한 표지(아래). 제목과 기관만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고현만 재개발 사업 기본계획 변경 요청을 한 당사자는 거제시장이다. 4월 삼성중공업 제안서에 표지 제목을 바꾸고, 신청 주체만 거제시로 바꿔 삼성중공업이 만들어준 서류를 들고 국토해양부에 접수시켰다.

이제부터 모든 책임은 삼성중공업이 아닌 김한겸 거제시장이 질 수 밖에 없다. 기본계획이 고시된 후 사업계획의 입안 단계에서 삼성중공업과의 관계를 다시 정립해야 한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거제시에 단지 서류상의 도움만 줄뿐이다.

여론 수렴 한번 없이 삼성중공업이 하자는 대로 하면서 꼭두각시(?) 노릇한 거제시 행정이 시민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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