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는 지난해 연말 사무관 2명 등 27명의 승진인사에 이어 6일 214명의 전보 인사를 했다. 1,000여 공무원 중 5분의 1이 넘는 공무원이 자리를 옮겼다.

이번 인사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권민호 시장 임기가 시작된 후 1년 6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또 권민호 시장 임기 4년 중 올해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18개월이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기다. 내년 하반기 들어가면 2014년에 있을 시장 선거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게 돼 소신있게 일하기도 어려운 분위기다.

거제시 행정과 담당공무원은 이번 인사에 대해 "적재적소 배치, 역발상의 인사, 일하는 조직인사"라고 밝혔다. 일하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각 부서마다 전문성을 강화하고 집중력을 더 높여야 한다.

그런데 이번 인사에서 과연 그런 원칙이 지켜졌을까? 그동안 행정직이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하면 면ㆍ동장으로 발령이 났다. 이에 반해 시설직, 녹지직, 사회복지직, 지적직 등은 승진 후에도 시 본청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인사에서는 승진 후 그동안 면ㆍ동에 근무한 경험이 없는 시설직, 녹지직, 사회복지직, 지적직 사무관을 면ㆍ동장으로 보냈다.

▲ 거제시청 전경
행정직과 시설직 등의 구분 없이 사무관 승진 후 면ㆍ동에서 근무토록 하겠다는 것은 순환보직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점수를 줄 수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 이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시설직은 전문성을 요하고 있다. 면ㆍ동으로 발령이 난 시설직 등 기술직 사무관은 그동안 본청에서 건축직, 토목직, 녹지직, 지적직 등 전문직 역할을 했다. 4급 서기관인 일부 국장보다도 5급 과장들이 해당 과에 대한 업무 전문성이 월등히 높았다.

거제시는 건축과 민원지적과 녹지과 사회복지과 등은 민원부서이기 때문에 해당 업무는 담당계장이 하기 때문에, 과장은 전문성이 없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행정직인 관광과장은 관광에 대한 안목과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몇 년째 계속 근무하고 있는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거제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예산안 심의, 업무보고 등을 할 때 시의원들은 해당과 과장을 상대로 해당 업무에 대한 질의 응답과 문제점을 지적한다. 쉬운 이야기로 시의원과 해당과 과장들이 대화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부터 거제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예산안 심의, 업무보고를 할 때 몇몇 과에서는 진귀한 풍경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시의원은 민원인이 아니다. 거제시 행정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시의원이 해당 분야에 대한 실력을 쌓아 행정의 문제점을 파헤쳐 나갈 때 거제시에서는 누가 방패의 역할을 할 지 궁금하다. 일부 해당과 과장은 관련 부서 처음 발령 받은 공무원 보다 전문성이 없을 수 있다.

한 예로 거제시의회가 지금 증축공사를 하고 있는데 시의원들이 건축법에는 이러이러한 규정이 있는데 왜 지키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을 때, 담당과장은 건축법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도 못하고 배우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함께 배석한 국장도 일부 국장을 제외하고는 전문성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결국 시의원들은 한 숨을 내쉴 것이다. 현안을 놓고 심도 깊은 견제와 감시가 아니라, ‘더 이상 묻기 싫어서’ 대충대충 넘어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는 그동안 허다하게 있었다.

거제시의회는 올해부터 회기일수를 80일에서 100일로 늘렸다. 또 시정질문 시간도 늘리고, 동료 의원 2명이 추가질문 5분씩을 하도록 했다.거제의회는 거제시 행정에 대한 견제와 감시 역할을 강화하고 일하는 의원상을 정립하겠다는 것이다. 시의회는 행정을 잔뜩 벼르고 있는데, 집행부는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인사는 업무에 대한 공과 과를 따져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공평하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승진자와 영전급 전보 인사 중에는 2010년과 지난해에 문제가 됐던 부서에서, 책임 선상에 있었던 공무원도 있다. 업무 관련으로 상부기관 감사를 받고 아직 감사 결과를 통보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 과장 전결로 임대아파트를 분양아파트로 전환해 주었거나, 근무시간에 도박을 하고, 음주운전을 했다는 이유 등으로 공무원 몇 명을 면ㆍ동으로 내려보내는 문책인사를 한 경우가 있다. 누구는 잘못을 저지르면 빽없어(?) 면동으로 쫓겨나고, 누구는 승진 또는 영전한다면 공평한 처사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승진 인사는 누가 승진할 것이다는 것을 미리 예고해주는 듯한 인상도 풍긴다. 이번 인사의 가장 커다란 허점이다. 노른자위 부서 몇몇 공무원은 이번 인사에서 능력과는 상관없이 제외(?)시켰다. 두고 볼 일이다.

시장 취임 이후 4급, 5급 승진자와 중요 부서에는 거제 북부권인 연초ㆍ하청ㆍ장목면 출신자가 많다. 특정면 출신이 번번히 요직을 차지하고, 승진자 빈도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장에게 고성으로 대드는 특정 공무원의 소리가 시청 밖까지 들린다. 이번 인사에 순리를 거스르고 누가 나서서 누구를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했다는 소문도 공공연하게 흘려나오고 있다.

이번 인사의 문제점이 불거져 6개월 후 다시 인사를 한다면 그때는 귀중한 6개월을 허비한 셈이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시기 6개월을 허비한다는 것은 거제 미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국민의 소리에 귀를 막고 고소영ㆍ강부자 출신 인물의 돌려막기 인사가 가장 큰 원인이다는 지적이다. 둑은 한 순간에 무너지지 않는다. 바늘 구멍부터 시작한다. 물이 새는 것이 보일 때는 이미 때가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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