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말등대를 '쥐귀끝'이라니…거제는 뱀이 용으로 승천하는 지세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에 일운면 와현리에 있는 서이말 등대 지명 유래를 풀이해놓았다. “땅끝의 형국이 마치 쥐의 귀를 닮았다하여 ‘쥐귀끝’이라는 데서 서이말 등대가 유래했다”고 밝혀놓았다. 한자로 풀이하면 서이말(鼠耳末)이 된다.

▲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에 '서이말'을 쥐귀끝이라고 해놓았다.
한국관광공사는 어디서 자료를 받아 서이말 등대의 유래를 해석했는지는 명확치 않지만, 서이말 등대 지명 유래를 왜곡시켜 놓았다.

서이말 등대의 정확한 한자 표기 중 귀 이(耳)가 아니고, 입가 이(咡)이다. 서이말은 ‘鼠咡末’이 정확한 표기다. 즉 쥐의 입이라는 뜻이다. ‘쥐귀끝’이 아니라 ‘쥐부리끝’이다.

거제지명 총람에 ‘서이말 등대’는 누우래재(와현)에서 동남으로 2㎞ 반도의 땅끝이 쥐의 주둥이 형국으로 쥐부리끝 또는 서이말이라 한다. 서이말 등대가 첫 불을 밝힌 것은 1944년 1월 5일이다. 서이말 등대 역사

▲ 서이말 등대가 있는 서이말 지명은 쥐귀끝이 아니라 쥐의 입, 즉 쥐부리끝이다.
에는 1945년 8월 15일 폭격으로 파괴됐다가 1960년 복구됐다고 밝히고 있다.

서이말과 상대되는 지명이 거제에 또 있다. 사이말(蛇咡末) 즉 뱀부리끝 지명이다. 거제도의 최북단 북위 35°02′28″ 지점인 장목면 황포마을 끝지점의 지명은 사이말(蛇咡末)이다. 거제지명총람에는 “마산을 바라보는 땅끝으로 뱀의 주둥이 모양이라 뱀부리끝 또는 사부리 끝이라하여 이는 풍수지리설에 따라 일운면 서이말과 상대되는 지명이다”고 했다.

쥐는 예부터 뱀의 먹이였다. 거제도는 여러 지명에서 뱀(蛇)과 관련된 지명이 여러 곳 있다. 뱀의 입 언저리, 뱀의 머리, 뱀의 꼬리 지명이 다 있다.

▲ 거제 북쪽끝 마산을 보고 있는 지명은 사이말, 즉 뱀부리끝이다.
거제도의 최북단 장목면 황포마을 끝지점의 지명은 사이말(蛇咡末)이다. '이(咡)' 는 입 언저리를 뜻한다. 뱀의 주둥이다. 또 사등면 사곡 모래실 앞쪽 바다에는 사두도(蛇頭島)가 있다. 뱀의 머리이다. 면적이 20,727㎡다.

거제도의 주봉인 계룡산(鷄龍山) 또한 뱀이 용으로 승천한데서 유래하지 않았나 유추해볼 수 있다.

거제도 최북단과 대척되는 지점 남부면 대포마을 앞쪽 바다에 장사도(長蛇島)가 있다. 장사도는 섬의 형상이 뱀처럼 길게 생긴 것에서 유래했다. 현재 장사도는 행정구역상 통영시로 돼 있지만, 거제에 속한 섬이었다. 1914년 3월 1일 거제군과 용남면이 통합돼 통영군이 되기 전까지 한산도, 추봉도가 둔덕면 부속 도서인 점으로 미뤄 장사도 또한 거제 소속이었다.

▲ 사등면 사곡마을 앞에 있는 사두도
이렇듯 거제도는 뱀의 입, 뱀의 머리, 용으로 승천한 뱀의 몸통인 계룡산을 거쳐 꼬리격인 장사도까지 뻗쳐 있다.

거제는 용으로 승천한 큰 뱀이 꿈틀거리는 지세이며, 뱀의 먹이인 쥐가 살아남기 위해 힘쓰는 형국이다. 쥐부리끝 앞쪽에 놓여있는 외도가 한 해 100만명의 관광객을 불러모아 관광 소득을 증대시키는 것이 결코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다.

앞으로 뱀부리끝으로 국도5호선이 육지와 거제로 연결된다. 창원시에서 내려오는 국도 5호선 연장이 뱀 부리를 거쳐 남부면까지 그리고 한산도까지 연장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뱀의 입에서 허리를 거쳐 뱀 꼬리까지 도로로 이어질 날도 멀지 않았다.

거제는 귀 이(耳)가 들어가는 지명은 따로 있다. 쥐의 귀, 서이(鼠耳)와 같은 작은 귀가 아니다. ‘장자(莊子)’의 소요유(逍遙遊) 편에 나오는 것처럼 등 넓이가 몇 천리인지 알 수 없는 대붕(大鵬)의 귀(耳)에 해당할 만큼 큰 귀를 가지고 있다. 거제도가 북쪽을 보며 품고 있는 바다의 지명인 진해만 전체를 광이(廣耳)바다로 일컫는다. 넓고 큰 귀 모양을 닮았다하여 광이바다로 불린다. 크게 구하는 섬, 거제(巨濟)의 지명이 하루 아침에 생기지 않았음도 충분히 짐작된다.

▲ 광이바다
▲ 서이말등대
▲ 서이말 등대
▲ 남부면 끝지점에 장사도가 있다. 장사도는 풍수지리상으로 거제도의 뱀꼬리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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