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청 정보통신과 계장 정도길

▲ 정도길 계장
신비스런 자연과 쪽빛바다를 품은 거제에서 전국 제일의 관광지를 꿈꾸는 마을이 있다. 거제 동남쪽 끄트머리 은빛 모래밭을 배경으로 펼쳐져 있는 구조라마을. 넘실대는 푸른 바다는 이 마을의 생명과도 같은 존재로 치열한 삶의 현장이요 터전이다. 바다가 있었기에 사람들은 터를 잡았고, 그 터를 지키며 생명력을 유지해 왔다.

바다를 버리고 살 수 없다고 인식한 마을 사람들은, 어촌마을을 활성화하기로 합의하고 실천하기에 이른다. 2003년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에 정보화마을 지정 신청을 건의한 것. 이름도 대외적 이미지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어촌과 관광을 접목시킨, 다소 긴 이름이지만 '구조라관광어촌정보화마을'로 지었다.

기실, 마을의 발전을 가장 해치는 요인은 주민 사이의 불화나 화합하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의 정서라는 것은 익히 잘 알고 있는 사실. 예부터 성씨 위주의 집성촌을 이뤄 살아온 조상들은 강한 가족애와 친족간의 공동체로 그들만의 울타리를 지켜왔던 것. 따라서 진정한 주민의 화합이야말로, 마을 발전을 이끄는 튼튼한 기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음은 물론이다.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0년째를 맞이하는 마을도 변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 동안 소득도 늘었고, 상도 탔다. 상금도 받아 마을 기반공사를 하는데 보탰고, 마을은 정비된 모습으로 변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성과를 이룬 것은 마을 주민이 하나가 된 것. 어찌 보면 이처럼 마을이 변하고 발전하게 된 요인은, 정부로부터 받은 정보화마을 지정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셈.

이 마을은 지난 달, 행정안전부로부터 전국 350곳 정보화마을을 대상으로 한 2011년도 평가에서 선도마을로 평가 받았다. 선도마을 선정은 20% 이내 중 상위 30위까지로 전국에서 30개 마을이며, 그 다음 145개 발전마을, 140개 노력마을 그리고 35개 참여마을 순으로 선정되었다.

선도마을은 등급 평가에서 최상위 등급으로, 여기에는 대상, 최우수, 우수 그리고 장려로 나누는데, 이 마을은 장려에 해당하는 상을 받았다. 상의 포상금은 차후에 있을 계획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마을은 올해 수상이외에도 2009년에는 전국 328개 마을에서 장려마을로 선정된바 있다. 또한 2010년에는 '운영 실적이 우수하고, 자립가능성이 높은 마을'로 선정돼 3천만 원의 특별교부세를 받기도 했다.

정보화마을의 발전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주민들은 오랜 소원이던 문화센터 건립을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한 결과 지난 10월, '구조라복합문화센터' 준공식을 볼 수 있었다. 1층은 도자기를 직접 만들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으며, 2층은 도서관과 사랑방이 들어서 어린이와 어른 모두가 즐겨 찾는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방문객이 꾸준히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다.

이 마을은 관광마을을 지향하는 만큼 관광 인프라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것도 행정관청의 지원이 아닌 마을주민과 봉사단체가 주도한다는 것. 거제는 제1의 관광지라 할 수 있는 '천국의 섬 외도'와 '대한민국 명승 2호 해금강'이 있다.

이 곳을 가기 위해서는 유람선을 타야 하는데, 이 마을에는 유람선터미널이 있다. 그런데 유람선은 정시에 출항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차야 떠나기 때문에 어떤 때는 한참 동안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참아야만 되는 터.

이 점에 착안한 주민들이 관광객들이 유람선을 기다리는 틈새시간에 볼거리를 만든 것이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마을 골목길 담장에는 자원봉사자의 지원으로 벽화를 그려 동화 속 세상을 만들었다. 동네 뒤편 야트막한 시리대 밭은 골목길을 조성하여 '샛바람 소릿길'이란 이름을 지어 여행자들에게 알렸다. 어린이는 골목길에서 동화세상으로 빠져 들었고, 어른들은 '샛바람 소릿길'에서 옛 추억을 떠올렸다.

복합문화센터 뒤편에서 출발하는 약 2.5km의 탐방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한려해상 국립공원에 속하는 이 마을은 공원 측과 의논해 탐방로를 개설했다.

구조라성이 있는 수정봉을 중심으로, 산신각, 구조라성, 쉼터, 수정봉전망대, 군 초소 체험관은 시간적 여유가 있는 여행자라면 꼭 한번은 걸어보고 싶은 코스. 유람선을 기다리는 30여 분을 무료하게 보내지 않을 수 있는 가장 큰 관광 인프라를 만들었다는 게 마을 주민들의 자부심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거제지역 최고의 수질과 은빛 모래를 자랑하는 구조라해수욕장은 여름철 최고의 피서지로 알려져 있다. 매년 7월 하순이면 MBC 주관으로 '바다로, 세계로, 거제로'라는 바다축제가 열리면서 많은 여행자를 불러들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역시 정보화마을 주민들의 단합된 마음이 밑바탕에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외도, 유람선을 운항하는 유람선의 선장이기도 한 강성순 위원장(구조라관광어촌정보화마을운영위원회). 그는 거제도 섬사람 특유의 사투리에 말발도 센 선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입담은 유람선이 항 밖으로 나가자마자 배 안을 울린다. 시끄러운 엔진소리에도 억양은 파도를 타고, 입담은 흐르는 물이 돼 여행자의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그는 몇 해 전, 'KBS 아침마당'에 출연하여 바다와 함께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숨김없이 풀어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지난 달, 행정안전부로부터 '선도마을'로 선정된 ‘구조라관광어촌정보화마을’. 수상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작은 회의를 열었고, 회의 결과는 '더욱 분발하자'로 의견을 모았다. 내년에는 최고상인 대상을 한번 타 보자고. 하지만 대상 수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마을 주민들이 진정으로 화합하고 노력한다는 것. 곧 그것은 마을 발전을 이루는 것이기에.


 

저작권자 © 거제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