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호 배 한 척에 얾매일 것이 아니라 56만평 장승포 공원 거시적 접근 필요

거제시가 흥남철수작전을 테마로 장승포동 70번지 망산공원 일원에 조성예정인 ‘장승포호국평화공원’ 사업의 문제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님이 18일 열린 거제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서 드러났다.

◆ 장승포호국평화공원 사업비 280억이냐 500억원이냐

이 사업은 총 280억원의 전체 사업비 중 모자이크 사업으로 지원되는 도비 100억원, 국비 50억원과 거제시비 130억원이 투여될 예정이다고 거제시는 각종 자료에 밝히고 있다. 거제시가 거제시의회에 ‘장승포호국평화공원 조성사업 설치 동의안’을 5월 임시회에 상정시킨 이유는 “내년도 국비 신청 마감이 임박해 서둘러 거제시의회에 승인 요청을 했다”고 조용국 해양조선관광국장이 밝혔다.

하지만 거제시는 이와는 별개로 이미 보훈처에 200억원의 국비 지원을 요청해 놓은 상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보훈처는 국비 지원 여부를 심사하다가 부지 매입 등이 불투명해 예산 심사를 보류해놓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승포호국평화공원으로 이름이 바뀌기 전인 ‘흥남철수기념공원’ 조성 사업으로 당초 사업비는 500억원(국비 200억, 도비 100억원, 시비 200억원)으로 잡았다.

18일 열린 산업건설위원회서 ‘심사 보류’됐지만 오는 24일까지 거제시의회 임시회가 열리고 있기 때문에 집행부의 로비 여하에 따라 언제든지 산업건설위원회를 다시 열어 승인을 해줄 수 있다. “23일 오후에 산업건설위원회를 다시 열어 ‘조건부 가결’을 해줄 것이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 사업이 추진되는 궁극적인 목적은 ‘장승포호국평화공원’을 조성하여 쇠퇴한 장승포지역의 경제를 활성화시키자는 의도가 저변에 깔려있다. 또 민선 지자체장이 장승포지역의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사업’ 성격도 다분히 숨어있다.

◆ ‘짝퉁’ 빅토리호 인수 불투명… 낡은 배에 130억원을 쏟아부을 필요성 ‘논란’

280억원 전체 사업비가 투입되는 주요 항목을 살펴보면 이 사업의 성격을 한 눈에 읽을 수 있다. 전체 사업비의 46.4%인 130억원은 흥남철수작전에 참여해 14,000명을 피난시킨 ‘메리더스 빅토리호’와 유사한 ‘짝퉁 빅토리호’ 예인‧인수, 전시, 보수 등에 들어간다. 조용국 거제시 해양조선관광국장은 “인수가격 25억, 미국에서 한국까지 가져오는데 이동비 25억원을 합쳐 예인‧인수에 50억원 정도 소요된다”고 밝혔다. 인수한 배는 장승포 몽돌개 해수욕장에 대형 거치대를 만든 후 크레인으로 육지에 끌어올려 거치한다는 계획이다. 육상 거치 후 내부에 전시 공간을 마련해 관광객이 관람토록 할 예정이다. 또 101,700㎡ 공원조성부지를 매입하는데 전체사업비의 28%인 79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기념공원 조성에는 40억원이 잡혀있다.

흥남철수작전에 피난민 14,000명을 거제 장승포 지역까지 수송한 7600톤급 ‘매리더스’ 빅토리호는 지난 90년 때 중국에 팔려 해체되고 없다. ‘무슨 무슨 빅토리호’라는 이름으로 그 당시 건조된 배는 272척이며, 한국전에 참전한 ‘빅토리호’는 111척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60여 년이 지난 현재는 원산철수작전 때 피난민 7009명을 수송한 ‘레인 빅토리호’, 한국전쟁 때 군수물품을 수송한 ‘레드오크 빅토리호’, ‘아메리칸 빅토리호’ 등이 남아 있다. 세 척의 빅토리호는 내부를 전시공간으로 꾸며 퇴역 군인 등이 입장료를 받고 운영하고 있으며, 매각에 부정적인 것으로 거제시 관련 자료에 나타나 있다.

거제시가 지난 9일 “권민호 시장이 ‘흥남철수작전’ 빅토리호 인수 발벗고 나섰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권민호 시장은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미국을 방문했다. 조용국 해양조선관광국장은 지난 18일 열린 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회의서 “권민호 시장이 미국을 방문한 것은 한국전에 참여한 세 척의 빅토리호 중 한 척의 인수협상을 위해 미국에 간 것이 아니라 매리더스 빅토리호와 유사한 배가 미국 동부 해안에 있다는 정보에 그 배를 살펴보기 위해 미국에 갔다”고 했다. 조 국장은 “‘권민호 시장이 직접 살펴본 결과 그 배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전했다”고 했다.

한국전에 참여한 세 척의 빅토리호는 국가 차원의 협상으로 인수가 가능하고, 또 한 척의 빅토리호는 권민호 시장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면 실제적으로 빅토리호 인수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거제시는 한국전에 참여한 세 척의 배 중 한 척을 인수하기 위한 협상에 다시 매달려야 하는 입장이다.

◆ 예산이 없어 추경도 연장해놓고, 올해 시비 투자 88억원

설상 ‘짝퉁’ 빅토리호를 50억원을 들여 장승포까지 끌고 오더라도 그 다음이 문제다. 장승포 몽돌개는 태풍이 직접 닿는 곳으로 태풍피해를 입지않기 위해서는 최소 10m 이상 높은 곳으로 옮겨야 한다. 7600톤의 배를 육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대형 크레인이 접안할 장승포몽돌개 수심, 크레인의 접안 가능성 등은 전혀 조사된 것이 없다고 산업건설위원회 회의서 드러났다. 반대식 산업건설위원회 위원장은 “장승포 몽돌개에 배를 올릴 수 있는지 전혀 검토도 되지 않았다”며 “큰 태풍이 올 때는 10m 이상 배를 올려도 배가 안전하지 않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280억원의 사업비 중 경남도가 지원하는 100억원, 국비 50억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130억원은 거제시비로 충당해야 한다. 거제시는 올해 시비 88억원, 내년 21억원, 2014년 이후 21억원 등 순차적으로 13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거제시의회에 냈다. 거제시는 각종 세입 예산 부족으로 추경예산 편성을 7월로 연기했다. 반대식 산업건설위원회 위원장이 “1억원도 없어서 아우성인데 올해 투입할 88억원을 어디서 확보할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조용국 국장은 “해금강집단시설지구 땅이 매각되면 그 돈으로 올해 필요한 예산을 충당할 것이다”고 했다.

거제시 애물단지로 전락한 ‘해금강집단시설지구’ 땅 매각은 그동안 몇 차례 유찰됐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다. 언제 매각될지도 불투명하다.

◆ 본질은 흥남철수기념공원이고, 거제시와 소송 중인데 시민의 동의가 선행

장승포호국평화공원에 280억원을 투자하기 위해서는 거제시민의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 장승포호국평화공원으로 이름을 바꾸기는 했지만 주 관광 테마는 ‘흥남철수작전’이고, ‘흥남철수기념공원’ 조성 사업이 본질이다. 거제시의 각종 자료에 “흥남철수작전과 피난민의 생활상을 재현함으로써 전쟁의 아픔과 평화의 소중함을 전하는 역사 교육의 장으로 마련할 계획이다”고 밝히고 있다.

장승포호국평화공원은 ‘흥남철수작전기념공원’이고, 흥남철수작전을 주테마로 한다면 흥남철수기념사업회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깊은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흥남철수기념사업회와 거제시는 포로수용소유적공원 안에 세워진 김백일 동상으로 인해 소송을 벌이고 있다. 1심에서 거제시가 패소했다. 거제시민단체 관계자와 거제시의회 일부 의원들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갖고 “김백일 동상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안에 그대로 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흥남철수기념사업회는 김백일 동상을 흥남철수작전의 전부나 다름없이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옥영문 시의원은 “흥남철수기념사업회 관계자들은 김백일 동상 철거를 주장하는 거제시의원을 ‘종북세력 준동’으로 표현했고, 거제시를 생각없는 ‘종북시’라고 한 사람들이다”고 했다. 앞으로 김백일 동상 때문에 어떠한 갈등이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

◆ 장승포 지역 상권 활성화 큰 그림을 그려야

거제시는 장승포 지역의 쇠퇴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장승포동 및 능포동 산 4-1번지에 걸쳐있는 1,841,300㎡(556,993평) 크기의 장승포공원 개발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이미 개발된 조각공원, 장미공원 안에 삼림욕장을 확장하는데 이어 연장사업으로 장승포호국평화공원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장승포공원 개발의 핵심은 성창기업(주)의 ‘장승포유원지’ 개발이다. 성창기업은 장승포동 산 1번지 및 능포동 산 61-1번지 일원 자사가 소유하고 있는 642,000㎡(194,205평) 부지(일부 개인 소유부지 포함)에 700억원을 투자해 전망시설, 휴양시설, 숙박시설, 오락시설, 운동시설, 말 테마파크 등의 시설을 갖춘 '장승포유원지'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제시는 지난해 11월 700억원 투자유치에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장승포 유원지가 들어서기 위해서는 공원녹지기본계획과 도시기본계획을 변경해야 한다. 거제시 전략사업담당관실 공무원은 “공원녹지기본계획을 용역 중이고, 도시기본계획 변경 절차를 밟고 있다”고 했다.

거제시는 장승포호국평화공원 조성에 부족한 사업비 확보를 위해 ‘꼼수’를 쓰고 있음이 최근 드러나고 있다. 옥영문 시의원은 지난 18일 열린 산업건설위원회 회의서 “(장승포유원지와 관련해) 안 좋은 이야기와 걱정스러운 이야기가 나온다”고 했다. 거제시 전략사업담당관실 공무원은 “도시공원에서 유원지로 바뀌면 개발 이익이 생기기 때문에 거제시가 필요로 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 어떻노라고 성창기업에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고 21일 언급했다. 기업 투자를 유치해놓고, 오히려 기업에다 짐을 지우는 형태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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