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포호국평화공원 예산 100억원 '뗐다 붙였다'…'갈팡질팡'

장승포호국평화공원 조성 사업계획안이 23일 거제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서 두 번에 걸쳐 ‘심사보류’된 일련을 과정을 살펴보면 거제시 행정에 커다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거제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흥남철수작전에서 14,000명의 피난민을 장승포까지 싣고 온 ‘메리디스 빅토리호’ 대신 잔존하는 레드오크 빅토리호, 레인 빅토리호, 아메리칸 빅토리호 등의 배 인수 가능성에 대한 전문 검증이 필요하다며 거제시가 수정해서 낸 장승포호국평화공원 설치 사업을 승인하지 않았다.

전문가를 중심으로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1945년 전후에 만들어진 배 상태 정밀 점검, 미국에서 이동 가능성, 육상 거치 방법 등의 종합적인 평가를 담당키로 했다.

▲ 거제시청 전경
검증위원회의 최종 보고서에 따라 장승포호국평화공원 조성이 거제시 계획대로 될지, 아니면 메리더스 빅토리호 모형 제작 전시 등의 다른 방법을 찾을 지가 결정된다.

거제는 세계적인 선박 전문가들이 있는 곳이다. 거제시는 권민호 거제시장이나 관련 공무원들이 미국에 먼저 갈 것이 아니라, 대우조선해양이나 삼성중공업에 근무하는 선박 전문가들에게 한번만 물어보기만 하면 될 것이다. “70년이 다 돼가는 배를 끌고 와 대형 크레인으로 육상으로 옮기는데 배 안전에 혹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는가” 등등을.

한국전 때 포로수용소를 관광 자원화시켰듯이 흥남철수작전 때 피난민을 싣고 온 수송선을 인도해 관광자원화하자는 발상은 기발하다. 기발한 발상을 현실화시키는 데는 치밀한 전략과 준비가 필요하다.

거제시는 흥남철수기념공원이라는 이름으로 100억원을 지원받는 경상남도 모자이크 사업에 지난해 초부터 매달렸다. 하지만 지난해 4월, 8월 1,2차 모자이크 사업 선정에서도 탈락됐다. 이때의 흥남철수기념공원 조성계획은 장승포동 70번지 일원 66,000㎡의 부지에 510억원(국비 89억원, 도비 200억원, 시비 221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1950년 흥남철수작전을 기념하는 전시관, 빅토리호 등을 배치하는 것이었다..

거제시는 급기야 장승포호국평화공원으로 이름을 바꿔 어렵사리 올해 4월 모자이크 사업으로 선정됐다. 사업비는 510억원에서 280억원으로 줄어든 반면 사업면적은 66,000㎡서 101,700㎡로 늘어났다.

거제시 예산은 221억원에서 13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거제시의회가 지난 18일 “예산이 없어 추경도 7월로 미뤘는데 130억원이 어디 있느냐”고 지적하자, 거제시는 시비 130억원 중 50억원은 거제시 예산으로 하고 80억원은 공원 조성지 인근에 장승포 유원지를 추진하고 있는 성창기업에서 땅을 사서 기부채납토록 하겠다는 수정안을 23일 냈다.

이행규 시의원이 박태문 관광과장에게 “성창기업에서 땅을 사주기로 했느냐”고 묻자, 박 과장은 “전략사업담당관실과 거제시장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성창기업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성창이 들어오면 부지를 사서 기부를 좀 해라’는 보고를 받았지만, 최고 경영자에게는 아직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거제시 예산은 한마디로 ‘고무줄’예산이다. 100억원은 쉽게 붙였다 뗐다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리고 성창기업이 설령 공원부지를 사서 기부채납한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가능한지도 명확치 않다.

여기서 또 문제가 되는 것이 장승포호국평화공원 조성사업의 담당부서 문제도 제기된다. 장승포호국평화공원은 외형상 관광과가 주무 부서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경남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모자이크 프로젝트 사업신청, 진행, 확정 등의 업무는 거제시 기획예산담당관실에서 담당했다. 장승포호국평화공원 조성사업은 예산, 사업 내용이 아직 미확정 단계인 기획 단계이다. 모자이크 프로젝트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장승포호국평화공원은 기획예산담당관실에서 사업 내용을 확정지어 집행 부서인 관광과에 이관하는 절차가 맞을 것이다.

23일 유영수 시의원이 “호국평화공원은 시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무리해서 진행하는 사업이라 재검토해야 할 사업이다”고 지적하면서 시정질문을 했다. 권민호 시장이 준비한 답변을 읽은 후 유영수 의원이 추가 질문을 할 때는 황정재 기획예산담당관이 나와서 추가 질문 답변을 했다. 결국 기획예산담당관실은 아직까지 장승포호국평화공원 조성 사업에 대한 책임 선상에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23일 오후에 열린 산업건설위원회에서는 조용국 해양조선관광국장과 박태문 관광과장이 시가 제출한 수정안 제안 설명자로 나섰다. 관광과장의 입장에서는 ‘왜 내가 책임을 다 져야 하느냐’고 불만섞인 목소리가 충분히 나올 가능성도 있다.

또 이 사업은 성창기업이 추진하는 장승포 유원지와도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성창기업이 장승포호국평화공원 조성 부지를 사서 기부채납토록 하는 협상 창구는 거제시 전략사업담당관실에서 담당하고 있다. 박태문 과장이 “성창기업과 협상이 되지 않으면 거제시 예산으로 땅을 살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는 민간투자자가 80억원을 투자하는 것도 ‘반신반의’다.

국비 신청 때문에 그렇게 시급한 사안인 것 같으면 거제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가 열릴 때 모자이크사업 주무부서인 기획예산담당관실, 그리고 집행부서인 관광과, 관련부서인 전략사업담당관실 공무원들이 모두 참석해 종합적으로 답변해야 옳은 일이다.

▲김철문 거제인터넷신문 발행인
시장이 시의원을 상대로 사전에 충분히 설명을 했으니 평화공원 조성안을 승인해주지 않겠느냐고 판단해 예산 숫자만 바꿔 승인 요청했지만 시의회서 퇴짜를 맞았다. 또 시민 여론이 좋지 않게 돌아가자 모자이크사업 책임을 졌던 부서를 비롯해 서로 발뺌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행규 시의원은 18일 열린 산업건설위원회와 23일 열린 시정질문 때 보충질문을 통해서 “거제시는 호국평화공원을 추진하면서 일을 다 저질러 놓은 후 의회보고 승인해라고 하는 것은 입법 기관인 시의회를 협박하는 것이다”고 했다.

“거제시 행정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이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공무원 내부서도 그리고 시의회에서도 간간히 흘려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깊이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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