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영주 사)국학원 원장

#1
5월 28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긴 고행 끝에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을 외치신 석가모니 부처님.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거치지 않고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요한14:6)라고 하신 예수님. 이때의 '나'는 육체의 내가 아니라 모두를 감싸고 아우르는 조화심의 극치로서 '나'이다. 소크라테스, 공자, 마호메트 등등 인류의 성인은 모두 깨달으시매 스승이 되셨다.

시공을 초월하여 수많은 이들이 믿고 의지하는 성인의 증표인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깨달음은 개도 안 물어 간다.’, ‘깨달으면 축지법을 쓰고 하늘을 날 수 있다’, ‘깨달으면 대자유인이 된다.’ ‘한번 크게 죽으면 득도한다.’ 등 등 우리 민족처럼 깨달음을 귀중히 여기는 민족도 없을 것이다. 우리의 말로는 큰 나로 나가기 위해 작은 나의 깨짐이 필요한 것이기에 "깨(져서) (도)달함"이다. 그런가 하면 깨달음을 거룩하고 고귀하게 여긴 나머지 곱게 포장하여 시렁위에 얹어 놓고 "이번 생은 다음 생의 깨달음을 위한 인연을 준비 하는 생이다."라고 믿고 가르치기도 한다. 

 #2
사명당(四溟堂)은 서산대사(西山大師)의 제자이다. 임진왜란이 나기 몇 해 전, 묘향산에서 있던 일이다. 아기 사슴이 늑대에게 잡혀 목을 물리려는 순간 서산대사가 나무 지팡이에서 칼을 뽑아 늑대에게 던지니 늑대가 즉사하였다. 제자인 사명대사가 그것을 보고 스승에 대한 회의가 들어 따지기 시작했다. "스승님은 지금 늑대를 죽이셨습니다." "죽였느니라." "그러면 살생을 하신 겁니다." "그래, 내가 살생을 했다." "그러면 지옥에 간다고 했습니다." "살생을 하면 지옥에 간다고 했지." 서산대사는 말을 이었다. "앞으로 3년 안에 왜적이 쳐들어 올 것이다. 그들은 우리의 어머니, 여동생을 겁탈하고 불을 지르고 아버지, 할아버지, 형제들을 죽일 것이다. 그럼 그때 너는 어떻게 하겠느냐?, 너는 불살생을 범하지 않고,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해서 그냥 구경만 하고 있겠느냐?" 하고는 가버렸다.

사명대사는 벼락같은 충격을 받았고 3일 밤낮을 그 자리에서 미동도 못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크게 깨달은 사명당은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목숨을 걸고 의병을 일으켜 나라를 구하고 전후에는 일본에 건너가 조선의 포로들을 데리고 온다. 당시는 억불 정책으로 중은 도성의 사대문 안을 들어오지 못하고 어린아이에게도 상놈 취급을 받았던 때이다.

 #3
6월 1일은 망우당 곽재우장군이 최초로 의병을 일으킨 날을 기념한 국가지정 의병의 날이고, 6월 2일(음력 4월 13일)은 임진왜란 발발 7주갑(周甲)이 되는 날이다. 1주갑은 60년이니 꼭 420년이 되는 날이다. 매 주갑마다 국난을 잊지 않고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하기 위하여 이 날을 기념하여 왔다.

서애 유성룡(西厓 柳成龍)선생이 『징비록(懲毖錄)』을 저술하신 정신이니 3주갑이 되던 1772년(영조 48년) '국가 주도의 공식 기념의식'에 대한 기록이 시작된다. 그러나 학계에선 1주갑, 2주갑 때도 비슷한 행사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6.25 동란의 와중인 1952년 5월, '임진란 6주갑 기념 국난극복 시민대회'가 서울 충무로광장에서 열렸다. 이승만 대통령, 신익희 국회의장의 기념사와 존 무초 미국대사, 왕둥웬 중화민국(대만) 대사의 축사가 있었다. 그로부터 60년이 지나 다시 임진(壬辰)년을 맞은 올해 6월 2일, 목숨으로 국가를 구했던 공신(功臣)과 의병(義兵)들을 기리는 행사가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 에서 열린다.

류성룡 선생의 후손인 류한성(73) 고려대 명예교수가 행사 집행위원장을 맡고 이순신 장군, 유성룡 선생 등 임진왜란 9공신의 후손들과 곽재우 장군, 사명당 유정, 한음 이덕형 등 공을 세운 의병장과 문·무신 96명의 후손들이 참석한다.

이 뜻 깊은 행사는 안동 하회마을 충효당에서 서애 유성룡 선생의 사제사 봉행으로 시작되고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사제관을 맡는다.

임진왜란은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해 낸 역사적 사건인 만큼 8주갑이 되는 2072년에도 잊지 않고 열리게 되기를 희망 한다. 아니 그때쯤이면 전 세계인이 모두 깨달아 더 이상 전쟁을 기념하는 행사가 지구상에서는 열리지 않기를 바란다.

인간을 반신반수(半神半獸)라고 한다. 전쟁 때처럼 동물이 되어 의식이 낮을 수도 있지만 깨달음을 추구하여 하나님을 닮아 밝고 거룩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충남 천안시 흑성산에 있는 한민족역사문화공원에는 모두의 평화를 기원하며 깨달음을 펼치신 성인들이 지구를 중심으로 한 자리에 모여 계신다.

▲장영주 사)국학원 원장
부처의 자비, 그리스도의 사랑, 공자의 인 등 모든 성인의 깨달음은 ‘널리 이롭게 하는 사람 즉 홍익인간(弘益人間)’이 되자는 한민족 선조들의 가르침과 다르지 않다.

이 얼마나 위대한 조상들이시며 우리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거룩한 DNA인가? 진정한 깨달음은 개인의 깨달음이 집단과 인류의 깨달음으로 확대되어 전체완성과 개인완성을 이룰 때 제대로 그 빛을 비출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의 가르침은 ‘만인은 만인의 늑대’가 아니라, 만인은 만인의 길이요 생명이요 진리가 되니 오직 그것만이 ‘유일한 나로 존재’ 한다는 것이다. 결국 깨달음의 모든 것은 자신의 선택이며 스스로의 훈련이다.

‘나와 민족과 인류를 구원하는 국학- 즉, 효충도의 길’, 그 길의 선택과 실천 여부에 지구인 모두의 미래가 걸려 있다.

(사)국학원 원장(대) 및 한민족역사문화공원 공원장 원암 장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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