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대천해수욕장 1일 개장…거제, 예나 다름없이 7월 개장 '고수'

거제시의 ‘무감각행정’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권민호 시장이 취임한 후 거제시 발전 비전과 전략이 무엇인지 명확치 않다. 거제시가 어디로 가겠다는 비전은 없다. 단지 ‘일류거제 함께하면 이루어집니다’는 추상적 구호 하나가 전부다.

전임 시장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운 거제비전은 ‘조선‧해양‧관광도시’를 지향한다는 것이었다. 세계 1위 조선산업도시를 거제의 주된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또 섬인 지역적 특성과 천혜의 자연환경을 살리고 관광인프라를 구축해 관광산업을 조선산업과 함께 양대 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삼겠다는 것이었다.

‘굴뚝 없는 산업으로 지칭되는 관광산업’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해 거제시민의 ‘먹을 거리’로 삼겠다는 것은 목표가 분명한 다른 산업에 비해 더 치밀한 전략과 실행계획이 필요하다. 관광 트렌드는 빠르게 시시각각으로 변화한다. 올해 유행했던 관광 트렌드가 내년이 되면 구 시대 관광 트렌드로 전락해 관광객들로부터 외면을 당한다.

김영삼 대통령의 고향인 외포 대계 마을에 세워진 김영삼 대통령 기록전시관이 대표적이다. 거제시 통계에 따르면 거가대교 개통 특수해인 2011년, 김영삼 대통령 기록전시관은 1,083,642명이 찾았다. 지난해 1/4분기 344,137명, 2/4분기 469,542명, 3/4분기 162,471명, 4/4분기 107,492명이 찾았다. 이에 비해 올해 3월까지 1/4분기에 김영삼 대통령 기록전시관을 찾은 관광객 78,491명이다. 이는 지난해 1/4분기 관광객의 22.8%에 불과하다. 

올해 3월까지 거제를 찾은 전체 관광객은 681,337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방문객 1,355,697명에 비해 50% 떨어진 수치다. 거가대교가 개통되기 전인 2010년 1/4분기 624,261명 보다 10% 정도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는 거가대교 개통 특수로 2010년보다 관광객이 많이 늘어났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2010년 보다 관광객이 오히려 더 줄어들었음이 통계에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여름철에는 1,772,181명이 찾아 2010년의 2,068,541명의 86%에 머물렀다. 지난해 4/4분기에는 871,516명이 찾아 2010년 932,850명의 93%에 머물렀다.

▲ 분기별 관광객 거제 방문 숫자. 거가대교가 개통됐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2010년에 비해 관광객이 줄어들고 있다. 올해 1/4분기는 지난해에 비해 50%에 불과하다.
올해 2/4분기에는 ‘도민체전’과 ‘세계조선해양축제’가 개최된 점을 고려해도 거가대교 개통 후 반짝 관광 특수로 이어졌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거제시 관광객이 감소 추세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관광객이 줄어드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각종 볼거리와 체험꺼리 관광 상품의 한계점 노출, 콘도‧리조트‧호텔 등 대형 숙박시설 부족, 펜션‧모텔 등의 기존 숙박시설 높은 숙박료, 연휴기간 교통체증, 불친절, 부산‧통영‧고성 등 이웃 도시의 민첩한 관광 상품 개발 등이 맞물려 있을 것이다.

▲ 학동 흑진주 몽돌해수욕장
줄어드는 관광객의 발길을 거제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거제 총체적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지난 주 각종 언론에는 ‘아열대로 변하는 한반도…6월 1일 개장하는 해수욕장’, ‘6월 부산 4개 해수욕장 거대한 이벤트장 되다’ 등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부터 6월 1일에 개장한 부산 해운대‧송정‧광안리‧송도 등 해수욕장 4곳을 비롯해 동해안, 서해안 등 다른 해수욕장들도 6월 1일 해수욕장 개장 등 ‘조기 개장 대열’에 뛰어들었다는 내용이다. 동해 쪽에선 경북 포항 시내 6곳 해수욕장 중 북부‧월포 해수욕장 등 2곳과 서해안의 충남 대천 해수욕장도 6월 1일 개장한다. 충남 태안군 만리포 해수욕장도 개장 시기를 작년보다 10일 당겨 6월 14일 문을 연다.

조기 개장이 늘고 있는 첫 번째 이유는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화하면서 더위가 빨리 찾아오고 바닷물 온도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이 해수욕장을 빨리 개장하는 숨은 이유는 ‘피서객 시장’ 조기 선점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열대화하는 기후변화에 맞춰 여름 피서철에만 찾아오던 해수욕장을 사계절 휴양지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히는 이갑준 부산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의 발언은 관광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 지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해수욕장이 더운 날씨늘 쫓는 물놀이만 하는 단순한 공간에서 각종 공연과 행사 등 볼거리‧즐길거리 가득한 ‘해변 놀이터’로 발빠르게 변신을 꾀하고 있다. 부산의 4개 해수욕장에는 모래축제, 청소년가요제, 색소폰 앙상플 연주회, 살사댄스 페스티벌, ‘해운대 사랑(沙浪) 라이브 거리공연’, 전통 민속놀이 체험장, 비치사커‧비치배구 등 다양한 이벤트를 개발해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이에 반해 거제시 17개 해수욕장은 예년보다 열흘 정도 앞당겨 오는 7월 2일 해수욕장을 개장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 달 앞당겨 해수욕장을 개장하면 해경, 경찰서와 협조 관계, 청소 및 안전요원 확보 등과 맞물려 조기 개장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거제 지역 관광에 관심이 많은 한 관계자는 “지구 온난화로 전 세계의 기온 주기가 2개월 정도 빨라졌고 해수 온도도 같이 상승하고 있다”며 “기후 환경 변화 등 관광 패턴 환경 변화에도 빨리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덧붙여 “해수욕장을 여름에만 수영하는 장소로 인식하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나라 최고의 몽돌해수욕장인 학동 해수욕장을 비롯해 거제에 산재한 17개의 해수욕장의 관광콘텐츠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해양관광개발공사는 만들어만 놓고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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