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손영민 /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여행저자
지심도, 내도, 외도, 해금강, 대-소병대도, 장사도, 소 매물도. 홍도. 쪽빛 바다위로 점점이 섬이 이어 진다. 거제 장승포 앞바다의 한려해상국립공원. 홍도는 그 해상 국립공원의 중심을 가르는 100리 뱃길 끝자락에 있다.
정확히 말하면 장승포로부터 서남쪽 40Km지점이다. 갈매기 섬으로 유명한 홍도는 태평양에서 북상해 우리영해를 거쳐 거제도 쪽으로 방향을 잡았을 때 가장먼저 시야에 들어오는 등대섬이다.
이러한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홍도에는 20세기 초부터 등댓불을 밝히기 시작했고 어업전진기지로 오가는 수많은 타지의 어선들이 거쳐 갔다. 지금도 매년 가을철 홍도 앞바다에 대형 갈치어군이 형성되면 장승포 어선 외에도 제주. 부산. 여수. 통영등지에서 외지 배 들이 몰려와 불야성을 이룬다. 작게는3t짜리 선외기부터 20t짜리큰 배까지 모두 갈치 잡이에 열을 올린다.
장승포 갈치는 여느 갈치와 달리 특별히 ‘은갈치’라 불린다. 이는 조업방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홍도에서는 갈치를 잡을 때 오징어잡이처럼 한밤중에 집어등을 밝히고 채낚기 어법을 구사한다.
채낚기 어법이란 여러 개의 바늘이 매달린 낚싯줄로 물고기를 잡는 방법. 그물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갈치의 몸체에 상처가 나 은빛 광택을 잃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갈치 조업 시기는 6월초~12월. 따라서 여름철에는 씨알이 가늘고 잔 ‘풀치’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9월로 접어들면 최상등품으로 치는 ‘댓 갈치’가 잡혀 올라온다. 댓 갈치는 약20마리 정도가 담기는 10Kg들이 한 상자에 산지 가격으로 쳐도 30만원을 호가한다.
갈치는 가을갈치가 기름지고 맛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는 갈치의 회유경로에서 비롯된 당연한 결과다 .갈치는 보통 2~3월 제주도 서남 지역에서 월동하고 4월부터 북으로 이동, 4~8월 서남 해안에서 산란한다. 그리고 9월 이후 수온이 낮아지면서 서서히 월동할 지역으로 이동한다.
바로 이처럼 월동을 위해 남쪽으로 떠나는 갈치 때가 매년 가을 홍도 앞바다를 지나며 어장을 형성한다. 이즈음 갈치는 다음해 봄의 산란을 위해 충분히 먹이를 섭취, 몸체가 크고 살점도 두툼하다. 섬사람들이 말하는 ‘댓 갈치’가 바로 이 가을갈치다.
갈치성어기에는 미소 다방 등 장승포항 일대의 다방도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백 여 명에 이르는 외지 배 선원들이 이곳에 머물기 때문이다. 포구에 갈치 잡이 배가 몰려드는 시간은 오전 8시경. 이때쯤이면 배에서 바로 내리는 싱싱한 은 갈치를 구입 하려는 공판장 직원과 외지인들의 발길도 분주해진다.
공판장이나 포구에서 팔리는 은 갈치의 현지시세는 당일 어획량에 따라 차이가 난다. 그러나 최근 2~3년 동안 은 갈치 어획고가 급격히 줄며 가격이 만만찮다. 윤창원 거제수협 상임이사는 “모두 10여척의 배가 조업 하는데 많이 잡힐 때는 하루 어획량이 2~3t에 이르렀지만 최근의 경우 700~800kg밖에 안 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가격도 만만찮아 1kg에 1만5000원부터 2만 원선 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어쨌든 은 갈치의 맛은 날씨가 쌀쌀해지는 늦가을이 최고다. 여행객들이 장승포에서 신선한 은 갈치 회를 맛볼 수 있는 때도 바로 이때다. 선착장 일대식당마다 일제히 갈치 회 게시 간판을 내건다. 갈치 회는 보통 초장에 미나리. 양파. 깻잎 등 갖은 야채를 섞어 비빔회로 먹는다.
은빛을 그대로 유지한 갈치 회는 봄철의 도다리 쑥국과 함께 거제의 대표음식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한 접시에3만원~5만원. 영남식당(055-682-2938) 동주식당(055-681-1246). 장승포식당(681-2464). 매일 아침 8시쯤 열리는 거제수협의 공판장 경매를 구경하고 ’100%국산‘ 장승포 은 갈치 회를 시식하는 것도 거제도 여행길에서 만나는 쏠쏠한 재미다.
~갈치조림~ ~갈치 호박국~ ~갈치구이~ ~갈치속젓~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