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종왕이 주둔한 국가사적 제509호 거제둔덕기성에서 매년 개최

거제에서 고려시대 왕을 추모하는 행사가 매년 개최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거제 지역의 문화단체인 거제수목문화클럽(회장 김현길)이 주최하고 거제시가 후원하는「제5회 고려 제18대 의종왕 추념식」이 지난 4일 국가 사적 제509호 거제둔덕기성에서 개최(우천관계로 둔덕면 복지회관에서 행사진행)되었다.

의종왕을 추모하는 식전 공연 “거제의종폐왕무-귀향”에 이어, 추념사, 추모사, 조문낭독, 헌시낭송, 헌화분향, 식후행사로 의종의 원혼을 위로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과 새로운 시대의 기운이 도래했음을 알리는 “거제의종폐왕무- 천제단의 빛” 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의종왕은 1146년 고려 제18대 왕으로 즉위하여 24년간 재위하다 1170년 정중부․이의방 등 무신들이 정변(정중부의 난)을 일으킴으로써 왕위에서 물러나 기성현(거제현)으로 피신 왔다. 그리고 3년 동안 거제 둔덕 일대에서 머무르다 왕위 복위를 위해 계림(현재 경주)까지 나아갔으나 무신 정권이 보낸 장군 이의민에게 비참하게 살해되어 곤원사 북쪽 연못에 던져졌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때가 1173년10월1일이며 향년 47세였다.

이렇게 비운에 간 의종왕의 명복을 비는 추념식을 개최하게 된 것은 비록 권력을 잃은 왕이었으나 왕을 비롯한 왕족이 거제시 둔덕면 일대에서 3년간 머물렀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다.

경주에서 의종왕이 승하하자 둔덕의 어진 백성들은 그 당시 집권 세력인 무신들의 눈치를 보면서도 섣달 그믐날 제물을 차려 의종왕을 추모하는 제사를 800여 년 동안 지냈으나, 안타깝게도 1970년대에 새마을 운동과 가정의례준칙 등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제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러한 단절된 전통문화를 되살리고 거제에 고려시대 왕이 3년간 거주하였다는 역사적 중요성을 계승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거제수목문화클럽 회원들이 지난 2008년부터 올해까지 5회째 의종왕 추념식을 개최해 오고 있다.

이와 함께 거제수목문화클럽에서는 백제 의자왕이 당나라에 볼모로 잡혀가 승하한 의자왕의 묘로 추정되는 곳의 흙을 가져와 가묘를 조성한 부여군의 사례와 조선시대 강원도 영월로 유배 후 수양 숙부에 게 죽임을 당한 단종 임금에 대해 영월군에서 단종제로 부활시킨 사례 등을 통해, 단순하게 지내고 있는 추념식을 앞으로 의종왕 추모제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며 의종왕이 둔덕에 주둔하면서 많은 덕을 베풀었다는 뜻을 후세에 길이길이 전할 것이라고 회원들은 뜻을 모으고 있다.

그리고 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거제도의 치소지였던 기성현지(경상남도 기념물 162호-고군현 치소지)의 복원과 함께 국가사적지인 거제둔덕기성(폐왕성) 일대를 고려촌으로 조성해 역사․문화․관광자원화를 위해서 행정과 각계각층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고 있다.

※ 둔덕(屯德)이라는 명칭은 덕(德)은 왕을 뜻하며 둔(屯)은 머무르다 는 뜻으로 의종왕이 둔덕에 주둔하면서 덕을 베풀었다는 매우 의미 깊은 지명임을 전 동아대학교 박물관장과 총장을 역임한 심봉근 박사는 “국가사적 제509호 거제둔덕기성의 이해와 고찰”이라는 자료에서 밝히고 있다.

獻 詩

오늘은 우리들의 왕이옵소서

 
오늘은 우리들의 왕이옵소서
계사년 시월 경신일 지축을 흔드는 천둥소리에
무거운 대망의 푸른빛을 내려놓으신 임이시여!

옥좌를 되찾지 못한 채 비명도 없이 가신 님
우두봉 허리춤 둔덕기성으로 원혼 머물렀더이다.

전하, 망골 초병이 총총히 우리를 전하는
그 카랑카랑한 목소리 쟁 쟁 들리지 않습니까.

경인년 구월 기묘일, 무도한 회오리바람으로 인하여 못 다 편
용상의 큰 뜻을 벼린 삼개 성상을 와신상담 하였더이다.

님이시여, 뜨거운 가슴에 녹아내린 주체 못할 그 불덩어리를
어쩌자고 돌 흐르는 너덜겅에 묻어두었나이까.

견내량 시퍼런 바닷물에 담금질하시던 북녘을 향한
보위의 꿈을 피왕성 돌부리에 겹겹으로 새겼더이다.

왕이시여, 님을 여윈 비통함을 기억하는 우리들은 오늘
이글거리는 석양 한 줄기 비수처럼 성곽에 꽂히는 큰 빛을 보았나이다.


아, 어두운 날들은 다시 밝아 오고 보검은 섬광처럼 빛나시니
님이시여, 오늘은 진정 우리들의 왕이옵소서. <작시 곽상철>

제5회 의종 추념식에 즈음하여(2012.11.4.11:00 거제둔덕기성에서)
거제수목문화클럽 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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