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천창섭 거제소방서 소방행정과장

▲천창섭 거제소방서 소방행정과장
'선택과 집중'이라는 경영학 용어가 일반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키워드 중 하나로 등장한 지는 꽤 오래된 것 같다. 제한된 자원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경쟁적 우위를 확보해야 생존할 수 있는 기업의 절실함이 가정과 국가의 운영에도 필요해 졌기 때문이다.

재난대응 분야에서도 ‘선택과 집중’의 경영원리를 오래전부터 채용하여 대응체계의 근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재난대응자원의 핵심인 소방공무원의 규모가 자치단체의 정책 우선순위와 재정력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고질적인 인력부족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먼저 대응자원을 재난의 종류, 규모 및 복잡성 등에 따라 행정구역상 관할이 아닌 출동거리와 시간을 기준으로 편성, 자원 활용영역을 확대함으로써 다수의 대응자원을 필요시 현장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였고, 소방서 단위의 시․군․구긴급구조통제단에서 소방본부 단위의 시․도긴급구조통제단, 그리고 소방방재청 단위의 중앙긴급구조통제단에 이르기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재난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현장지휘체계를 구축하여 일관된 대응목표와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함으로써 대응자원의 집중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운영해 오고 있다.

그러나 통합 창원시의 출현은 우리도의 최적화된 재난대응시스템에 치명적인 상처를 주고 말았다. 대응자원의 편성체계에 있어 기존의 세 시의 소방공무원은 단순히 관할지역 만의 대응자원이 아니라 주변 시․군과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최적화된 대응자원이었으나 사무의 이전과 함께 통합 창원시로 귀속되어 기존의 대응체계에서 이탈하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절대 부족한 대응자원의 효과적인 활용 고리가 끊어지게 된 것이다. 이는 부족한 대응자원을 ‘선택과 집중’의 원리에 따라 최적화한 재난대응체계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으로 대형재난 발생 시 효과적인 대응이 어려워짐은 자명하다.

현장지휘체계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소방서 단위의 시․군․구긴급구조통제단이 통제할 수 없는 규모나 유형의 재난에 대응하기 위하여 설치되는 소방본부 단위의 시․도긴급구조통제단은 각 소방서를 총괄 지휘․조정하여 대응목표를 설정하고 ‘선택과 집중’원리에 따라 대응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중요한 기능은 도 전역을 망라하여 일관된 지휘․명령계통을 바탕으로 작동하는 것이나, 통합 창원시의 소방서장은 도지사가 아니라 창원시장의 직접적 지휘와 통제를 받도록 되어 있어 시․도긴급구조통제단장의 조정과 통제 범위를 벗어나 도 차원의 일관된 대응목표와 전략의 수립하고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지난여름 우리 도를 할퀴고 간 3개의 태풍에 대한 대응활동에서도 이러한 지휘권의 혼란과 대응자원의 비효율성은 여실히 드러나고 말았다.

이렇듯 통합 창원시의 소방사무 이관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보편적 원리를 무시함으로써 우리도의 재난대응체계를 무력화 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경영이론의 하나였던 ‘선택과 집중’이 근래에 이토록 보편적 원리로 자리 잡게 된 데에는 분명 합리적 우월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통합 창원시의 재난대응체계의 운영결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선택과 집중’의 보편원리에 기반을 두어 우리도의 재난대응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지 않는다면 대형 재난과 태풍과 같은 주기적 자연재난이 발생할 때 또 다시 지휘체계의 혼란과 대응자원의 절대적 부족 문제를 되풀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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