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재호 사장
■ 수익성·수주실적 '긍정적'...산업은행, 해양플랜트 잠재손실 '변수'

연말 인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조선업계는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최고경영자(CEO) 만료일이 내년 3월로 다가온 가운데 과연 연임을 할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되기 때문이다. 올해 보여준 실적만 놓고 봤을 때는 연임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속단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15일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올해 인사는 12월 말경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납품비리 사건 여파로 임원인사를 1월까지 크게 늦췄지만 통상 12월 중순에서 말경 정기 인사를 단행해왔다. 올해는 내부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던 만큼 인사 일정에 큰 변동이 없을 것이란 판단이다.

하지만 인사가 미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름 아닌 고재호 사장의 연임을 이번 인사에서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4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고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 29일까지로 잡혀있다. 따라서 이번 인사에 연임을 시킬지 아니면 새로운 인물을 수장으로 앉힐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키는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지분율31.5%)이 쥐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대우조선해양이 선보인 실적을 볼 때 고 사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3분기까지 국내 조선사 '빅3' 중에서는 유일하게 선방한 손익 실적을 내놓은 덕분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대규모 충당금을 반영하며 잠재 손실을 미리 떨어냈다. 이에 따라 양사는 유례 없는 손실을 겪었다.

현대중공업은 3분기 누적기준 1조9000억 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시우스, 슈퀘이크 화력발전소 프로젝트에서만 6000억 원에 달하는 공사손실충당금을 반영한 탓이다. 삼성중공업은 2013년 수주한 호주 이치스 CFP, 에지나 FPSO 등에서 발생한 손실충당금 5000억 원을 1분기에 반영했다. 이에 따라 3분기 누적기준 영업이익은 813억 원으로 작년 동기(9321억 원) 대비 91.3%나 줄었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3분기 누적 연결기준 3183억 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순풍을 탔다. 전년 동기(3099억 원) 대비 2.7% 증가한 수준에 불과하지만 여타 조선사들에 비해서는 두드러진 수준의 실적이다. 올해 4분기 실적 역시 안정적으로 마무리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여기에 올해 계획한 수주 목표 달성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관계자는 "12월 현재 수주액은 127억 달러로 목표액(145억 달러)의 88% 수준이다"며 "연말 러시아 야말프로젝트 및 가스공사 발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물량 수주가 예상돼 목표치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 사장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임기 마지막 해에 비교 우위가 확실한 실적을 보여줬다. 산업은행이 그의 연임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거론된다.

다만 내부에 숨겨진 잠재손실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평가도 있어 주목된다. 만약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평가 결과, 대규모 손실 위험이 남겨져 있는 것으로 판가름날 경우 고 사장의 연임은 어려울 수 있다.

지난해 해저 파이프 설치 작업선 등에서 발생한 손실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떨어내기는 했지만 여전히 상당 액수의 손실금이 남겨져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여타 조선사들과 마찬가지로 대우조선해양도 2012년 매출을 맞추기 위해 대규모 저가 수주에 나섰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대규모 공사손실충당금을 쌓은 것도 이 시기 수주한 악성 저가 물량들 탓이다.

현대중공업은 임금 문제로 노조 총파업과 경영진 교체 이슈를 앞두고 있었다. 삼성중공업은 비록 무산되기는 했지만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을 목전에 둔 상태였다. 손실을 미리 털어낼 필요성이 양측 모두 컸다.

일각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여타 조선사들처럼 잠재손실을 단번에 떨어내는 '빅배스'를 단행하지 않았을 뿐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자리잡으며 오랜 기간 채권단 소유 회사로 지내왔다. 지배구조나 경영권 문제상 빅배스를 단행할 이유가 별로 없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분기마다 순차적으로 손실을 조금씩 떨어내면 된다. 특히 고 사장의 연임 문제가 걸려 있는 한해인 만큼 대우조선해양 자체로도 이 같은 모험을 단행할 필요성이 크게 낮았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대우조선해양을 향한 악평가도 고 사장 연임 가능성을 낮추는 돌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2일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강등하고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대형 프로젝트 공정 지연에 따라 영업수익성이 저하됐고 헤비테일(Heavy Tail) 방식 대금 회수 형태 증가로 재무 부담이 크게 확대됐다는 분석에 따른 등급 조정이었다.

결국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의 고 사장 연임 결정은 해양플랜트 관련 잠재손실이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공사손실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 우려가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최대주주(산업은행) 평가 결과 대우조선해양 역시 내부 부실이 크다고 판단된다면 고 사장의 연임도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the bell 인용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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