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선박이냐, 공작물이냐’에 따라 배상액 큰 차이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 피해를 배상하라며 주민들이 삼성중공업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관련, 법원이 당시 사고 유조선과 충돌했던 해상크레인에 대한 현장검증을 17일 실시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4부 임채웅 부장판사를 비롯한 재판부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를 방문, 현장검증을 했다. 이날 현장검증에는 태안유류피해대책위원회 대표, 원고측 변호인, 삼성중공업 측 변호인 등 10명도 참여했다.

▲ 17일 삼성크레인에서 현장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07년 12월 사고 발생 후 태안해경이 형사사건의 증거 조사를 위해 해상크레인 부선과 유조선 등에 대한 현장검증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번에는 민사소송 재판부가 원고인 태안 주민들의 신청을 받아들여 현장검증이 이뤄지게 됐다.

삼성중공업 터그선(tugboat)을 타고 해상으로 이동한 현장검증단은 해상크레인 부선에 올라 규모와 구조, 이동 방식 등을 살핀 뒤 사고 당시 유조선과 충돌했던 부분은 물론, 관제시설과 통신시설, 앵커(닻) 등 해상크레인에 탑재된 주요 시설물들을 둘러봤다.

임 부장판사는 “이번 현장검증은 원고 측이 자신들의 법률적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고를 발생시킨 해상크레인 부선에 대한 직접 확인이 필요하다는 신청에 따라 실시됐다”며 “쟁점이 큰 만큼 앞으로 양측의 주장을 신중히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1부는 해상크레인 부선을 상법상의 선박으로 보고 “선박 운항과 관련해 발생한 손해에 대한 선박 임차인의 배상책임을 일정한 한도로 제한할 수 있다”는 사고 당시 상법에 따라 앞서 삼성중공업 측이 56억여원의 유한책임만 지도록 결정했다.

그러나 태안주민들은 해상크레인 부선이 상법상의 선박이 아니라 공작물(건축설비)로 봐 민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법률적 주장을 펴고 있다. 부선이 공작물로 법해석이 내려지게 되면 민법에 따라 삼성중공업은 태안 주민들이 입은 손해액을 모두 배상해야 하는 무한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
▲ 태안기름유출사고 때 유조선과 충돌한 크레인의 충돌 지점. 페인트로 칠한 부분
현장검증에 참여한 원고 측 김중곤 변호사와 태안 주민들은 “해상크레인 부선은 자체 동력이 없고 관제실에도 선박 운항을 위한 장비가 없다”며 “해상크레인 부선을 직접 본 만큼 선박이 아니라는 다양한 법률적 논리를 전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한진 태안유류피해민대책연합회 사무국장은 “기름 유출로 지금까지는 물론, 앞으로 수천억원의 피해가 예상되는데도, 재판부가 삼성중공업의 책임한도액을 56억원으로 산정한 것은 터무니없는 것”이라며 “바다에 떠 다닌다고 해서 무조건 선박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은 “자력항행능력이 없어 다른 선박에 의해 끌리거나 밀려서 항행되는 부선도 법률상 명백한 선박의 일종”이라며 해상크레인 부선이 선박이 아니라는 원고 측 주장을 반박했다. <경남신문 4월 18일자 인용보도(취재 : 경남신문 이회근 부장) >
▲ 지난해 5월 31일 태안기름유출사고 피해대책위원회가 사고 크레인에 접근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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