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부터 4년 임기 시작…"지역사회 발전 견인차 역할 자임해야"

농협‧축협‧수협 동시조합장 선거가 11일 끝난 후, 16일 당선증을 수령했다. 거제는 농협‧축협 11명, 수협 1명, 산림조합 1명 등 13명이다. 21일부터 거제지역 13개 조합장의 4년 임기가 시작된다.

13명 중 4명이 새로운 얼굴이고, 나머지 9명은 기존 조합장들이다. 현직 당선자 비율은 69%로 전국 평균 보다 높다. 전국 동시조합선거에서 당선된 1,327명 중 현직은 714명으로 54%를 기록했다.

▲ 관내 13개 농협·수협·산림조합장 당선자
경남도 선관위는 16일 동시 조합장 선거 자체 평가에서 선거운동 방법이 지나치게 제한돼 ‘깜깜이 선거’였다는 평가를 내렸다. 김종대 지도과장은 “선거운동이 너무 제한적이어서 ‘현직 유리’ 등이 인정된다”며 “중앙선관위와 함께 개선안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고 밝혔다.

또 돈 선거도 우려했다. 김 과장은 “지나치게 높은 튜표율은 돈 선거와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며 “적발이 안 됐을 뿐이지, 조합별로 돈 선거가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지역의 한 인사는 “이번 선거에 각 후보들이 거제 지역에 뿌린 돈이 100억원 정도 될 것이다”고 했다. 경남도 선관위는 조합장 선거와 관련해 선거법 위반 행위 96건을 적발했다. 하지만 거제는 무투표 당선자 2명을 제외한 11명 당선자 중에 아직까지 선거법 위반행위가 ‘운좋게(?)’ 적발되지 않고 있다. ‘뇌관’이 언제 터질지는 장담키 어렵다.

경남 함양에서는 17일 ‘금품 제공 혐의’로 당선자가 첫 구속됐다. 19일에도 충남지역 조합 당선자 2명이 돈을 뿌린 혐의로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전국적으로 선거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 선거사범 공소시효는 6개월이다. 거제서도 돈을 뿌리고 당선된 조합장은 공소시효 6개월 동안 제대로 발을 뻗고 잠자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선거서 당선 현직 조합장들은 일을 잘해서 당선된 사례보다는 ‘돈을 많이 써서’ 당선된 사례가 더 많을 것이다.

이번 선거는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 근거했다. 법 제1조 ‘목적’에 “이 법은 공공단체 등의 선거가 깨끗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공공단체 등의 건전한 발전과 민주사회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항은 농협‧수협‧산림조합이 공공단체에 포함된다는 사실이다. 조합장은 공인이고, 조합은 공공단체다. 이번에 당선된 거제 지역 조합장 중에는 ‘공인(公人)’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의 ‘도덕적 흠결’을 가진 사람도 있다. 공인을 뽑는 선거지만, 어느 순수 민간단체 회장을 뽑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금까지 조합장들은 공인 의식이 부족해 마치 공공단체인 조합을 사기업처럼 운영했다. ‘내가 조합장인데 내 마음대로 하는데 누가 간섭이냐’는 식으로 전횡을 휘둘렀다. 자기 선거 운동을 도와 준 조합원 자녀들을 공채가 아닌 특채로 채용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특채로 채용된 직원들은 해당 조합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일등 공신들이다. 결국 경쟁력을 상실한 조합은 경쟁에서 뒤처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돌아간다. 이번 선거에서 조합장이 바뀐 거제수협 등의 ‘특채’ 직원들은 새 조합장이 취임하면 그만두게 되지 않을까 ‘좌불안석’일 것이다. 경쟁이 아닌 특채를 통해 채용된 직원들은 결국 거제시의 대외적 경쟁력 떨어뜨리고, 2류 도시 오명을 씻지 못한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세계적인 조선소로 명성을 드높이는 것은 우수한 인재 덕분이다. 우수한 인재만이 농‧산‧수협을 살리고 조합원을 살린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될 것이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에는 조합원이 ‘갑’이고, 후보자가 ‘을’이지만, 선거가 끝난 후에는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갑을 관계가 역전돼 조합장이 큰소리친다. ‘지역의 어느 조합원은 누구 선거운동을 했다’식으로 편가르기로 농‧산‧어촌의 민심이 갈갈이 찢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민심을 다독거리고 하나로 합치는 과정도 조합장들의 책임이다.

검은 돈이 난무하는 혼탁선거 원인은 조합장에게 부여된 각종 권한과 물 쓰듯 쓸 수 있는 판공비 등 때문일 것이다. 농‧산‧수협은 지금까지 공공기관이었지만 지역 사회 발전에 앞장서는 견인차 역할은 미흡했다. 가장 경쟁력이 취약한 곳이었으며, 조합원들의 의식 수준에 마지못해 따라가는 수준이었다.

면 단위 지역에서는 ‘돈을 쥔’ 농협 조합장이 공무원인 면장보다 실질적으로 더 힘이 세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이번에 당선된 13명의 조합장들은 다시 한번 ‘공인 의식’이 무엇인지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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